2000년도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은 지난 50여년 단절되었던 경의선, 동해선 등 철로복원에 따른 여러 문제를 쌍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저 멀리에서 북한철로가 TSR (Trans Siberian Railroad, 시베리아횡단철도)과 연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러시아는 가급적 남북철로 복원이 자국의 기대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평강, 원산, 청진, 나진을 경유하여 북러 국경역인 하산을 통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되는 ‘그랜드 디자인’이다. 러시아는 TSR-TKR (Trans Korean Railroad, 남북종단철도) 연결을 통해 (1) 한국-유럽간 통과화물 운송료 수입 (2)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자원개발 촉진 및 거점도시 개발 (3) APEC 회원 (1998년 가입)으로서 한국 및 아시아 지역 수출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2000년 출범한 러시아의 푸틴 행정부는 남한과 북한을 대상으로 각각 그러한 러시아의 ‘그랜드 디자인’을 강력하게 표출하여 왔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인해 불안한 북한은 2001년 이후 가일층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게 되었고 당초 TSR-TKR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실과 달리 눈에 띠게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남북이 쌍무적으로 TKR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어찌보면 러시아라는 제3의 행위자가 직간접적으로 남북철로 복원과정에 영향력을 참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TSR의 역사와 현황
TSR은 서쪽으로는 모스크바, 동쪽으로는 블라디보스톡을 정점으로 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로서 러시아인들에게는 역사적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상징하는 원래의 명칭 ‘위대한 시베리아 철도’로 수용되어 왔다. 1891년 제정러시아가 시베리아 개발과 극동의 군사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 착공하였으며 1916년 아무르 철교 완성을 끝으로 전구간 개통되었다. 총 연장길이 9, 288 km이며 철도폭은 광궤인 1520mm이다. 대부분 복선화되어 있으나 예외적으로 화물 운송량이나 지역발전 정도에 따라 3복선, 복복선, 단선지역이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그를 경유하여 핀란드로 연결되는 노선과 벨라루시의 민스크나 브레스트를 거쳐 폴란드, 독일, 헝가리로 연결되는 노선으로 분기되어 있다.
러시아는 현재 TSR현대화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통과화물을 위한 절차 간소화, 통과 화물용 운임에 대한 차등 완화 등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다. 2001년 4월 10일 채택된 철도구조 개혁 프로그램은 (1) 철도청의 재무구조 개선, (2) 철도시설의 현대화, (3) 철도산업의 경쟁구도 창출을 목표하고 있다. 단계별로 준비기 (2001-2002), 본격 개혁 수행기 (2003-2004), 경쟁력 확보기 (2006-2010)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본 개혁프로그램이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하에서 세워졌기 때문에 대내외 상황변화에 따라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TSR 현황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TKR'TSR 연결프로젝트 현황 및 전망」(pdf자료) (2001.8) 참조.
러시아의 對북한 철도외교
소련붕괴후 옐친 체제 10년간 사실상 북러관계는 악화 내지 침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첫째, ‘새 러시아’가 공산주의 이념을 버리고 미국, 한국과 함께 시장경제와 다원주의를 택하는 보통국가의 길을 택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러시아의 경제력으로는 더 이상 과거 소련과 같이 정치적 유대를 위해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그러나 2000년 푸틴 체제의 출범과 함께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대북접근을 시도하여 왔다. 우선 2월 ‘조로 친선 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냉전기 양국관계를 규정했던 ‘조소 우호 협조 호상 원조 조약’의 실효상실 6년만에 부유했던 양국관계가 정상적 국제관계로 정립되었다. 이해 7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소련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평양을 방문하여 ‘북러공동선언문’을 채택하였다. 평양선언문에서 철도연결문제가 공식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경원선 재개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5개월전인, 2월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북한지도부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북한측이 답변을 유보하였다고 한 점에 비추어 북한측의 태도변화라 할 수 있다.
