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정책과 한반도

홍관희 / 2005-03-28 / 조회: 5,148

미국의 부시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가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정책’으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부시대통령의 취임사, 연두교서, 그리고 기타 연설에서 표명되고 있고, 네오콘(Neo-Conservatives) 중시(重視)의 신임 각료人事, 그리고 주요 각료의 청문회 발언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3월 3일 미국 상하 양원이 동시에 상정한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ADVANCE Democracy Act of 2005)」은 앞으로 전세계 민주국가들을 대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法的 토대가 될 전망이다.

부시행정부의 민주주의 확산정책은 이라크의 민주화에 이어, 이란,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들과 쿠바, 미얀마 등 독재국가들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 올 전망이며, 특히 인권 유린으로 세계적 지탄과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 김정일정권의 '폭정’ 종식 및 자유화·민주화를 위한 노력에 커다란 파급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은 부시행정부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정책동향을 고찰하고, 특히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을 분석하여, 향후 부시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함의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1.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정책 추진동향


부시대통령은 2005년 1월 20일 취임연설에서 '만인을 위한 자유’라는 미국의 이념적 지표(指標)를 상기시키며, 향후 미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자유의 확산(expansion of freedom)’과 '폭정의 종식(ending tyranny)’이 될 것임을 천명하였다. 그는 미국의 자유와 생존 및 세계평화가 자유의 확산에 달려있음을 지적하고, 민족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선 민주주의 전파와 독재 종식이 미국의 정책임을 강조하였다.

이어 부시대통령은 2005년 2월 2일 연두교서에서 자유확산과 폭정종식이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외교정책의 구체적인 목표임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자유의 약속을 확대하고, 자유를 떠받드는 가치를 새롭게 하며, 자유가 가져오는 평화를 확산시키는 위대한 모험을 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북한과 이란 등 인권탄압 국가들에 외교·경제적 제재와 압박조치를 시행할 의지를 과시하였다.

이후 연이은 몬타나, 네브라스카, 아칸사스, 플로리다에서의 연설에서 부시대통령은 연설 주제가 '사회보장(Social Security)’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등에서 이룩한 자유의 승리를 강조하고 자유확산과 폭정종식이 인류평화와 민주주의에 이바지할 것임을 역설하였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란·쿠바·미얀마·벨로루시·짐바브웨 등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지목하였다. 부시대통령과 같이 북한정권과 주민을 분리하여 접근한 것이다. 이에 앞선 2003년 연설에서 부시대통령은 북한 등 인권유린국들을 '압제의 전초기지(outposts of oppression)’로 지칭한 바 있었다.

한편 미국무부는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05년 2월 26일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탈북난민실태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동 보고서는 탈북난민들의 현황과 탈북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중국이 동북 만주지방에서의 탈북자 감시를 강화함에 따라, 송환을 우려한 탈북민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중국 내 탈북민 수가 7만 5,000~12만 5,000명에 달했으며, 현재는 3만~5만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미국무부는 2005년 2월 28일 전세계 국가의 인권실태를 기술하는 '연례각국인권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동 정례보고서는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로 규정하고, 북한을 수단·짐바브웨·이란·벨로루시·미얀마 등과 함께 인권탄압 국가로 지목하면서,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유린 사례가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보고서는 또한 북한내 인권상황과 관련 (i)정권교체할 권리의 부재 (ii)재판을 거치지 않은 살해, 실종, 임의 구금 (iii)언론과 표현의 자유 부재 (iv)김동식 목사 등 해외인사에 대한 납치 등을 구체적 사례로 언급하였다.

또한 부시대통령은 라이스 국무장관 임명에 이어, 존 볼튼 국무부 군축·국제문제 담당 차관을 UN대사로 임명하고, 그 후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의 대북 강경파 로버트 조지프를 지명함으로써, 네오콘 중심의 민주주의 확산정책 추진 의사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상하 양원이 2005년 3월 3일 「2005 민주주의 증진법(ADVANCE Democracy Act of 2005)」을 동시에 상정하여, 전세계 독재정권 교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2.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의 주요 내용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의 원 명칭은 “Advance Democratic Values, Address Nondemocratic Countries, and Enhance Democracy Act of 2005” (곧 2005 비민주주의국가들의 민주주의 가치를 증진시키고 민주주의를 함양하기 위한 법률)이다. 약칭 “ADVANCE Democracy Act of 2005”('2005 민주주의 증진법’)이다. '민주주의 증진법안’은 2004년 7~8월경부터 논의를 시작, 7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으로, 존 매케인(공화, 애리조나), 조지프 리버먼(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 샘 브라운백(공화ㆍ상원 동아태소위원장) 상원의원이 주도하고, 프랭크 울프(공화), 톰 랜토스(민주)의원 등이 동참하였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났으며, 정치적 권리를 비롯한 기본권을 태어날 때부터 공통적으로 소유한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하는 법안은 그 근거를 미국의 독립선언과 UN의 인권헌장에서 찾고 있다. 세계 국가를 (i)完全민주(entirely free) 또는 部分민주(partly free) 국가와 (ii)민주(nondemocratic)국가로 분류하여 기술하였고, 우선 미국무부는 비민주국가의 民主化 행동계획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주주의 연례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동 '민주주의 연례보고서’에 국무장관은 비민주국가들의 민주주의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포함시키도록 규정했다.

