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강위석 - 죽음에 관하여 · 4

강위석 / 2020-03-05 / 조회: 5,570

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다섯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 '죽음에 관하여·4'입니다.



죽음에 관하여 · 4


아침부터 자식들은 고래고래 싸우고 

하나도 화 내지 않고 

구로구에는 눈이 내린다 


눈보라 속의 유리창 

따신 안에서 

검고 뜨거운 커피를 

숨죽이고 마시는 나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있을 것이다 

내가 자금 마시고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없을 것이다 


위태 위태, 무얼 그렇거고 살랴 

전통을 따라 전통을 거역하며 살랴 


나는 우주에 살지 않는다 

구로구에 산다 

다만 시를 지을 뿐

거역할 것 없이 자잘하게 

자잘하게 구로구에 산다 


대기는 지구의 배경막, 

밖에는 산까치가 날아다닌다 

눈송이가 기세등등 바람을 일으킨다 


나는 관살과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지독히 미워할 뿐 


아침부터 자식들은 싸우고

구로구에는 눈이 오고 


나는 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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