<2001년> 이듬해인 2001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시 양 정상은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TSR-TKR연결이 본격적 실현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천명하였다. (제6항: 쌍방은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 잇는 철도수송로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본 정상회담 이전 러시아는 상당한 현지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3월, 러시아 철도장관 방북시 TSR-TKR 연결을 위한 의향서가 체결되었으며 이때 대동하였던 러시아측 철도전문가 8명이 북한에 2개월간 머물면서 기술적 검토를 완료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5월, 러시아 철도장관은 기술적 검토가 완료된 만큼 최고 정책결정자의 결정만 남은 상태임을 시사하였다. 정상회담과 함께 양국간 철도협정이 체결되었으며 후속 협의에서 러시아측은 경원선 현대화에 최소 2억 5천만- 5억 달러가 소요될 것인데 러시아가 단독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8월 양정상의 모스크바선언중 공약된 북한 산업시설 현대화 계획이 우선적으로 구소련 지원으로 건설된 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것도 TSR-TKR연결과 무관치 않은 정책으로 보인다. 북한이 현재 전략난을 겪고 있는 만큼 북한의 전력 추가생산이 TSR-TKR 연결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2002년> 2002년 들어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철도운수부문을 금년도 경제건설의 중점과업으로 설정한 이래 기회있을 때마다 동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1월 5일 김위원장이 TSR-TKR연결 사업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 현지지도를 나갔으며 바로 다음날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대러 철도협력 의지를 과시하였다. 3월중에는 나선시 두만강역에 ‘조'러 친선각’을 건립하고 1984년 김일성, 2001년 김정일의 모스크바 방문 기록사진들을 전시함으로써 전통적 우호관계를 새삼 강조하였으며 6월 북러 양국 철도장관이 “조선철도와 TSR연결 계획 실현을 위한 의무를 완전히 수행했다”고 밝혔다. 8월 20-24일 김위원장의 러시아극동지방 비공식 방문시 양국 정상은 TSR-TKR연결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한편 김위원장과의 회담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TSR-TKR연결사업을 따와야 하고 이것이 바로 내가 그를 만나는 이유”라고 역설하였다고 한다.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 철도장관은 러시아 기술자들이 그간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 22억달러가 소요되는 세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왔다고 밝혔다. 동시에 종전의 단독투자 방침을 선회, 북한에게 국제컨소시움 구성 가능성을 제안해 보았다고 한다.
요컨대, 러시아의 對북한 철도외교는 (1) TSR과 연결될 TKR노선으로 경원선을 선호하고 있으며 (2) 자국 철도기술의 비교우위성에 따라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해 최대한의 투자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3) 전철화된 북한 철도의 원만한 운용을 위하여 전력공급까지도 염두에 둔 공세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북 철도외교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 첫째, 재정 및 물류 공급차원에서의 문제이다. 이미 냉전시 발생한 북한의 대러채무 환수에 골몰해온 러시아가 새롭게 투자를 각오한 데에는 고르바쵸프시 발생한 러시아의 대한채무 (원리금 약19억달러) 상계의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2001년 북러 정상회담 직전 체르누힌 러시아 재무차관이 북한을 방문, 북한의 대러채무의 규모, 상환일정 재조정 등을 규정코자 한 점으로 미루어 설득력이 있다. 아직 북러간 채무이행에 대한 전격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러시아의 북한철도현대화 계획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002년 9월 방북을 앞둔 일본 고이즈미 총리에게 TSR-TKR연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예상보다 북한철도현대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01년 북한 동쪽 간선철도 조사결과 평균 운행속도가 30km에 불과하며 일부구간은 침복대신 통나무를 사용하는 등, 현대화 자금이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아 최소 30억 달러가 들것이라 진단하였다.
둘째, 북한지도부가 과연 적극적 자세를 견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러시아는 북한에게 TSR-TKR 연결시 운송료에서 오는 이익 (연간 약 15억 달러)을 들어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하였듯 2000년초만 해도 북한은 별로 호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미국 부시행정부의 등장이후 북한이 부쩍 정치'외교부문에서 러시아와의 우호를 시위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한 환경속에서 철도연결에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11사건이후 대외적 입지가 한결 궁해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올해들어 이례적으로 세두차례나 주북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였으며 한 보도에 따르면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발언이후 주북 러시아대사를 거의 매주 한번씩 면담하는 등 對러 관계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퓰리코프 러시아극동지역 대통령특사도 올해 설날을 기해 김위원장을 방문, 함께 러시아노래를 부르고 샴페인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쪽에서도 올해들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조창덕 부총리, 그리고 백남순 외무상 등 고위급 관리들이 줄지어 러시아를 방문한 바 있다. 4월부터는 10년만에 북한의 고려항공이 평양-하바로브스크 노선을 재개하여 매주 2회 운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수로 사업지연에 따라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 국영전력회사 극동지부와 2001년 10월 전력공급의향서에 서명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북한은 2002년 7월 24일,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TSR-TKR연결 사업을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는 외부로부터의 자본 및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철도현대화가 선득 내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정세하 러시아를 정치'외교적 대미지렛대로 활용하려는만큼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터이고 아마도 어차피 그럴 바에야 철도연결이 체제안정 유지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말대로 운송료만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다.
