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가운데, 개성공단 조성의 근거가 된 햇볕정책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자유경제원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동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개성공단 폐쇄, 대북정책은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등이 참석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비정상의 정상화’ 정책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제정치이론 중 하나인 ‘기능주의 이론’이 한국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능주의 이론’은 서로 다른 정치 체계들이 쉬운 것부터 협력해, 궁극적으로는 군사, 안보 문제 등에서도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이 이론이 적용되기 위한 전제는 상이한 정치 단위들이 최소한 공존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경우에 가능한 것”이라며, “상대방의 존재를 부인하고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려는 상대에게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접근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을 놔둔 채 다른 나라들의 강력 제재를 요구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표현으로, 정부 대응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 핵개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올바른 조치”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최승노 부원장은, 개성공단 건설 자체가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에 따라 추진된 비정상적인 투자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은 정상적인 투자활동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라며, “실제로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조차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개성공단은 지극히 위험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부원장은 2014년 정부가 개성공단에 외국인 투자유치를 포함한 국제화를 통해 북한의 불확실성을 제어하려 시도했지만, 북한이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요구, 태업명령 등으로 투자안정성을 위협하면서 외국기업들이 단 한곳도 입주하지 않은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 경협 방식에 대해 최 부원장은 “파주에 공단을 만들어 북한 근로자들이 우리 공단에 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투자자금이 많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투자 자산과 인력이 위험에 노출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 부원장은 “앞으로 남북경협사업은 북한사회를 자유세계로 이끌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대북정책을 입안·추진함에 있어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교수는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모티브가 된 ‘해와 바람’이라는 이솝우화를 예로 들며, 성공단 조성에 대한 부적절성을 3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첫째로 햇볕정책이 성공하려면 ‘한여름’이어야 가능한데, 북한은 모든 것이 얼어붙은 ‘한겨울’이기 때문에, 아무리 햇볕을 쬔다 해도 옷을 벗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우화속 ‘나그네’와 달리, 북한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이며, 우리 측이 지원한 물자가 북한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쓰였기 때문에,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북한에 대한 지원은 대한민국 헌법 4조가 표방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 달성’ 가능성이 있을 때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정부는 ‘지원’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서 끊임없는 남남갈등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최 교수는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입주기업에 대해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장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한반도 긴장상황의 원인이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과 선군정치가 낳은 도발, 핵개발 야욕 등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공격적 야욕에 대해 남한이 포용주의 정책을 편다는 것은, ‘돈으로 평화를 사겠다’는 신호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편집위원은 ‘햇볕정책’이 노무현 정부의 ‘평화경제론’으로 승계돼, 개성공단 조성으로 이어진 것에 ‘중대한 오류’라 존재한다고 말했다.
‘평화경제론’은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를 통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고 주장한 뱁스트(D.Babst)와 오웬(J.Owen)의 ‘민주평화론’과 ‘자유경제국가끼리 싸우지 않는다고 한 가스크(E.Gartzke)의 ’자본주의 평화‘ 명제가 결합된 것이다.
한 편집위원은 북한이 민주평화론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자본주의 평화론에서 말하는 시장경제 국가도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나아가 ‘평화경제론’에서 이 같은 오류가 나타나는 바탕에는 노무현 정부 내 낡은 반미 민족공산주의 이념과 종북적 운동그룹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개성공단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생긴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성공단 철수 이후 우리 정부가 추진해야 할 '남북경협'의 새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이 이어졌다.
한 편집위원은 “지난 2008년 개성공단을 지원한 은행들과 중소기업협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성공단이 남북합의에 따른 정경분리 원칙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 60%가 적자상태였고, 생산성마저 같은업종의 국내 일반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을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북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철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북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과 같은 인질적 경제협정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 시장이 들어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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