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같은 문화 상품들의 저변을 흐르는 공통적인 코드는 반(反)재벌 성향이다.
탐욕의 화신인 소위 자본가들이 양극화의 주범이자 사회 악(惡)으로서 가난한 서민들을 괴롭히고 착취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야말로 과거 운동권이나 믿었던 마르크스주의적 자본관을 우리 사회 전체가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간 <자유주의 자본론>은 여러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런 맹목적인 반(反)자본관의 오해를 풀고 자본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 작업에 나선 전문가들은 김승욱(중앙대)·신중섭(강원대)·김행범(부산대)·최승노(자유경제원)·박종운(시민정책연구원)·김광동(나라정책연구원) 등 6명이다.
저자들은 자본에 대해 편견이 생긴 원인과 유래로 마르크스주의를 주목했다. 예컨대 신중섭 교수는 ‘자본에 대한 편견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19세기 말 사회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그 당시 경제생활의 가장 어두운 측면인 착취, 불평등, 억압을 언급하기 위해 만들어낸 비판적 조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잘 발전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불평등과 억압이 최소화됐다는 역사적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행범 교수는 마르크스주의자들 외에 현대 사회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자본주의에 원한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놨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바람직한 지위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의 좌절된 야망에 대한 원한이 자본주의가 비난받는 또 하나의 이유’라는 미제스의 설명을 인용했다.
이 책은 지난해 <신자본론>을 출간, 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토마스 피케티의 오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종운 위원은 ‘피케티는 자본가의 수입인 자본 수익률이 일반인들의 평균수익률인 경제성장률보다 높다고 했는데, 이는 실패한 사업가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헌신적으로 충성 봉사를 한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가 부자라는 점에 대해 마르크스와 피케티가 모두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이란 무엇일까? 최승노 부원장은 ‘우리 모두는 자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동도 자본의 부류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본이 늘어갈수록 더 많은 투자가 생기고 더 많은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본이 일자리 창출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자본과 노동은 서로 적대관계가 아니라 동지라는 설명이다. 최 부원장은 “현대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자본가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자본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책을 엮은 김승욱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학적 관점에서 결국 자본가의 소득이 사회에 유익을 가져온다면서 자본의 역사적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와 같은 자본과잉 시대에는 실질이자율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에 아이디어 등을 가진 사람들이 더 유리하며, 자본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부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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