요컨대, 북한철도현대화를 위한 재정 및 물류지원의 문제, 그리고 북한 지도부의 TSR연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여부 등이 러시아의 對북한 철도 외교의 한계로 보인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TSR은 1520mm의 광궤인 데 반해 북한철로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표준궤 (1435mm)이어서 국경통과지 환적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인 점을 또 다른 장애로 언급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중기에 의한 컨테이너 환적과 차량바퀴교체에 의한 환적 등, 번거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對한국 철도외교
러시아로서는 설사 러시아 기술 및 자본의 지원으로 북한철도 현대화 작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TSR과 북한철도가 연결된다해도 이것만으로는 ‘그랜드 디자인’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북한 대외경제활동이란 것이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한국의 대러교역 TSR 컨테이너 물동량이 수출 19300 TEU, 수입 3845 TEU를 기록한 데 반해 북한은 수출 124TEU, 수입 187TEU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도 TSR을 이용한 아시아-유럽간 통과화물 운송량 역시 한국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상회하는 반면 북한은 거의 전무 상태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앞의 자료.
더구나 북한이 얻을 운송료 수임의 상당부분이 한국으로부터 지불되어야 한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남북화해'협력이 자국의 안보나 역내평화에 이바지하는 외에도 바로 이 TSR-TKR연결이란 ‘그랜드 디자인’에 접합한 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자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는 자국 ‘그랜드 디자인’ 실현 가능성을 느낀 것이다.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하여 김위원장에게 경원선 재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얻은 푸틴 대통령은 두달후 2000년 9월 유엔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TSR-TKR 프로젝트를 제안, 호의적 논의를 가졌다. 한국정부는 같은 달, 남북한간 철도복구에 착수하였으나 북한은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지연하였다. 2001년 2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푸틴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동북아지역 전체의 물동량 증대를 도모할 한러교통협력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에서처럼 공세적이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철도외교를 시사하였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는 운송료 수임을 들어, 한국에 대해서는 화물운송의 거리와 시간단축을 들어 TSR-TKR연결을 설득하고 있다. 예컨대 해상운송의 경우 21,000km인 거리가 TSR이용시 13,000km로, 해상운송시 30일이던 기간이 TSR이용시 18-20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 전문가간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한쪽 끝에는 러시아의 설득을 그대로 받아들여 “통일한국과 유라시아 진출,” “지정학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민족의 생존전략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 등 원대하고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하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서는 “북한이라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외부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고질적 변수” “TSR-TKR이 성사되더라도 서비스 및 안정성 부족, 잦은 환적, 높은 운임 등 현재 TSR이 안고있는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해운운송에 비해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TSR 하루 컨테이너 수송능력은 300TEU로서 15일 동안 운송을 해봐야 4500TEU짜리 컨테이너선박 한 척이 한번 운송하는 물동량과 같다는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한러포럼 제3차 회의보고서」, p.92.
