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비판 6: ‘헬조선’이라는 용어의 쓰임에 대한 고찰, 그리고 청년
2015년 초 한 좌편향 언론 매체들이 '지옥 불반도 헬조선’을 다룬 칼럼을 실어 나르면서부터였나보다. 이놈의 '헬조선’타령이 시작된 시점이. '사상 최악의 실업난’이라는 수치와 이른바 '수저 계급론’과 함께, SNS상에서 '헬조선’이 바라보는 2015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구직난을 겪고 있다는 기사 덧글란에도, 몰고다니던 외제차를 박살 낸 것이 부모에게 걸릴 까 전전긍긍하다 자살한 서울대생 기사 덧글란에도 모든 것은 헬조선 탓이다. 여기에, 민족정론지를 자처하고 있는 모 대형 언론사까지 '지조 없이’ 헬조선 프레임에 가세했다. 헬조선은 이 용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용도와는 다르게 '(특히) 우리 청년 대학생이 힘든 것은 우리의 노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상한 탓이야!’ 라는, 한 마디로 사회탓, 남탓의 '덜 찌질 해’ 보이는 용어로 변질 됐다.
'헬조선’ 이라는 용어의 유래
본디,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현재 SNS상에서 좌파들이 애용하고 있는 쓰임과는 전혀 달랐다. Hell(지옥)+朝鮮(조선). 이 용어를 처음 즐겨 사용하던 사람들은 이를테면 『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라든지, 비숍 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에 나타난 조선 말기 풍습과 생활상의 미개함에 주목했다. 당장 제국주의 국가들이 나라를 야금야금 씹어 삼키고 있는데 강녕전 앞마당에 커다란 솥뚜껑을 묻음으로써 외적이 물러나기를 기대했던 왕비 전하의 미개함, 이웃 국가들이 도시를 설계하고 있을 때 '견물생심(見物生心)’의 기치로 상인을 천시하고 수레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조차 뚫지 않았던 선비 나리들의 미개함, 개간을 할 농업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아 어느 누구도 일을 하지 못하고 하릴 없이 담뱃대나 물고 있는 백성들의 미개함까지. 그래서 경제 수준과 국방력 수준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만연해 있는 미성숙한 시민의식과 불합리한 관습법들, 어른들의 꼰대문화를 자조적으로 비꼬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헬조선’이었다. 그러니까 '헬조선’은, 우리 자신들의 미개함을 '미개하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하기보다 '헬조선이 그렇지 뭐!’하고 한 바탕 껄껄 웃어재끼는 여유까지 장착한 매우 해학적이고 나아가 성찰적이기 까지 한 용어라는 것이다. 기본 성질이 자조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양해야 하는 것인데, 무엇이 그리 자랑스럽다고 언론사마다 앞 다투어 헤드라인에 장식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이 한국인을 낮추어 부르는 용어가 조센징이라지. 명실상이 국가를 새로 건국한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불구하고 미개했고 개화하지 못 하여 본인들에게 국권을 빼앗긴 나라 이름으로 여전히 한민족을 지칭한다지. 그들이 '칸코쿠들이 스스로를 헤르죠센이라고 부른다 카더라’라는 말을 하며 얼마나 웃고 있을지 아찔하다.
▲ 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 정책이 웃긴 점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에게 '서울시 공공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사업계획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청년이, 그것도 니트족 범주에 해당하는 청년이 청년수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안다고 해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이런 기만이 또 어디 있나./사진=연합뉴스 |
아주 좋은 프레임을 빼앗긴 자유민주 진영
필자가 위에서 '헬조선’의 유래를 길게 설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 프레임을 '또’ 빼앗긴 것이다. '헬조선’은 잘 만 활용했으면 미성숙한 시민의식과 비합리적인 관습법, 잔존해 있는 사이비유교식 꼰대 문화를 바로잡자는 '자유민주 시민의 교양을 갖춘 현대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선도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법치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확산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떠한가?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수저 계급론’과 함께 좌파들이 주도하는 '불쌍한 청년’ '청년이 살기 힘든 대한민국’이라는 '만들어 낸 지옥’에 기름과 용암을 끼얹어주고 있다.
