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직무유기·개악…국회, 무늬만 노동개혁 손 떼라

자유경제원 / 2016-02-21 / 조회: 5,828       미디어펜
자유경제원은 17일 마포 리버티홀에서 19대 국회평가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의 19대 국회평가연속토론회는 5회에 걸쳐 입법, 정치, 경제, 노동 등 각 분야별 ‘19대 국회 실패사(史)’를 분석함으로써 20대 국회 바로세우기의 첫 장을 쓰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열린 제 4차 노동분야 토론회에서는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 뒤에 숨어 청년실업, 노동시장 경직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19대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오갔다.


발표자로 나선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9대 국회 입법활동에 따른 현 노동개혁안은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키는 조항을 삽입하여 무늬만 개혁이고 실제로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법안이 통과 안 되고 식물국회가 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와 같이 노사정 합의에 의한 노동개혁을 시도할 바에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박기성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원
 제19대 국회평가: 노동분야


1. 서론


19대 국회의 노동 관련 입법은 어떠한가? 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초해서 노동 관련 규제를 양산하였다. 본고는 그중에서 대표적인 세 가지를 골라 평가하고, 19대 국회가 노동자유화를 위해 최소한 입법했어야 하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2. 60세 이상 정년 강제화


2013년 4월 30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개정되어 권고조항(recommendation)이었던 60세 이상 정년이 강제조항(compulsory provision)이 되었다(제19조). 개정 전에는 정년이 없어도 적법했고, 있는 경우 60세 정년이 사용자가 노력해야 하는 권고조항이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60세 정년이 의무조항일 뿐만 아니라 간주조항이 되었다. 이로 인해 50세 중후반 피용자의 고용이 60세 이상으로 연장되면서 기업은 청년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청년고용절벽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에게 우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이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있을까? 60세 정년강제화로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에게 임금을 그의 생산성보다 더 낮게 주어야 인건비가 절감되어 청년을  채용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의 태만(shirking)을 억제하고 근로유인(work incentive)을 제공하기 위해 연공급을 활용할 수 있다(Lazear 1979).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임금을 생산성보다 낮게 주면, 태만하다가 발각되어 해고되는 경우 근로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못 받고 기업을 떠나게 되므로 태만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은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음으로써 회수된다.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과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여 받는 임금은 현재가치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 노동시장에서 이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40세경에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고 그 후 연공급에 의해 임금이 생산성을 훨씬 상회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년 직전의 매우 높아진 임금을 임금피크제로 아무리 깎아도 생산성 밑으로 줄 수 없다(그림 1).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인건비가 절감되어 13만명의 청년을 새롭게 채용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임금피크제로 인건비를 절감하여 청년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면 각 기업의 취업규칙을 변경하여야 한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제①항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의 2015년 9월 15일 노사정합의문에는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고 명문화하여 오히려 노조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근로계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명확한 근로계약에 의해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이 지급되므로 임금피크제는 근로계약에 포함된다.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강제화한 이 법 개정은 청년고용절벽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며,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기업의 부담을 증대시킨 대표적인 반시장적, 반자유주의적 법 개정이다.


197명이 투표하여 찬성 158명(80.2%), 반대 6명(3.0%), 기권 33명(16.8%)으로 통과되었다.


   
▲ [그림 1] 정년과 임금피크제


3. 공공기관 및 공기업 청년고용 의무화


2013년 4월 30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도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하되,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제외할 수 있도록 하였다(안 제5조제1항, 제5조제1항 단서 신설). 


나. 고용노동부장관은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하였다(안 제5조제4항 신설).


다. 정부는 청년 미취업자 고용실적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른 경영실적 평가와 “지방공기업법” 제78조에 따른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하였다(안 제5조제5항 신설).


라. 2013년 12월 31일까지로 되어 있었던 유효기간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였다(부칙 제2항).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고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노동수요(labor demand)는 생산물시장(output market)에서 파생되는 파생수요(derived demand)이다. 기업이 직면하는 시장에서 생산물에 대한 수요에 따라 노동을 수요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기업을 욱죄는 각종 규제들, 최근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나 청년희망펀드 같은 준조세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수요가 급감하는 것이고 특히 청년신규채용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014년도에 기업이 부담한 준조세(사회보험료 포함)는 44조6708억원으로 법인세 납부액 42조6503억원보다 많았다(한국경제신문 2015. 12. 3). 여기에 정년 60세 이상 강제화는 청년고용절벽에 결정타를 가했다.