또한 국무부에 세계문제담당 차관을 총 책임자로 한 '민주화운동ㆍ이행국’을 신설하였다. '민주화운동ㆍ이행국’의 임무로서는 (i)민주화 운동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한 지원ㆍ관계개발ㆍ협의 (ii)비민주국가의 평화적 변화 프로그램과 전략 개발 (iii)비민주국가 내 민주화운동 단체들에 대한 교육과 교육장비 제공 (iv)미정부와 동 단체들과의 관계 강화 등 10가지를 규정하였다.

동 법은 미국 재외공관에 민주주의 허브를 설치토록 한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세계 6개 지역에 '지역민주주의 허브’를 설치하여, 민주주의 이념 확산의 중추기지로 삼고, '민주주의 촉진 자문위’를 두도록 하였다. 재외공관장은 現地국가에서 민주이념을 전파할 의무를 담당하고, 세계 재외공관에 '민주주의 증진 담당관’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민주주의 증진법안’의 특징은 비민주국가들에 주재하는 미국의 대사관이 해당 국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외교정책 기조를 수행하는 '거점’ 곧 '자유의 섬들(islands of freedom)’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북한 등 세계 비민주국가들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미 미국무부가 수 차례 '세계 최악의 인권국가’로 분류한 바 있고, 미정부에 의해 '악의 축’ 및 '폭정의 전초기지’ 등으로 불려온 북한이 우선 대상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동 법안의 상하 양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며, 법안 통과시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상ㆍ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처럼, 정파(政派)를 초월하여 의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내용 자체가 부시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천명한 '폭정의 종식,’ '민주주의 확산’과 같은 이념적 배경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부시행정부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3.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 정책이 갖는 한반도정책 함의


집권 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이 '자유의 확산을 통한 전세계 폭정 종식’이라는 이념 중시 접근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도덕률을 강조하는 미외교정책 기조의 부활이며 재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에 엄청난 외교·군사적 영향력을 보유한 초강대국 미국의 이러한 외교노선 설정은 동북아와 한반도에도 커다란 파급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은 최근 2~3년간 다음과 같은 중요한 변화를 겪어왔다: (i)한국내 反美감정 증대와 한·미 양국간 대북인식 차이 확대에 따른 한·미 동맹 동요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ii)북한인권 상화 악화와 그 대응방식을 두고 조야의 한국 불만 증대; (iii)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 양국간 견해 차이 발생.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정책’ 가시화는 기존의 미행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며, 대북 인권정책의 강화는 단순히 북한인권의 영역을 넘어서서, 북한체제와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정치·안보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문제는 북한체제의 '아킬레스’ 건()으로서, 체제위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북한인권 문제는 본질적으로 한반도 안보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정책기조 천명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 제출과 관련, 이를 “불법 무도한 내정간섭 책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반발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에 많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으며, 북한에게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설득하는 미국의 최근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자유·인권 중시 외교노선은 전략적 타산을 넘어선 '원칙’에 관한 문제로서, 미국이 타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미국내에서 대북압박 여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표명하는 바로 이러한 도덕적 원칙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북한은 가장 억압받는 나라’라는 것이 미국 정치인 및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민주주의 증진 법안’을 계기로, 매케인 등 독재·인권 문제에 대한 강경한 견해를 보유한 지도자들의 발언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향후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은 북한 핵잇슈와 북한 인권잇슈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곧 북한의 핵개발 완전 포기나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 없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는 점이며, 김정일정권에 대한 변혁(transformation)과 조기 교체(regime change) 같은 정부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정책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전망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외교정책 기조에 의거 제시된 것으로, 6자회담에 미치는 영향이나 전망에 대한 고려로 인해 완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은 핵문제 해결과 별도로 인권개선을 위한 새로운 국제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의 강도가 정해질 전망이다. 그러므로, 설사 북핵 협상이 일정 부분 진전을 거두는 경우에도,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은 김정일정권을 계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북한인권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문제이며, 더 나아가, 동포의 고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민족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인권 문제의 실상을 조사하고 공개하며, 실제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탈북민과 북한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관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국들과의 국제공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UN등 국제 인권기구 및 레짐과의 공동 보조 및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가 3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되어, 4월 22일까지 6주간 지속될 예정이다. 유엔인권위는 1946년 설립된 국제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내 최고 인권 기구로서, 금년 회의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이 3번째로 의제에 올려질 것으로 예상되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정책’ 이후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UN 등 국제 인권기구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할 때이다.


홍관희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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