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성과급 제도 개편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막판 정부 중재로 총파업 직전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던 반도체 생산라인 '셧다운(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주주들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타결이 갈등의 종식이 아닌, 새로운 쟁점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각각 경영 성과의 12%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기준으로 제시한 가운데, 산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방식의 'N% 성과급제' 도입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대화를 재개한 뒤, 총파업 예고 시점을 불과 90분 남겨두고 협상을 타결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중앙노동위원회 주재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왔다. 핵심 쟁점인 사업부 간 성과급 배분 방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지만 막판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가 서명한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의 한도를 따로 두지 않는다.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 배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합의가 이뤄졌다.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 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노조는 당초 21일 계획했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2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약 엿새간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잠정 합의안은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 과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반대로 찬성표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면 잠정 합의안은 부결되며 노사는 재협상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합원 찬반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이번 타결로 당장의 생산 차질 위기는 넘겼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노사 합의 이후 불거진 주주들의 집단 반발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이번 잠정 합의안을 두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을 시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OPI 1.5%와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합산한 영업이익 약 12% 수준의 성과급 재원 형성은 지급 시점이 세후라도 재원 산정 기준이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인 이상 위법성의 본질은 동일하다"며 잠정협의를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대표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주주총회 결의를 생략한 단체협약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및 무효확인의 소, 위법 파업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성과급 지급 여부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이번 합의안을 부결시키는 조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성과급 이슈와 관련해 이러한 산정 방식은 직접적인 주주 이익 침해로 이어져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경영자가 설계하고 주주가 동의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지 노조가 쟁의를 통해 관철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발(發) 성과급 산정 기준 정립이 타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산업계 곳곳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20%)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각각 30%) 등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영업이익 배분 비율을 제시하는 사례가 확산하는 추세다.
최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무작정 현금으로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와 같은 주식 보상 제도로 전환하는 정교한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내년부터라도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분배 기준과 보상 체계를 새로 구축해 노사 간의 명확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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