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 동일인 지정제도 문제점 제기
“범위 획정 과학적 접근 부족, 불확실한 영역도”
규제 타당성·적정성·효과성·합리성, 점검 필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기업 총수)의 친족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새 정부의 공약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 범위의 축소를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범위 획정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부족하고, 사실혼 배우자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불확실한 영역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단법인 자유기업원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법경제학적 소고’라는 리포트를 통해 공정위의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를 지배하는 주체인 동일인을 지정하고 있는데, 기업집단 범위의 판단기준에 동일인뿐만 아니라 동일인관련자도 포함돼 있어 동일인관련자 범위 획정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돼왔다.
이에 공정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견해를 반영해, 개정안에서는 6촌 이내의 혈족이 4촌으로, 4촌 이내의 혈족이 3촌으로 축소되고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동일인관련자별 지수기여도 ⓒ자유기업원
또한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인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상황이다.
이에 사실혼 배우자와 친생자 판단 자체가 이미 사인 간 쟁송의 대상이 될 만큼 불확실한 영역으로 규제기관이 이를 판단기준으로 채택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문제를 제기한 리포트 저자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의 타당성과 동일인관련자 범위의 실효성을 실증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중심성지수(정량적 방법론)’를 활용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현행 동일인 지정제도는 대기업집단 규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 교수는 동일인 개념의 모호성, 지나치게 넓은 동일인관련자 범위, 무리한 형사처벌 규정, 역외규제의 한계 등 총 4가지로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동일인관련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무리한 형사처벌 규정과 역외규제의 한계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사실혼 배우자의 포함은 규제의 판단기준을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대기업집단 ⓒ자유기업원(자료, 공정위)
이에 지 교수는 동일인관련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료 누락의 책임을 동일인이 아닌 기업집단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처벌의 가벌성과 비례성 측면에서 제재의 수준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형사처벌에 의존하는 방향보다는 제재 수준을 과태료 등으로 완화돼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중심성지수’로 평가한 동일인관련자 범위 타당성 연구에 의하면 혈족 4~6촌‧인척 4촌‧임원 등 지배구조 유지 기여도가 낮은 동일인관련자의 자료는 활용할 여지가 적다는 부분을 내세웠다.
다만, 기존 동일인관련자 범위의 규제비용 낭비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개정안의 친족 범위 축소는 타당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동일인 개념은 자본시장법 등 40여 개의 법령에서 준용되고 있어 동일인 지정제도의 정책적 중요도가 증대된 상황으로, 일부에서는 동일인 지정처분에 대한 이의제기 및 불복절차의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개선방안으로 가변적인 규제 환경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규제의 타당성·적정성·효과성·합리성을 점검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진다는 것은 이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개념인 ‘사실상 지배력’보다 ‘이사회에 대한 지배력’이라는 구체적인 개념에서의 제도마련 요구도 있었다.
동일인 지정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동일인 확정 및 변경에 관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과 독립기구로서 동일인지정위원회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외에도 동일인관련자 지정자료 허위제출·미제출 행위에 대한 제재 수준의 적정성과 역외규제로 지난해 ‘쿠팡’ 등이 신규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외국국적 자연인의 동일인 지정에 대한 논란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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