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법과 원칙의 노조, 제자리 찾아가는 지름길

자유경제원 / 2016-02-08 / 조회: 6,835       미디어펜

레이건과 노동조합

1. 서론

미국의 40대 대통령을 지낸 로날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노조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 1981년 연방공무원인 항공관제사들(air-traffic controllers)의 파업에 대해 그가 대체근로로 대응한 것을 보고 친노조 성향의 언론인이나 학자들이 그렇게 딱지를 부쳤기(labeling)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는 Screen Actors Guild(SAG)라는 영화배우 노동조합의 1년 임기 위원장(president)을 1947년부터 1952년 그리고 1959년 등 7년에 걸쳐 할 정도로 노동운동에 전력했었고 첫번째 부인이었던 Jane Wyman은 이혼사유의 하나로 노조활동등과 관련한 정치적 견해 차이를 들었다.

본고는 항공관제사노조(Professional Air Traffic Controllers Organization: PATCO)의 파업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의 대응으로부터 노동정책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그의 견해를 살펴본다.

2. 항공관제사노조(PATCO)의 파업과 대응

항공관제사노조(PATCO)는 1968년 항공관제사들의 전문적 협회(a professional association)로 설립되었으나 정부(U.S. Civil Service Commission)가 1969년 노조로 판정하였다. 항공관제사들은 연방공무원으로 파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연방법을 피해 가기 위해 1969년, 1970년 일제히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병가파업(sickout)을 했고, 이를 통해 노조의 교섭권인정, 임금인상, 인원증원, 교육훈련 재개, 자동화 등을 얻어내었다.

항공관제사노조는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높은 임금을 받는 화이트칼라 노조로 전형적인 귀족노조(aristocracy of labor) 또는 엘리트노조(elite unionism)이다.1) 이들은 대부분 미군에서 기술을 익혀 제대 후 항공관제사가 되었으며 대졸자는 아니지만 중산층이었다. 항공관제사는 그 전문성과 중주척 역할 때문에 공항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며 대체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대체탄력성(elasticity of substitution)이 낮다고 표현한다. 대체탄력성이 낮은 직종은 노동수요탄력성(elasticity of labor demand)이 낮다. 노동수요탄력성이 낮으면 임금이 많이 올라가도 노동수요가 크게 줄지 않으므로 이런 직종에 노조가 결성되면 교섭력이 커서 단체교섭을 통해 높은 임금을 챙길 수 있다. 항공관제사노조가 바로 이런 노조이다.

1981년 8월 3일 항공관제사노조는 연방법이 금하고 있는 파업을 단행했다. 공항은 마비되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이 파업을 미국 경제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즉각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하였다. 약 13,000명의 항공관제사 중 1,300명만이 업무에 복귀했다. 레이건은 48시간 내에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될 것임을 천명하고 동시에 교통부장관에게 대체근로 및 비상대책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정부는 여러 대책을 동원하여 50% 정도의 항공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레이건은 8월 5일 복귀하지 않은 11,345명을 해고하였고 평생 연방공무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였다.2) 이 빈 자리에 대체근로자로 파업불참자, 감독자, 군의 항공관제사 등을 투입하였다. 장기적으로는 3년이 걸리는 항공관제사를 양성하여 충원하였다. 파업 전의 인력 수준을 회복하는데 거의 10년이나 걸린 힘든 과정이었다. 항공관제사노조는 벌금이 부과되었고 결국 파산했으며 1981년 10월 22일 연방노동위원회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 의해 단체교섭권이 취소되었다(decertified).3)

   
▲ 레이건의 정책 성공이 주는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정 반대로만 나아가고 있다. 날로 비대해지는 정부, 말로만 외치는 규제철폐, 증세정책과 떼쓰기가 통하는 원칙 없는 노동정책은 대한민국이 경제번영이 아닌 ‘경제퇴보’의 길로 가도록 만들고 있다./사진=자유경제원

