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점진,자율 재벌정책 바뀌나

재계가 새로 들어설 정부의 재벌개혁이 '신속한 정책 추진'으로 급선회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이미 표방했던 '점진·자율·장기의 재벌개혁' 원칙에서 벗어날까 긴장하면서도 당선자 진영 안에서 정책 조율이 매끄럽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내놓았다.

이는 4일 저녁 노동일보 인터넷사이트 레이버월드(www.laborw.com)를 비롯해 각 언론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재계가 새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 도입 등에 대해 자꾸 흔드는데 정면돌파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노당선자는 지난 3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출자총액 제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상속·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등 재벌개혁 3원칙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며 “집단소송제를 반대하는 것은 앞으로 허위공시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경고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 상무는 5일 “국민이나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인데 기업들이 장기·점진·자율이라는 원칙에 맞게 차분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한달도 안돼 정면돌파식의 급속한 개혁 드라이브는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자측이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하던 일을 놔두고 다시 그것 준비에 또 집중해야 한다”며 “구체적 개혁안이 나오면 행정절차법 등의 절차에 의거해 보완적인 내용을 건의, 재계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기업원의 최승노 기업연구실장은 노무현 진영의 개혁 철학에 대한 비판론을 폈다. 그는 “노동, 기업, 금융, 공공부문의 4대개혁중 기업개혁이 가장 잘 된 부문으로 현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혁이 가장 더딘 공공, 노동부문의 개혁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기업부문보다는 공공, 노동부문 개혁을 줄기차게 해야 사회가 앞서가고 설득하기 어려운 것은 설득해나가는 것이 위대한 정치가일 것이다”는 훈수도 하고 나섰다.

L그룹 고위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차기 정부의 정책혼선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기 업경영하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그룹 임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난 정책은 없다”고 전제한 뒤 “추이를 살펴 볼 일”이라고 말했다.

/ 한계희 기자 gh01@laborw.com / 정병기 기자 armsjeong@labor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