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융 이기주의로 비롯된 사태로 진단…은행들 "일부분 놓고 전체를 말할 수 없어"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투자자 손실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이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과 투자자간의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1일 원승연 부원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독일, 미국 등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현재 잔액은 6723억원이며 이 가운에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DLF 상품을 판매한 은행(우리·KEB하나은행), 증권사(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증권), 자산운용사(유경·KB·교보·메리츠·HDC)다. 지난달 기준으로 예상 손실률은 52.3%다. 잔액이 남아있는 상품은 210개로 3243명 투자자(법인 222개 포함)에게 7950억원이 판매됐다.
원 부원장은 "현재 현장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께 금번 DLF 사태의 근본 원인 및 경과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을 알려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향후 검사 및 분쟁조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상대적으로 검사진도가 빠른 독일국채 DLF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문제는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이 48.4%(1462명, 3464억원)에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 비중도 21.3%(643명, 1,747억원)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고령층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투자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경제활동 기회도 적어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다수 접수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또 상품 설계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자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진단했다. 은행은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에서 위험성 등 거래조건을 변경하여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했다는 얘기다.
또 금리 하락이 진행되는 동안 손실배수를 높이는 등 상품구조를 계속적으로 변경해 약 4% 이상의 약정수익률을 유지하면서 DLF를 계속 판매해왔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이 설계·운용·판매 전 부분에서 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한 문제로 보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와 잘못된 부분만 책임 지겠다는 은행간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여의도 금감원 사옥 앞에서는 피해 손실을 전액 환불해달라는 투자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또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은행 판매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이 다루기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은행 판매를 제한하더라도 다량의 고객데이터를 보유한 은행이 없으면 증권사들도 판매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적한 사안들을 보면 결국 부분적으로 드러난 문제"라며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대안이 나오겠지만 금융업 전체를 이기주의로 몰아 판매를 제한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윈장은 "판매제한은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은행도 다양한 위험도를 갖는 투자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업으로 인식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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