정책으로 발로되고 있는 변질된 헬조선 신드롬
문제는, 이 '헬조선 신드롬’이 좌파들이 조직적으로 선동하고 있는 '불쌍한 청년’
프레임과 합쳐져 포퓰리즘적 청년 정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이재명 두 지자체장의 청년 수당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 역내의 만 24세 이상 미취업 청년들에게 일괄적으로 연 100만원 내외를 지원해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연히,
'노골적인 인기영합주의’이자 '지원 받는 청년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연 100만원을 코인
형태로 지급, 성남시 안에서 자습서와 학원비를 결제할 때만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선 이재명 시장은
인간의 본성과 그 본성으로 말미암은 '인간은 안정된 상황 속에서 발전을 멈춘다.’는 명제를 무시 했다.
이재명 시장은 청년지원금
정책을 발표하며 '살기 퍽퍽한 청년들이 연간 100만원의 지원금으로 생계의 숨통이 트이면 더 노력해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질 것’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당위’이지, 인간의 본성을 고려한 '현실’이 아니다. 이재명 시장의 정책이 성남시 청년들을
연 100만원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백수를 양산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열심히 구직중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야, 너 1년에 100만원 공짜로
생기면 뭐할래?” 친구가 답했다. “백 살래.”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이재명 시장은 청년을 복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신체와 정신이 가장 건강할 시기의 청년이 왜 복지의 대상인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지, 무슨무슨 명목의 지원금이
아니다.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그저 돈 몇 푼 쥐어주며 본인의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지자체장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한편, 이에 질세라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청년 수당의 명목상 지원 대상은 니트족(not in education/employment/training)이다. 하지만 웃긴 것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에게 '서울시의 공공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사업계획서'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평범한 청년이, 그것도 니트족 범주에 해당하는 청년이 이 청년수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안다고 해도 쓸 수 있을까. 이런 기만이 또 어디 있나. 박원순 시장은 이 정책을 밀고 나감에 있어서 '친위대 양성'이라는 비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청년수당을 제안한 한 청년단체 역시 박원순 시장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이 점에 있어서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그것보다도 질적으로 좋지 않으며 명분 또한 희미하다. (사실, 니트족 비율이 가장 많은 30~35세 청년들은 정부로부터 이미 실업수당 등의 형태로 지원금을 받고 있다.)
▲ 상품권 깡 부른 청년배당금…이재명의 위험한 포츌리즘. 정부 반대에도 올해부터 '3대 무상복지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가 20일부터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중원구 금광2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재명 시장이 청년배당금을 받은 청년들을 격려했다./사진=연합뉴스 |
박시장의 청년 정책은 한 꺼풀 씩 벗겨 들어 갈수록 더욱 가관인데, 서울시의 청년정책이라는 '설자리'(청년수당), '일자리'(청년뉴딜; NGO 포함 '공익추구 단체'에 인턴쉽으로 청년들이 가취업 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한 마디로 돈 받으면서 시민 단체 활동 할 수 있는 제도.), '살자리'(청년허브; 시민단체에 지원되는 주거공간으로, 특정 정치색을 띠어야 들어갈 수 있다.) 는 그야말로 '청년'을 위한다는 정책이지만 시민사회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우한, 혹은 청년들에게 시민사회활동을 조장하는 정책이다. '시민활동가’라는 비판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비판세력이 될 필요는 없다. 모두가 비판만 하고 앉아 있는 세상, 그 곳이야말로 지옥이 아닐는지. 적어도 서울특별시의 지자체장이라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자동화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청년들이여, 헬조선이라는 용어에 분개하라
청년을 결여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에게 침을 뱉어라
청년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않고 청년을 무언가 결여된, 지원의 대상으로 여기며 돈 몇 푼 쥐어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정치인들의 오만에 분개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의 집권에 '불쌍한 청년’프레임을 이용하려는 특정 세력에 마땅히 쓴 소리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결코 헬조선이 아니다. 사실, 굳이 따지고 보자면 헤븐한국이다. 새벽2시에 여성이 혼자 돌아다녀도 신변에 위협이 없는 나라,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는 나라, 너도나도 해외여행 한 번 쯤은 다녀오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프로나 되겠는가. 물론, 필자도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수저, 미스릴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을 보면 샘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정주영이라는 위대한 기업가가, 노무현/이명박이라는 서민 출신 대통령이 보여주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청년이 힘든 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어찌보면 당연하다. 아버지 세대는 산업화의 꿀을 빨아먹어 대학만 나오면 취직하지 않았냐고? 아니다. 그 분들은 영양부족으로 인한 버짐을 얼굴에 달고 산 세대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으로 헬조선이니 수저계급론이니 하는 기사를 보며 낄낄 대며 공유해 댈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하자. 지옥과 천국은 바로 자기 자신의 가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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