공공기관의 정원은 271,303명(2013년, ALIO), 지방공기업의 현원은 72,845명(2013년, 클린아이)이다. 이 둘을 합하면 344,148명이다. 5년 후인 2018년에는 청년신규채용으로 15.9%(≈(1.035-1)×100), 54,720명이 증가한 398,868명이 된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인건비가 증가하지 않고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가 감소되지 않으면서 종업원이 증가하는 것은 일인당 생산성의 저하라는 문제는 있지만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경영평가 등 정부의 강압에 의해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장은 인건비를 늘리거나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량을 줄이면서 매년 정원의 3%씩 청년을 채용할 것이다. 이것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inefficient resource allocation)이고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의 유효기간인 2018년 12월 31일이 지나면 이렇게 고용된 청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억지로 고용한 인력이므로 줄이려고 할 것이고 청년들과 이들의 가족들은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유효기간 연장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치인인 국회의원은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이다. 10년 간 이 법이 시행되면 2023년에는 2013년 정원의 34.4%인 118,387명이 증가한 462,535명이 된다. 이것은 자원배분의 심대한 비효율을 초래한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에 임금률과 이자율이 각각 경쟁시장의 수준으로부터 괴리하게 되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Kim and Park 2015).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신규로 고용하는 것이 인건비의 증액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이므로 심각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 주인(principal)인 국민은 기존 인력의 인건비를 절감하여 남은 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을 요구하지만, 대리인(agent)인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청년의무고용은 또한 불공정을 야기한다. 청년의무고용은 강제적이기 때문에 기업은 많은 비용을 들여 철저히 검증하면서 청년신규채용을 늘리지 않고 2015년 상시근로자의 34% 이상을 거의 마구잡이로 늘릴 것이다. 청년의무고용에 의해서 운 좋게 취업한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사이의 소득 및 생활의 큰 격차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거의 같은 조건의 두 청년이 운에 따라 취업을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갈리는 것은 불공정하다(unfair).


231명이 투표하여 227명(98.3%) 찬성, 반대 0명(0%), 기권 4명(1.7%)으로 통과되었다.


   
▲ 세계 각국은 법・제도라는 유인체계(incentive schemes)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노사정위원회라는 원칙과 현실에 안 맞는 기구를 통해 노동관련 유인체계를 짜려고 하고 있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사진=연합뉴스


4. 고용형태 공시화


2012년 11월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제15조의2 신설)되어 대통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였다. 고용정책 기본법 시행령 제26조의2에 의하면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여야 한다. 고용정책 기본법 시행규칙 제1조의2에 의하면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의 최근 3년간 고용현황을 공시하야야 한다. 이한구 의원이 대표발의하였고 투표 208명, 찬성 207명(99.5%), 반대 0명(0%), 기권 1명(0.5%)으로 통과되었다.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Coase 1937).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든,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든,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든(사내도급),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정의 목적은 정규직 이외의 다양한 고용형태의 근로자 채용을 억제 내지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의 본질에 어긋나며 경영권의 침해이다(헌법 제23조①). 또한 여론적 압력을 염두에 두고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일 수 있다(헌법 제17조).


5. 최소한의 입법도 하지 않았다


Heritage Foundation이 2016년 1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는 71.7으로 184개 국가 중 27위이다. 그러나 노동자유지수(index of labor freedom)는 50.6으로 10개의 부분별 자유지수들 중 가장 낮으며 가장 낮은 순위인 134위이다.1) 노동과 자본은 생산의 2대요소이다. 자본과 관련된 금융자유지수(index of financial freedom)는 80.0, 3위로 매우 높다. 경직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의 자유화가 가장 중요하고 파급효과가 가장 큰 개혁과제이지만 19대 국회는 위와 같이 반자유주의적 노동 관련 입법만을 하였고 노동자유화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유화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은 다음과 같다.


(1)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과 직장점거파업 금지


우리나라에서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90만명의 노동조합원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은 4,250만명 생산가능인구 전체에 걸쳐 매우 크다.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그러나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주요 선진국은 없다. 이상희(2015)에 의하면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의 경우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파업 기간 중 신규채용, (하)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고, 다만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규채용, (하)도급, 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과 사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우라나라도 노사관계(employment relations)에 있어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내 대체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개정해야 한다.


김영문(2007)은 노사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근로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면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여할 때 사업장내의 인력만을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체근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므로 영업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 같은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는 사용자의 기본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에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파업 기간 중에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고,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조합원이 파업 종료 후 복직할 때 대체인력으로 파견근로자가 고용되었다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고용이 해지되어 쉽게 노동조합원이 복직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개혁의 원칙인 임금과 생산성의 일치를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대체근로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므로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removal of current restrictions on using agency workers to cover for strikers: Middleton 2015)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내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는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면서 피켓을 들고 사업장 앞에서 시위한다.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선을 가로질러(cross a picket line) 사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직장점거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동법 시행령 21조)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파업이다. 직장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동법 46조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의해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2)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사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동법 91조).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각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이나 교원은 해임된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며,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으로서 기관장인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후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노동조합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재산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아가야 한다.


