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개성공단이라는 괴물, 누가 낳았나

자유경제원 / 2016-02-16 / 조회: 6,064       미디어펜
자유경제원은 15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관련하여 긴급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긴급좌담회의 주제는 ‘개성공단폐쇄, 대북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나’로 최근 정부의 결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패널로는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론과 그것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의 ‘평화경제론’ 등 두 가지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과거 동독 서독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는 남북한 간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이어 “문제는 북한이 민주평화론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며, 자본주의 평화론에서 말하는 시장경제 국가도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중요한 외화획득 채널이 되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북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도발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철수시킨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아래 글은 한정석 편집위원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개성공단, 누가 괴물을 낳았나

- 시장의 敵에게는 시장을 선물하라 -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간 합의로 이뤄진 개성공단 사업은 두 가지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론과 그것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의 ‘평화경제론’이다. 이 두 개의 정치적 관점은 자유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국제정치 이념은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먼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론은 그 기원을 독일 브란트 내각의 동서독 상호주의와 교류모델로부터 소구될 수 있는데, 이전 아데나워 수상의 ‘대동독 힘의 우위’전략을 수정한 것이었다.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론은 동독을 적으로 보지 않고 포용하는 정책을 썼다. 그 결과 동독이 스스로 서독에 편입을 결정하는 통일을 이루게 된다.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브란트의 모델을 햇볕정책으로 수용했지만, 남북간의 현실은 동서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동독이 비록 공산주의 체제였지만, 서독에 대해 공산화나 지배의 야욕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데나워 시기에 동서독 긴장은 서독이 자신에 대해 지배야욕이 없는 동독에 대해 ‘힘의 우위’ 전략이 빚은 것이었다. 이에 반해 한반도의 긴장상황은 남한이 북한에 야욕이 있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적화통일과 선군정치가 낳은 도발과 핵개발의 야욕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북한의 공격적 야욕에 대해 남한이 서독의 포용주의 정책을 쓴다는 것은 한마디로 ‘돈으로 평화를 사겠다’는 시그널에 다름이 아니고, 그것이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의 모순으로 파탄난 금강산 관광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없는 경제협력’의 오류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모순적 대북정책은 노무현 정부에 승계되어 ‘평화경제론’으로 등장한다. 이는 ‘선평화,후통일’이라는 아젠다로 축약된다. 즉 북한과 평화적 교류를 위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기획인데, 이는 뱁스트(D. Babst)와 오웬(J.Owen)의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민주 평화론(Democratic Peace)의 검증 결과와 더불어, 가츠크(E.Gartzke)의 ‘자본주의 평화’, 즉 자유경제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명제를 결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이러한 정치관점은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북한이 민주평화론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며, 자본주의 평화론에서 말하는 시장경제 국가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거대한 오류의 바탕에는 노무현 정부내 운동권 NL집단의 낡은 반미 민족공산주의 이념과 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헤게모니를 가진 종북적 운동그룹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한 오판이 낳은 대북정책이 바로 2003년에 추진되어 2006년에 본격화된 개성공단 사업이었다.


   
▲ 북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과 같은 인질적 경제협력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 시장이 들어서게 하는 것이며 북한 김정은 정권 등 지배그룹이 그러한 시장경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뿐이다. 그 다음은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개성공단을 지원한 은행들과 중소기업협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였다. 이때 드러난 진실은 개성공단이 남북합의에 따른 정경분리원칙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개성공단내 입주기업들의 60%가 적자상태이고, 생산성마저 같은 업종의 국내 일반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을 밑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이후 2013년 고려대 이홍식교수팀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전히 개성공단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같은 업종의 국내 일반기업에 못미쳤다. 그 이유는 싸다고 여겨졌던 북한 근로자의 인건비가 사실은 근로자의 공급부족, 인사권 부재, 교육에 대한 비용 등으로 상쇄되며, 가깝다고 여겨진 지리적 이점은 통관과 통신의 부자유 등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을 선호했던 이유는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사양산업이어서 국내에서는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러한 개성공단은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외화획득의 채널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북한의 경제구조가 크게 궁정경제,군사경제,민수경제 세 영역으로 나뉘어 있고, 이 가운데 전체 산업의 70%를 차지하는 군사경제로부터 얻었던 무기수출이 80년대 이후 30억$에서 7억$대로 급감하자, 연간 1억$이 되는 개성공단의 외화수입이 지대한 외화가득의 영역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담당하는 당 경제관료들이 군사엘리트들에 대해 그 위상이 강화되면서 북한 체제내에 개성공단을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이 첨예해져 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안보 전문가들은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순간에 북한의 군사적 도발도 강화되는 동조 현상에 주목한다. 다시말해 개성공단이 노무현 정부가 생각했던 평화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군사적 위협과 북핵위기를 높여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노무현 정부가 북한체제에 대한 정확한 패러다임적 사고를 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적과 협력을 하는 정치행위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신중하여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적을 자신의 원칙에 따르게 하는 방법은 ‘힘의 우위’를 상대가 인정하게 하면서 적의 체제를 변화시켜 인민과 정치적 지배자들을 갈라세우는 체제변혁이 가장 효과적이다./사진=연합뉴스


시장의 적에게는 시장을 선물하라


박근혜 정부에서 북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도발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철수시킨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중요한데, 국가 간의 경제적 교류는 사실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들 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서로 교역하는 체제들에는 시장이 존재해야 하며, 그러한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민주 평화론이든, 자본주의 평화론이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남북간에 ‘정경분리 원칙’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북한내 시장경제가 들어선 다음에나 가능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조건부’의 인도적 지원만이 필요하게 된다. 동독에 대해 포용정책을 썼던 서독 브란트내각도 동독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할 때, 동독탈출자를 처형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같은 상호 인도주의 실천을 담보로 했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그러한 점을 배워야 한다. 


상호주의는 인도적 지원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인식이 올바른 정치철학이다. 즉 정치적 행위란 언제나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보편적 善’을 지향하는 것이며, 그것은 공공의 적(Public Enemy)과 동지를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을 필요로 한다. 정치질서의 시작은 바로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가 말한 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정치공동체(Polity)가 만장일치적 연대로 설립한 국가에게는 언제나 주적(主敵)이 존재하게 된다. 국가라는 정치질서는 바로 외부에서 자신들의 생존과 자유와 재산을 위협하는 적들, 즉 ‘공공의 적’을 방어하기 위해 ‘파기할 수 없는’ 개인들의 연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정치공동체내의 시민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공공의 적이 누구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적과 협력을 하는 정치행위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신중하여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적을 자신의 원칙에 따르게 하는 방법은 ‘힘의 우위’를 상대가 인정하게 하면서 적의 체제를 변화시켜 인민과 정치적 지배자들을 갈라세우는 체제변혁이 가장 효과적이다. 즉 북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과 같은 인질적 경제협력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 시장이 들어서게 하는 것이며 북한 지배그룹이 그러한 시장경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 뿐이다. 그 다음은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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