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세계경제 패권은?

자유기업원 / 2005-07-13 / 조회: 8,471       매경이코노미, 61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Unipolarity)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구소련의 붕괴와 경제에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90 년대 이후 미국의 유일강국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정치적 통합까지 목표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10년 후에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지속될 수 있을까? 직장인들은 10년 후 세계 경제 패권국으로 ‘중국’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37.5%의 응답자가 중국이 2015년 세계 경제 패권국으로 등장할 것이라 답했다.

다패권시대가 전개될 것이란 견해도 34.7%로 나타났고, 미국을 꼽은 응답은 25 .1%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에 무게감을 두고 있음이 드러난다.

글로벌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기축통화에 있어서는 그러나 10년 후에도 여전히 미국 달러화일 것이란 의견이 62.7%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다통화 시대(24.1%), 유로 (8.9%) 등으로 나타났다.

달러화를 대체할 만큼 신뢰성 있는 통화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인데, 이는 앞서 패권국가로 중국을 첫 손가락으로 꼽은 설문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10년 후 세계 경제 패권과 기축통화의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미국 중심 세계질서’ 와 ‘달러 기축통화’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1. 팍스 아메리카 vs 중화주의 ■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는 향후 10년간에도 큰 변화 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은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능률 극대화와는 거리가 있다”면 서 “정부주도의 경제 성장에서 완전한 시장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정치, 사회, 민주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할 위치에 있지 못 하다”고 말한다.

경제발전속도와 규모, 영향력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파워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 현오석 무역연구소 소장 또한 “10년 정도의 기간 안에 미국 중심의 현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이후에도 상당기간 미국 패권 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본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제적으로 EU, 중국 등의 역할이 증대할 수는 있지만 패권 추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면서 “이미 80년대 일본이 미국경제에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EU 또한 정치적 통합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그 반증이다”고 설명한다.

일반인 설문결과와 달리 전문가들이 10년 정도 내에 중국이 패권국으로 등장하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는 중국의 정치 사회 시스템이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중국경제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면서 “금융이나 정치, 사회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은 미국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고 평가한다.

양적 팽창만으로 경제 패권을 논할 수는 없다는 것. 미국 패권에 대한 한국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창록 고려대 국 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국제기구, 시민사회를 축으로 자유화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세계 정치 질서는 매우 확고하다”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중국이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서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 있겠지만, 국제 경제 질서의 네트워크란 측면에서 보면 일본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중국이 압도적 힘으로 패권을 행사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중국이 현재의 경제 성장과 정부의 강한 통제를 10년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미국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럼 언제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전성철 원장은 “30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 답한다.

현 소장과 유병규 상무는 “장기적으로 봐야할 문제”라는 의견. 유상무는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중국 에 의존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 2. 달러 vs 유로 ■ 

경제 패권의 또 다른 상징인 기축 통화에서도 10년 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 정문건 전무는 “최근 유럽헌법 제정 문제가 난항에 부닥치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만큼 달러의 위상은 확고하다”면서 “달러화 중심의 통화 체제의 큰 구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 내다본다.

EU내 개별 국가의 경제력 격차가 심한 데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계속되는 만큼 기축통화시스템 에서도 차이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오석 소장은 “달러와 유로를 중심으로 한 통화체제에 10년 내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면서 “중국 경제가 취약한 부문이 있는 만큼 위안화가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도 10년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고 밝힌다.

김정호 원장은 달러화 사용은 일종의 스탠더드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독특한 의견이다.

김 원장은 “미국의 패권과 상관없이 영어 사용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 듯 달러가 미국 돈이란 개념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통용되는 화폐로 자리 잡는 것 같다”면서 “달러 사용 뿐 아니라 홍콩달러나 싱가포르달러 처럼 사실상 달러에 고정돼 있는 유사 달러도 늘어날 것”이라 말한다.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달러화 대체 논의에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유병규 상무는 “중국경제 성장에 따라 위안화 영향력이 커질 수 있지만 기축통화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며 “한·중·일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부문 협력 을 강화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 밝힌다.

정문건 전무 또한 “동북아 지역에서 한·중·일이 새로운 화폐를 통용하는 일은 기대난”이라며 “통화와 관련돼 부분적 협력은 가능하겠지만, 중국 경제 고도화가 요원한 만큼 위안화가 기축 통화의 하나로 사용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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