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정부, 올해 경제운용방향,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작, 한-칠레 FTA 2003년 처리 무산...

권혁철 / 2004-01-05 / 조회: 12,352       KBS1라디오 생방송일요일 2부

■ : 주제, ▶ : 사회자 질문, ▷ : 권혁철(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답변

■ 정부, 올해 경제운용방향

▶ 정부가 지난 해 말인 30일에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경제민생점검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동시에 열어 ‘2004년 경제운용방향’을 확정ㆍ발표했는데, 우선 올해의 경제운용방향의 핵심 골자는 무엇인가?

▷ 한마디로 표현하면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다는 것임. 공식적인 실업률은 3%대라는 높지 않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재경부의 고위간부도 실업통계를 믿지 말라고 실토했듯이 상당수의 경제활동인구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상태로 실업자 계산에서 빠져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2배 이상 된다는 추산임. 더구나 청년실업문제는 더 심각한 상태임.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2004년 경제운용의 최우선 목표로 내건 것은 이러한 긴박감의 표현이며 적절한 선택이라고 봄.

▶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 부문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임. 이를 위해 제조업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금융 및 세제지원을 서비스업에도 확대적용하고 이들이 내는 각종 부담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음. 또 통신, 정보, 물류, 디자인, 환경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현행 ‘매출액의 4분의 1’에서 ‘매출액의 3분의 1’로 확대할 방침임. 또 정부는 현재 유한킴벌리가 실시해 33% 정도의 고용증대효과를 보고 있다는 ‘일자리 공유’방식을 다른 기업들에게도 확산시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접근은 주5일 근무제 도입에서 보듯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음.

▶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 토지관련 규제완화가 많은데, 먼저 기업들이 투자에 필요한 토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현재 약 120여개 법령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있는 토지관련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토지관련법률을 국토계획법으로 일원화하는 등 공장증설을 막는 토지규제를 푼다는 계획임. 수도권에서의 공장증설도 그 허용폭을 확대하기로 했음. 또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5백만 달러 이상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주권을 부여함으로써 비자발급에 따른 불편을 덜어주기로 했음.

▶ 올해에도 경기부양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주요 경제지표 전망은?
▷ 정부는 올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5%대로 높아지고 실업률은 3%대 초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 내외, 경상수지 흑자는 50억-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


■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작

▶ 이동통신업체를 바꿔도 예전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1일 시작됐다. 우선은 SK텔레콤 가입자들이 번호를 유지하면서 KTF나 LG텔레콤으로 옮길 수 있으며, KTF 가입자는 오는 7월 1일부터, LGT 가입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통신업체를 바꿀 수 있음. 시행 며칠이 지났는데, 이동상황은 어떤가?

▷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약 1만1천여명의 SK텔레콤 가입자들이 KTF와 LG텔레콤으로 통신업체를 바꾼 것으로 조사됐음. KTF로는 약 4천 2백명, LG텔레콤으로는 약 7천6백명이 이동한 것임. 그런데 이동신청을 하는 가입자에게 승인을 해 주어야 하는 SK텔레콤의 번호이동성관련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하여 가입전환 성공률이 50%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실제 번호이동 신청자는 약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음.

▶ 번호이동을 하는 절차와 문제점은?

▷ 업체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새로 가입하려는 통신업체의 점포에 가서 번호이동 수수료 1천원과 새 통신업체 가입비를 내고 신청하면 모든 절차가 일괄처리됨. 주의 할 것은 한번 이동하고 나면 석달동안은 다시 옮길 수 없다는 점임. 다만 새로운 업체의 통화품질이 불량한 것으로 인정되면 14일 안에 이전업체로 되돌아갈 수 있으며, 가입자가 직접 번호이동관리센터(www.ktoa.or.kr)에 신청하면 석달 안에도 다시 옮길 수 있음. 또 요금 체납자는 연체요금을 모두 납부한 후에야 이동이 가능하며, 선불요금제 이용자는 대부분이 단기가입이거나 대여전화 이용자인 점을 감안해 번호이동 대상에서 제외됐음.
단말기와 관련하여서는 셀룰러 방식인 SK텔레콤과 PCS방식인 KTF, LG텔레콤 사이를 오갈 때는 호환성이 없으므로 새 단말기를 사야 함. 또 기존 통신업체에서 쌓아놓은 마일리지는 기존업체에서 계속 사용하거나 새로운 업체에서 승계하도록 되어 있어 마일리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음.

▶ SK텔레콤의 전산망 오류에 대해 SK텔레콤측은 결코 의도적으로 야기한 것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는 반면 KTF와 LG텔레콤 측은 SK텔레콤이 전산망 오류를 핑계로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KTF와 LG텔레콤의 주장에 따르면 월평균 사용요금이 높은 가입자의 번호이동 인증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며, 전산오류에 대한 구체적 처벌조항이 없고 이를 강력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면 번호이동성은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음. 여기에 SK텔레콤은 1일 다른 사람이 자사가입자에게 전화를 걸 때 ‘SK텔레콤 네트워크’라는 안내가 먼저 나오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KTF와 LGT의 반발을 사고 있음. 물론 SKT은 이것이 번호는 틀리더라도 자사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는 ‘통화품질실명제’ 서비스라는 항변임.

▶ 이러한 혼란에 주무부서인 정통부도 가세하고 있다는데?