1980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항공관제사노조는 레이건 후보를 지지했으며 노조가구 유권자의 45%가 레이건에 투표하였다.4) 그러나 레이건은 자기를 지지한 노조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법과 원칙을 고수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단호함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총 39번의 연방공무원노조들의 불법파업이 있었지만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연방공무원노조들은 기세가 한껏 올라 있었다. 이것은 미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1981년 1월 20일 취임 후 세 달이 안 된 3월 30일 암살 기도에서 12일만에 퇴원하는 등 빠르게 회복함으로써 미국민들에게 감명을 준 레이건은 항공관제사노조 파업에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처리함으로써 강력한 지도자로 각인되었다. 이것은 또한 소련 지도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어 향후 대소련 외교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5)

레이건이 항공관제사노조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항공편 축소, 공항이용의 불편, 항공사고 발생 가능성 증대 등 많은 비용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으로 결코 인기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 결정이었다.

파업 중인 근로자를 외부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대통령이 솔선수범함으로써 노조의 파업권에 대응하여 사용자의 경영권이 실제적으로 보장되었고 사용자와 노조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었고 임금이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Allen Greenspan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6)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그 당시에는 매우 논란적이었던 국내 조치는 1981년 8월 항공관제사들의 해고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하는 연방공무원의 직을 박탈한다는 법을 적용했다. 이 조치는 어떤 대통령도 그 법을 집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믿었던 사람들을 동요시겼다. 주지하듯이, 레이건 대통령이 승리했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조치가 이전에는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던, 근로자의 채용과 해고에 대해 민간 사용자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강화된 것이다.”

역사학자인 Joseph A. McCartin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유사한 평가를 한다.7)

“30년전 오늘 항공관제사들이 불법파업을 취소하지 않으면 약 13,000명의 항공관제사를 해고하겠다고 레이건 대통령이 위협했을 때, 그는 대통령직을 탈바꿈시겼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직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3. 진정한 친노조주의자

친노조 성향의 학자와 언론인들은 레이건 대통령이 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항공관제사노조 파업 이후 노조조직률이 급감했다고 주장한다.8) 그러나 노조는 레이건 행정부 이전부터 위축되고 있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노조조직률(union density: 피용자 중에서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950년대 36%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였다. 레이건이 집권하기 이전인 1970년대 말부터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었고 레이건 대통령의 2차 임기 동안은 하락 속도가 오히려 완화되었다.

   
▲ 그림 1. 미국 노조조직률 추이./자료=http://www.indyweek.com/pdf/030409/union-density.jpg

1980년 선거유세 중 노동절 날 뉴저지의 Liberty State Park에서 한 연설에서 레이건은 다음과 같이 자유노조와 단체교섭을 지지하였다.9)

“그들은 자유노조와 단체교섭이 금지되면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들은 자유가 한 세대 만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여러분과 나는 여기서 자유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는 우리 자녀들에게 전수되지 않고 세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오늘날 폴란드의 근로자는 자유가 얼마나 비싼지 그리고 자유가 그 가격을 지불할 정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새로운 세대에게 보여준다.”

레이건 대통령은 항공관제사노조 파업 후 한 달도 채 안된 9월 시카고에 모인 노조원 앞에서 노조와 단체교섭의 긍정적 기능을 역설하였다.10)

“단체교섭은 미국이 경제적 기적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노조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기관 중의 하나이며 참여적 민주주의의 더 훌륭한 예는 어디에도 거의 없다. 너무 종종 노동운동 관련 논의는 노사분규, 부패, 파업에 집중되고 이것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매년 수천개의 좋은 노사합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집행된다.”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조가구 유권자의 45%가 레이건에 투표하였으며 1984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46%가 레이건에 투표하였다. 항공관제사노조 파업을 겪은 후인 1984년에 오히려 조금 더 많은 노조가구가 레이건을 지지한 것은 레이건의 노동정책을 노조원들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레이건은 정치인이 되기 전 영화배우노조의 위원장을 7년 동안 할 정도로 노동운동에 헌신하였다. 그는 노조의 긍정적 기능은 인정하지만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과 같은 과도한 힘의 발휘는 국민경제에 심대한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를 대하는 것이 노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하였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레이건의 단호한 태도와 노동정책은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서 향후 국가 운영과 대소련 외교의 주도권을 잡는데도 도움을 주었다”며 “대한민국도 더 이상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 노조와 노사정위원회라는 말뿐인 합의기구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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