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생보사 상장 방안 놓고 첨예한 대립
보도일 : 2003년 07월 27일
보도처 : 연합뉴스, @
금감위 제출 11개 기관 의견 제각각
계약자 배당은 6대4로 반대 우세
박성제기자 = 생명보험회사 상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된 각계의 의견은 예상대로 타협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금감위에 따르면 시민단체와 연구기관 각 4곳과 업계 대표 3곳 등 모두 11개 기관이 생보사 상장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생보사의 성격 규명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의 타당성 ▲계약자 배분시 방법 등 쟁점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핵심 쟁점인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에 대해 시민단체 중 참여연대와 경실련, 함께하는 시민행동, 그리고 연구기관 중 금융연구원 등 4개 기관이 찬성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교보생명, 생명보험협회 업계 대표 3곳과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한국상사법학회, 자유기업원 등 6개 기관은 반대했으며 보험학회는 과거 공청회 자료 중 패널의 토론 내용만 송부한 채 중립을 지켰다.
지난 6월부터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금감위는 이들의 의견서를 심도 있게 분석한 후 다음달 이들 기관이 참가한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상장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상장차익 계약자 배분이 대세
참여연대는 생보사가 실질적으로 상호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에 따른 이익을 계약자들에게도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인 상호회사의 근거로는 유배당 상품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자산과 내재가치가 형성됐으며 경영 위험을 계약자와 주주가 공유해 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차익은 계약자와 주주의 공헌도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돼야 하며 89년∼90년 재평가차액 중 내부유보금으로 남아 있는 계약자 몫(삼성생명 878억원, 교보생명 662억원)을 전액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주식 배당은 현행법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당국이 상장 요건으로 주식 배당을 제시하고 수용 여부를 생보사들이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참여연대보다 한 술 더 떠 자산재평가차액 중 내부유보금으로 남아 있는 계약자 몫을 전부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돌려줄 뿐 아니라 상장에 앞서 다시 한번 재평가를 실시해 평가차익을 계약자에게 주도록 제안했다.
이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후 10년이 넘었고 이 사이에 자산, 특히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연대'도 과거에 재평가차액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분한 것을 보면 정부와 생보사도 계약자가 회사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내부유보액을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주식 배당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금으로 배분하는 차선책을 내놓고 계약자 지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즉, 내부유보액에 대한 재평가 후 이에 상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배분하고 상장 후 일정 시점에 상장 실현 이익과의 차액을 다시 현금으로 나눠 준다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그러나 주식회사도 배당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생보사를 실질적인 상호회사로 규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재평가차액 중 내부유보액은 장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보돼 있는 돈일 뿐 자본 전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자에게 나눠 주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생보업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삼성생명은 생보사가 주식회사라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상장차익이 어떤 형태로든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생보사 상장을 위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없으며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추진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내부유보금은 안정적 계약자 배당이 가능하도록 회사에 유보시켜 둔 것으로 주식이든 현금이든 배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장 방안이 8월 말까지 마련돼도 연말까지는 상장이 어려울 것에 대비, 현재 유예되고 있는 재평가차익의 법인세 납부 시한을 다시 연기하도록 요청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상장을 전제로 재평가를 실시했으므로 상장이 되지 않으면 재평가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하는 입장인데 증시 사정 등으로 상장이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세금 납부 유예 기간을 연장받았다.
교보생명도 주식회사 상장의 일반 원칙이 생보사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법률, 규제, 행정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또 내부유보금은 관련 규정에 따라 자기자본에서 제외돼 있어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동안 계약자 배당을 충실히 해 왔기 때문에 상장에 앞서 재평가를 하는 데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생보협회도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주식회사에는 성립할 수 없으며 이는 부실 경영에 대한 손실이 계약자에게 부과돼야 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론이라는 의견을 냈다.
◆상사법학회 "계약자 배당은 위법"
상사법학회는 생보사 상장의 본질은 법적인 문제로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해결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장 등에 문제가 생긴다는 해석을 내렸다.
국내 생보사의 경우 '실질적으로 상호회사'라고 주장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재평가적립금 중 내부유보금의 자본 전입은 상법상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보장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당국은 생보사 상장과 관련된 원칙과 기준만 제시하고 상장은 요건을 갖춘 생보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사법학회는 다만 사회 정의 차원에서 상장이익의 상당 부분을 노인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자유기업원도 내부유보금을 주식으로 배당하는 것은 상법에서 규정돼 있는 주식회사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법과 시장 경제 원칙에 따르지 않는 포퓰리즘에 의한 기업공개는 국가 신인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및 공적자금 회수 등과 연결돼 생보사 상장이 논의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전제한 뒤 내부유보금 중 일정 비율을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당하되 비율에 대해서는 해당 생보사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학회는 2000년 두 차례 열린 보험학회 주관 공청회 자료 중 패널 토론 내용만 제출하고 상장 방안 마련에 참고하도록 주문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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