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사가 이례적인 ‘평화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본홍 사장에 이은 배석규 사장 체제를 돌아봐도 확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구 사장을 벼랑으로 밀어붙였던 투쟁의 기조를 배 사장 때에도 이어갔다.
‘낙하산 사장’ 프레임을 짜 구 사장을 압박한 노조는 조합원 대량 징계 등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정방송협약 등 나름의 성과를 얻어냈다. 끝장 투쟁에 밀린 구 사장이 노조의 요구를 거의 전폭적으로 수용한 결과였다.
당시 노사가 맺은 협약 내용은 △사장의 공정보도 준수·공표 의무 △정례회의 2회·임시회의 3회 미개최시 보도국장 신임투표 △공방위의 해당자 징계·보직 박탈 결정시 사장의 ‘존중 의무’ 등 제재안이 포함됐다. YTN 보도를 노조에 완전히 내주는 수준의 협약 내용이다.
소위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후 첫 임명된 구본홍 사장에게 사실상 백기투항을 받아낸 노조는 이어 들어선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도 강경 투쟁의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구 사장과 달리 배 사장은 노조 압박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언론감시시민단체 ‘바른언론연대’와 자유경제원 공동주최로 열린 ‘공영방송사들의 실태 및 문제점’ 세미나에서 발표된 'YTN의 소유구조와 노조의 정치성' 발제문에 따르면, 구본홍 사장에 이어 2009년 10월 취임한 배석규 사장을 둘러싸고도 노조는 ‘낙하산 사장 반대’ 논리로 계속해 투쟁해나갔다.
2009년 8월 사장 불신임투표, 제작거부 결의 등을 이어갔고, 이에 대해 배석규 사장은 징계, 해고자 출입 금지 등으로 맞섰다.
배 사장은 구본홍 사장 시절의 단체협상을 깨고 김백 경영기획실장을 보도국장에 임명하는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또 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YTN 노조의 대표적 프로그램 ‘돌발영상’ PD를 대기발령 조치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배 사장은 전임 사장이 맺었던 보도국장 복수추천제를 규정한 ‘공정방송을 위한 YTN 노사 협약’을 무효화하고 회의참석을 거부하는 등 노영방송 YTN 개혁 작업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노조는 전임 사장 시절 해고된 6인 복직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배 사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는 끝에 ‘3인 복직’, ‘3인 해고’ 판결이 났다.
YTN 노조가 조용하니 좋다? 평화로운 시기에 ‘반정부 보도’ 아이러니
노조는 당시 징계를 받았던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복직한 3인을 재징계했던 YTN이 최근 법원1심 판결 결과, 징계 무효가 나오자 사측에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YTN 조준희 사장 측은 ‘반박근혜 보도’ 등 팩트를 근거로 “노조와 야합했다”는 안팎의 비판이 부담스러웠던 듯, 일단 항소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측의 태도를 놓고 “형식적 제스추어”란 평가도 나온다.
구본홍 사장 때 끝장 투쟁의 실력을 보였던 노조는 “공정방송과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을 명분으로 2012년 방송사 총파업 때 참여했다.
또한, 그해 4월 언론노조KBS본부가 2009년 9월 3일 총리실에서 작성한
노조는 이 문건을 근거로 2012년 4월 16일 배석규 사장과 법무팀장, 감사팀장, 전 보도국장 등 YTN 간부 4명을 불법사찰 증거인멸 공모와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또 김모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장과 원모 조사관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이후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노조의 투쟁이 상당히 정치적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노조의 이 같은 역대 투쟁 사례로 볼 때, 유난히 평화로운 조준희 사장 체제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심경은 복잡하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YTN의 편파보도가 도를 넘는 경향을 보이는데도 정작 노사 간 ‘평화 무드’로 인해 YTN 보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극성인 언론사 노조가 조용하면 좋다는 안이한 인식이 이 정권에 퍼져 있는 탓에 정작 언론의 공정보도는 요원해지고 있다”며 “YTN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노사관계를 보이는 것 같지만 동시에 반정부 보도가 가장 극심하다는 사실이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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