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제2 팬데믹 경제 백신` 기업 ESG 경영

자유기업원 / 2021-02-20 / 조회: 10,443       브릿지경제

재계, ESG 경영 바람


“ESG는 불확실성 대비한 기업의 백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자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열린 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기업들 사이 살아남기 위한 ESG 경영이 화두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재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준비부족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대중들 사이서도 ESG 경영 체감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의 뉴노멀 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내 대기업계에서 ESG 화두 및 애드벌룬을 띄운 주인공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ESG 경영을 설파하며, 재계 내 'ESG 경영 전도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SK는 총수인 최 회장이 앞장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 캠페인(Renewable Energy 100)’ 참여를 선언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위원회에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정책과 활동을 심의·의결하기로 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가속화한다.


환경,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를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맡김으로써 ESG 대응 및 관리 역량과 함께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차원이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새롭게 개편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ESG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추가해 ESG 경영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이와 같은 취지로 정관을 변경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공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등 3사는 각각 지난 2015년 이후 내부거래 투명성 확보, 주주권익 보호, 대규모 투자 검토 등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소통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도 ESG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코로나19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들과 협력회사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특별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며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하는 한편 ESG와 준법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재계에 'ESG 경영’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변화로 곳곳에서 감지된다. LG화학은 국내 일반기업 최대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키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ESG 채권 8200억원 및 일반 회사채 3,8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현대제철이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ESG 채권 규모를 뛰어넘는 것으로, 회사채 전체 발행 규모에서도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1조600억원)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또, SK건설은 건설사 최초로 국내에서 녹색채권을 선보인다. SK건설은에 따르면, 제166회 회사채(신용등급 A-)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1500억원의 8배를 뛰어넘는 약 1조2100억원이 몰렸다.


앞서 NH투자증권은 16일 1100억원 규모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채권은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최초로 발행하는 원화 ESG 채권이다. 발행 자금은 녹색사업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분야 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유럽연합(EU)이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 비즈니스 환경에서, 원청 기업이 모든 납품 업체의 규정 준수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말하고 있다. EU가 추진하는 강제 의무는 기업의 행정적·법적 리스크를 과도하게 증가시키고, 하청업체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제기구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대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대중들은 ESG 경영에 대해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유기업원이 최근 실시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이 체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은 다소 미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ESG를 이루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대한 기업의 노력 수준을 평가한 결과, 각각의 분야에서 55.7%, 54.2%, 45.3%의 응답자가 못하거나 전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생 60.9%는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며, 80%는 투자 대상 결정시에 ESG 등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ESG 경영 시스템 도입은 일부 대기업들의 이야기”라며,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이 유럽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글로벌 ESG 경영이 안착하려면 시스템 마련 등 인프라 구축 등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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