   
▲ 지금까지와 같이 노사정 합의에 의한 노동개혁을 시도할 바에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 무늬만 개혁이 되거나 개악이 되면 정치권은 노동개혁을 했다는 명분을 얻지만 그 명분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의 노동개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2)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다. 그 업무들은 주유원, 주차장 관리원 등과 같은 단순 업무들이 대부분이며 제조업무(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일본은 1999년에 파견 금지 업무만을 열거한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였으며, 2003년에 다시 개정하여 제조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2003년 50만명에서 2013년 127만명으로 급증하였다(조영길 2015). 독일은 하르츠개혁의 일환으로 2003년 파견근로가 자유화되면서 파견근로자가 32만명에서 2013년 81만명으로 증가하였다(조영길 2015). 


윤기설(2014)에 의하면 2009년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은 기간제근로자 9,200명, 파견근로자 9,000명으로 18,200명(전체 근로자의 27%)이다.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와 일부의 파견근로자가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은 정규직 3,400명, 사내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천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하였다(조영길 2015).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무직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생산직근로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이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되거나 매월 일정 시간의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unfairly)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관리사무직의 상당수는 소위 고정오티를 지급받고 저녁 늦게까지 근무한다. 고정오티를 받는 근로자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데, 정해진 시간만 초과근로를 인정받는다고 불만이고 사용자는 지불 안 해도 될 것을 법규 때문에 지불한다고 불만이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3) 미국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와 받을 수 있는 자(either exempt or nonexempt employees who are entitled to overtime pay)로4)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어 그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비면제 근로자, nonexempt employees),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제 근로자, exempt employees). 구체적으로 (a) 연봉이 $23,600(주급 $455) 이상, (b) 봉급 베이스(salary basis)로 급여를 받고, (c) 경영・전문・관리적 직무(executive, professional, or administrative job duties)를 수행하는 자나5) 비육체적 노동을 하는 연봉 $100,000 이상인 자에게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 (b)의 대표적인 특징은 결근을 해도 급여가 줄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하여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 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일(2007)은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개발직은 연봉액에 관계없이 면제 근로자로 하고 기타 직종 중에서는 연봉 상위 25%의 근로자를 면제 근로자로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일(2015)에 의하면, 2014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사용하여 위에서 제시한 대로 초과근로급여 면제를 적용하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연 2110.8시간에서 1972.8시간으로 138.0시간 감소한다. 또한 임금이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대별되어 통상임금의 논의도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6. 차라리 입법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최근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원들을 평가하면서 성과지표의 하나로 법안 대표발의건수를 들고 있다. 대표발의건수가 적을수록 성과가 낮은 의원으로 분류된다(동아일보 2016년 2월 12일 A8면). 발의되는 법안마다 규제와 불필요한 요식(red tape)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오히려 발의건수가 적을수록 성과가 좋은 의원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위의 세 개정을 새누리당이 주도하였으며 통과율이 80 ~ 99%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 다수에 의해 통과되었다. 의원들 중 시장경제를 가장 잘 이해한고 평가되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고용형태를 공시하는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였다. 19대 국회에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적 입법을 기대했던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였다. 결과적으로 19대 국회는 월급 등 각종 특혜를 즐기면서 입법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나을 뻔하였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2002년 2월 22일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위원회는 독일 경총, 전경련, 노총, 야당, 여당인 사민당의 전통세력, 노동부를 모두 배제하고 1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Gaskarth 2014, p. 13). 불과 10개월만에 개혁안의 확정 및 입법화가 진행되어 2003년 1월 1일 첫 번째와 두 번째 하르츠개혁이 시행되었다. 네 번째 하르츠개혁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그해 가을 하르츠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은 선거에서 져 정권을 내주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개혁을 노사정의 타협에 미루는 것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최근 영국의 노동개혁도 노사정 타협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집권당인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 이끌고 있으며, 특히 경제, 혁신, 노동(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을 통합하여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 장관(business secretary: Sajid Javid)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법・제도라는 유인체계(incentive schemes)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노사정위원회라는 원칙과 현실에 안 맞는 기구를 통해 노동관련 유인체계를 짜려고 하고 있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2015년 4월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면적인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은 지나갔으므로, 자유경제원은 12차에 걸친 노동정책 토론회를 통해 정부와 여당은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개정(three point amendment) -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사무직 면제 - 을 추진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노사정위원회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최근에 여당이 발의한 노동 관련 4개 법안 중 세 법안은 노동비용을 증대시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도 제한된 업종 및 연령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법안들의 “19대 국회 통과” 그 자체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이를 위해서 여당은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협상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들을 양보하거나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키는 조항을 삽입하여 무늬만 개혁이고 실제로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법안이 통과 안 되고 식물국회가 되는 것이 낫다.


지금까지와 같이 노사정 합의에 의한 노동개혁을 시도할 바에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노동개혁은 영국의 대처개혁이나 독일의 하르츠개혁처럼 국가적 위기에나 가능하거나, 지금 영국의 캐머론(David Cameron) 총리와 같이 뛰어난 정치가만이 국민을 설득하여 위기 전에 선제적으로 노동개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늬만 개혁이 되거나 개악이 되면 정치권은 노동개혁을 했다는 명분을 얻지만 그 명분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의 노동개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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