어느쪽이건 자기쪽의 입장을 증명하기 위해 물동량 및 비용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그랜드 디자인,’ 어떻게 볼 것인가
남북 화해협력과정에서 정치, 군사적 부문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전체제에 관해 보증국의 지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비교적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철도연결 문제에 관해서는 유독 러시아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TSR을 TKR은 물론 다른 한편으로 사할린섬을 지나 일본의 홋카이도까지 연결하는 해저터널 개발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이 글의 모두에서 지적하였듯 철도연결은 러시아에게 있어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에 속하는 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꼭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정학적, 전략적 이익도 부수적, 아니 궁극적 이익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구한말 한반도 진출을 놓고 일본과 경쟁하면서 철도부설권을 잃었던 기억, 그리고 1990년대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과정에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해 미국, 중국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6자회담을 건의해 왔지만 관련국으로부터 관심을 못 받던 경험 등이 총체적으로 러시아의 對한반도 철도외교 정책결정과정에 한 몫을 거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7월 확정된 ‘러시아외교정책개념’은 한반도가 “주변국들의 지정학적 야심, 군비경쟁, 긴장과 갈등의 소지가 얽힌 곳이며 한반도 문제해결 과정에서 러시아의 온전하고 동등한 참여를 보장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다. 또한 “남북한 균형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지침도 함께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00년 평양, 2001년 한국을 국빈방문한 것이나 2002년 7월말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남북한 동시방문을 한 것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의 대응
남북화해협력이 급진전되고는 있으나 아직 남북이 팽팽히 분단체제를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러시아의 TSR-TKR연결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 디자인대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다고 전면 거부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현재는 북한이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우리도 유라시아 진출 및 거점도시 상권공략,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로서의 부산항 활성화 등을 위해 대륙연계철도를 구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TSR-TKR연결을 위해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TSR-TKR사업은 남-북-러 3자가 투명성 있게 정보를 나누며 문제에 접근해야할 성격이므로 혹 북러간 북한철도현대화 추진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정책을 구속할 수 있는 정보를 배타적으로 공유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한 예로 한 소식통에 따르면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톡 비공식 정상회담시 있었던 북러정상회담에서 하산-원산-평강역까지의 철도연결문제가 최종결정되었다고 한다. 즉, 북러가 동해선보다는 경원선 철도 연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북한은 8월말 제2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 회의를 비롯 그간 남북한 접촉시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러시아도 한국정부에게 이에 대해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블라디보스톡 정상회담후 있었던 단독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TSR-TKR 연결문제가 북러경협의 큰 테두리내 논의되었으며, 이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였다. 소식통들은 다양한 방법중 러시아제 무기제공, 한국의 자본 유치 등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철도연결로 북한이 얻을 운송수임이 연간 15억 달러라는 기대도 사실상 이것이 대부분 한국의 운송료에서 발생할 것을 전제한 것이라면 3자간 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사 및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과거 반복되어온 북한의 불가예측적 태도에 비추어 이제 겨우 첫삽을 뜬 TKR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의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02년 8월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대해서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우리는 남측에 지난날 합의사항 이행과정에서 빚어졌던 불미스런 일들을 재현하지 말고. 합의된 모든 문제들에서 성과가 나타나도록 성실히, 끝까지 이행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함으로써 합의이행이 어려울 경우 우리측에 대한 책임전가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TKR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 궤도에 오른 연후 TSR연결에 따른 효과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對러관계에서 북한 철도현대화에 대한 재정지원 약속, TSR-TKR에 대한 물동량 약속, 러시아의 채무 상계 약속 등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러시아는 경의선이 아닌 경원선을 이상적 TKR로 보고 있는 반면 남북은 시기적으로 경의선 복원을 우선시하였다. 2002년 9월 북한이 선포한 대로 신의주 경제특구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물동량은 자연 TSR보다 TCR (중국횡단철도)을 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원선 복구계획이 취소된 것도 아닐뿐더러 경의선 노선상에 있는 황해도 평산에서 경원선으로 연결되는 철도노선이 있기 때문에 TSR-TKR연결 사업을 배척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보다 장기적으로 TKR-TSR, TKR-TCR-TSR, TKR-TMR (만주횡단철도), TKR-TMGR (몽골횡단철도)의 여러 대안을 비교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내 TSR현대화 및 효율성 제고 프로그램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러시아내 이 사업이 어떻게 진척되는가에 따라 TSR활용시 우리의 수익채산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TSR-TKR연결의 중요성이 결정될 것이다. 화차부족 및 예측불가능한 운행제도, 설비 노후화, 화물의 분실 및 파손에 대한 책임 미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점들을 그대로 안은 채, 단지 상대적으로 거리가 단축된다거나 시간이 조금 절약된다던가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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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숙(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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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韓國의 對中정책: 懸案과 課題 이홍표 / 2002-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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