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유주의, 시장경제적인 내용으로 모아진다”
어느 집단이나 다를 바 없지만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는 그 중에서도 좌편향성이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 주류 집단의 좌편향적 헤게모니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고착화 되어 왔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어느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좌파적 의견에서 벗어난 사고를 내비치거나, 우파적 주장을 할 경우 직업적 명성을 얻기가 어렵다.
우파 만화가의 길
이런 문화예술계의 풍토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동종업계의 ‘공공의 적(敵)’이 되다시피 한 사람이 있다. 만화를 그리는 윤서인 작가다. 그는 왜 이처럼 외롭고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2008년에 광우병 선동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던 당시 만화계에서는 광우병과 관련하여 흉측하고 잔인한 만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그때는 선동 규모가 너무 크고 무서워서 제 목소리를 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당시 제가 한 일은 광우병 선동에 동조하는 만화를 그리지 않는 정도가 전부였어요.”
▲ 윤서인 작가는 2002년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후 네오위즈와 야후코리아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야후코리아를 퇴사한 2009년부터 전업 웹툰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조이라이드’다. 그는 2014년 초를 기점으로 조이라이드를 통해 우파적 컨텐츠를 양산하며 인기를 끌고있다. |
“광우병과 관련한 이른바 ‘미친소’ 컨셉의 만화를 그리라는 요구들에 대해 다른 작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 못하겠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거절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죠. 사실 용기를 냈더라면, 평소 그리던 ‘조이라이드’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제 목소리를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오랜 시간 후회가 되는 한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윤서인 작가는 2014년 1월 경, 모두가 굶어죽을 것이라고 경고한 ‘우파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2000년부터 블로그와 야후코리아 등을 통해 연재하던 만화 ‘조이라이드’에 우파적 가치관을 조금씩 투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는 만화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연재했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던 그의 만화 ‘조이라이드’는 곧 한국경제신문의 눈에 띄었다. 그의 작품이 2014년 5월부터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총 20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조선일보의 온라인 뉴스 서비스인 <프리미엄 조선>으로 자리를 옮겨 연재를 시작,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윤서인 작가의 대표 웹툰 조이라이드의 1469화 ‘난 참 행복하다’는 그가 만화를 통해 우파적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었다. |
“제 만화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첫 작품(조이라이드 1469화)의 제목이 ‘난 참 행복하다’였어요. 당시 고려대를 시작으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는 열풍이 대단했는데 분노를 강요하고, 민주주의가 죽었다느니, 독재가 시작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것이 마치 죄가 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풍토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나는 분명 행복한데 저들은 왜 저럴까 라는 것이 시작이었죠. 그 만화를 시작으로 이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윤 작가의 조이라이드는 개인 블로그가 아닌 매체로 지면을 옮겨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인지도와 파급력이 점점 커져갔다. 이윽고 좌파들로부터 비난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비난 받을 각오하고 작품 그려
윤 작가에 대한 인터넷 여론의 비난은 예사 수준이 아니었다. 좌파 언론들도 ‘윤서인 죽이기’에 합세했다. 과거에 논란이 되었던 그의 작품을 들춰내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것은 물론 개인 사생활까지 파고들어 마녀사냥 식 공격을 했다.
심지어 윤 작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올리는 소신 발언들은 포스팅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그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그의 이름 석 자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도 많았다.
“만화를 그릴 때 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인가,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릴 것인가 라는 갈림길에 서게 되요. 저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것을 이야기하면 대중들은 싫어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돼요.”
그렇다면 윤 작가가 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그가 가진 보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저는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자신을 보수적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것보다는 맞고 틀리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에요. 저는 균형이란 말을 싫어해요. 요즘 들어 세상에 균형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왼쪽의 이야기를 알고, 오른쪽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를 맞추는 게 균형이거든요."
"근데 저는 세상을 왼쪽과 오른쪽이 아니라 맞고 틀리고의 관점으로 봐요. 그리고 둘 중에서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지극히 상식적이고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걸 보고 “너 왜 이렇게 쏠렸냐”라고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봐요. 단지 세상을 보고 맞는 말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것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적인 내용으로 모아지는 느낌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고상하게 맞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는 현재 ‘조이라이드’ 이외에도 다양한 연재 활동을 하고 있다. 자유경제원에서는 ‘자유만랩’과 ‘자유원샷’을 연재하고 있고,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미국육류수출협회(U.S. MEAT) 정기 간행물에도 미국산 쇠고기 관련 소재의 만화를 2009년부터 연재하고 있다.
윤 작가는 그를 대표하는 만화인 조이라이드를 통해 코너 속의 코너 형식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소재로 한 만화 ‘건국 70년’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역사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것은 그의 숙원 사업이었다.
‘건국 70년’ 연재 시작
“제가 예전부터 그리고 싶었던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한국에서 가장 4차원적인 개그 만화였고, 두 번째는 팩트 위주의 역사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역사 만화를 그리는 작업은 작년에 시작했습니다. 한 회를 그릴 때마다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면서 그리고 있는데, 만화 ‘건국 70년’을 통해 일제 말기부터 현 시대까지의 역사를 시원하게, 꿋꿋하게 그려 나가고 싶어요. 나중에 제 아이가 커서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보여줄 만한 책을 한권 만들자는 게 목표인데,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윤 작가를 공개적으로 응원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에게 비난의 뭇매가 쏟아지던 시절에도 SNS의 메시지나 메일, 쪽지 등을 통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독자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는 청년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쏠림 현상이 심하다보니 ‘보수라고 해도 보수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어요. 특히 온라인은 대한민국에 망이 깔리면서부터 좌파 세력들에게 완전 장악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청년 보수들이 나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에요. 특히 청년 우파들이 메시지를 보내올 때는 제가 오히려 반갑죠.”
그는 대한민국의 우파들이 청년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볼 때에요. 처음에는 저에게 욕을 하다가 나중에는 팬이 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들은 만화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것뿐이에요. 사람은 경험하면서 알게 되잖아요. 현재 우파들에게는 그런 역할이 필요해요. 당연히 맞는 말을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좀 더 여유 있게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론을 펴는 선배님들의 존재도 필요하지만, 젊은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조금은 부들부들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산다
끝으로 윤 작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적 정체성이 인터넷 여론을 통해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보수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적 소수로 살아가는 청년 우파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알고 있어요. 선거 때마다 투표 결과를 보면 알잖아요. 인터넷에 기사가 떴을 때 어떤 기사는 수백 수천 개 댓글이 달리고 공감 수가 만 개가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걸 보고 ‘진짜 사람들 생각이 다 그럴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제가 야후코리아에 근무해봐서 잘 알아요.
하나의 기사를 10만 명이 봤다고 가정하면 평균적으로 댓글이 100개 달리고, 100만 명이 보면 100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려요. 100만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본 기사에 1000개 가까운 욕이 달렸다고 해도 알고 보면 99만 명 이상이 그냥 잘 읽고 넘어간 것이라고 보면 돼요. 댓글을 쓴 1000명의 사람들이 표본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나머지 의견을 표출하지 않은 99만 명 중 대부분은 ‘또 이상한 댓글 달렸네?’ 하고 그냥 지나가요. 청년 우파로 살아가는 분들도 누구에게나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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