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논란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자본시장연구원도 ‘오락가락’

자유기업원 / 2019-11-08 / 조회: 12,041       이뉴스투데이

박경서 교수 주재 정책토론회…수탁자책임전문위원 2명 패널로 참가

정부로부터 독립 말하면서 장관에 위원 해촉권한까지 주자는 황당 주장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독립을 말하면서도, 제도적으론 갈피를 못잡는 모습이다. 


8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내기업의 지배구조 주요이슈와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의견이 오갔다. 


헌법 126조는 국가기관의 민간기업 경영통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 9월 금융위원회가 5% 제한룰까지 걷어내며 국가기관의 반헌법적 간섭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특히 한국생산성본부와 S&P다우존스가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 국내 기업들은 환경(E)과 사회적책임(S) 부문에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였지만 지배구조(G) 부문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지배구조 부문 경쟁력 저하는 이사회와 오너의 독립된 리더십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인식 때문이다. 다우존스 ESG코드를 전담하는 만짓주스 로배코샘 대표는 방한 인터뷰에서 "미국식 전문경영인 체제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별로 다양한 기업형태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재무적 성과로 얼마나 이어지는가에 평가의 방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경영권을 적대하는 반기업 정서와 퇴행적 행동주의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날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치·사회적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는데는 공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공적연금기금에 대한 외부적 통제장치의 부재를 지적하며 '내부적 통제장치 강화'를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내놨다.


박 연구위원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외부전문가를 위촉하는 과정에서 추천위원회가 20~30명 가량의 후보군을 확정한 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기금운용 감독위원회를 구성하고 감독위원회가 기금운용위원을 감시하는 체제를 제안했다. 동시에 "내부 강령에 따라 기금위원장이 위원을 해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전문가 위원에게 공기업 사외이사에 준하는 수준의 연봉(한국전력의 경우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현직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나현승 고려대 교수, 나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 박유경 APG 이사,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등도 패널로 나왔다. 6000억원대 규모 조선일보 통일과나눔재단 기금 관리를 담당하는 박경서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도 이날 토론회 좌장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와 관련, 이시연 연구위원은 "나는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여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보건복지부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이라는 점과 장관이 해촉 권한까지 가질 경우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명분일 뿐, 결국엔 경영권 약화가 목표라는 재계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 편향 인사가 모여 현재와 똑같은 시스템을 되풀이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장관에게 숙청(해촉을 비유한 말) 권한까지 주며 옥상옥에 지나지 않는 감시기구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두번째 발제에 나선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버린, 아이칸 엘리엇은 경영권 위협이 아니라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 "상법개정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국가기관의 통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영의지 약화 등 부작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를 '제재'로, '경영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지배권'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보호장치를 걷어내고 인수합병을 강화하는 것이 친기업 정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반기업 논리와 정부의 개입주의 정책이 결합하다보니 국민연금에 5%룰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허용하는 터무니 없는 정책이 나왔다. 기업 경영권을 공격하는 것이나 방어하는 것은 선악의 기준으로 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업 경영권에 대한 공격을 선이라 보고 방어 수단을 악으로 치부해 봉쇄하는 것은 편향된 정책일 뿐이다. 결국 기업가 의욕을 감퇴시키고 기업경제를 억압하는 부작용만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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