▷ 당초 정통부가 SK텔레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번호이동성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이동통신시장이 SKT이란 지배적인 사업자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 유효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업체들간 품질과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여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것이었음. 그런데 최근 정통부는 번호이동성 제도는 이용자 편익을 위한 것이지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정책방향의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임.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후발사업자에게만 적용하던 약정할인제를 지난 12월 31일 선발주자인 SKT에게도 전격 승인해 주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임. 하지만 어느 정도 경쟁의 틀이 잡혔고 따라서 유효경쟁체제 구축은 업체들의 몫이라는 정통부의 주장은 일리가 있음. 후발주자를 키우기 위해 선발주자의 발목을 잡는 식의 정책은 지양해야 하며,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임.


■ 한-칠레 FTA 2003년 처리 무산, 1월 7일께 재상정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해말 본회의에서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표결에 실패, 법안이 유보되면서 결국 올해인 2004년까지 넘어오게 됐음. 무엇보다도 국가신용도 하락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는데....

▷ 비준안 처리가 유보된 직후 외교부 관계자가 “협정을 맺어놓고 국회비준을 못받아 1년 이상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지 못한 전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앞으로 누가 한국과 협상하고자 하겠느냐고 반문한 것이 적절한 표현으로 보임.

▶ 이번에 법안이 유보되었고, 이에 따라 오는 1월 7-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처리 여부는 어떤가?

▷ 지난 국회 본회의 상정 때에 전국농민연대 소속 1500여명의 농민들이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농민단체들의 반대가 심하고, 또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반발도 수그러들고 있지 않는데다가 4월에 총선이 계획돼 있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올 상반기 중에도 발효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임.


■ LG카드 산업은행이 위탁경영

▶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LG카드의 4개 채권은행이 LG카드 처리방안을 마련했음. 물론 16개 채권금융회사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결정이 되는 것이겠지만, 논의됐던 주요방안은 무엇인가?

▷ 지금까지 채권단 공동관리방안이 계속 거론되어 왔지만, 손실분담액을 둘러싸고 국민은행과 농협이 강하게 반발을 하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들 두 금융기관의 손실분담액의 일부분을 산업은행이 대신 떠안으면서 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 등 4개 은행이 LG카드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동관리를 추진하되 최대주주가 되는 산업은행이 위탁경영을 맡기로 한 것임. 또 중요한 것은 LG카드에 대한 대출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뒤 90% 이상 대규모 균등감자, 즉 자본금감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임.

▶ 출자전환과 균등감자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16개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받는 즉시 보험사를 제외한 10개 채권은행은 2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게 됨. 그러면 기존의 대출금 2조원과 합쳐 총 대출금은 4조원이 되는데, 이 중 5천억 내지 1조원을 우선 출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임. 1조원을 출자전환하면 감자비율은 44대1이 되고, 5천억원을 출자전환하면 감자비율은 32대 1로 낮아짐. 그런 다음 추후 나머지 금액도 모두 출자전환할 예정임.

▶ 균등감자의 자세한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균등감자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 90% 대의 균등감자가 결정되던 지난 2일 LG카드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따라서 이날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는 것이 불가피해졌고, 나머지 주식보유자들도 감자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임. 그러나 CB로 불리는 후순위전환사채나 BW라 불리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적어도 원리금 손실은 면할 것으로 보임. 다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차익은 사라지게 됨. 또 특정금전신탁이나 불특정금전신탁이나 관계없이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만기 때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임.

▶ 5일까지 이 방안에 대한 채권단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인데, 합의의 가능성은 있는지, 그리고 이 방안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LG카드가 정상화될 될 것인지?

▷ LG카드를 청산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정부가 산업은행을 내세워 반대하는 은행들을 무마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커 보임.

▶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LG카드가 이번 방안으로 정상화될 것인지 여부인데...

▷ 합의 이후 합의방안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과연 LG카드가 정상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임. 올 한해 당기순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 산업은행관계자의 말에 비추어봐도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임.


■ 올 증권시장 전망과 과제

▶ 아시아 증시는 물론 지난 2일 금요일에 올들어 첫 문을 연 증권시장이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하며 힘차게 출발하면서 올해 증권시장에 쾌조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올 증권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은?

▷ 올해는 주가가 내리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임. 우선 경제전망이 작년에는 겨우 2%대의 성장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5%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임. 또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경제 역시 회복세에 있으면서 우리의 수출이 계속 호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기 때문임.

▶ 하지만 정치불안이나 카드사태 등에 묻혀 기회를 잃어버린 경험도 있는데, 올해에도 총선이 있고 여전히 남아있는 카드사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않을 것임. 연초 대세상승의 기대감이 현실로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임.


■ 단체수의계약 둘러싸고 공정위와 중기청 및 기협 갈등

▶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을 위한 단체수의계약의 품목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청했지만, 기협중앙회와 중기청이 크게 반발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나와 갈등을 빚고 있다. 먼저 단체수의계약이란 무엇이며, 갈등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청 및 감사원과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단체수의계약 품목 총 148개 중 68%인 1백 개는 단체수의계약 품목으로 부적절하므로 축소할 것을 중소기업청에 요청한 것임. 이에 대해 중기청은 11개 품목만을 줄이는 대신 2개 품목을 추가하여 총139개 품목을 내년도 단체수의계약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임.

▶ 중소업계의 입장은 찬반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 이 제도의 혜택을 보아온 업체들은 축소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에, 혜택을 보지 못하는 업체들은 오히려 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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