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차베스 포퓰리즘이 부른 베네수엘라의 몰락

자유경제원 / 2016-03-13 / 조회: 6,781       미디어펜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어려운 진짜 이유


베네수엘라는 명백히 경제위기 상황이다. 평균 물가상승률은 2015년에 197%였고, 2016년에는 700%가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5년에 -10%였고 2016년에는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볼리바르(Bs, 베네수엘라 화폐단위)/달러’ 환율은 1999년 1달러 당 4 Bs에서 지난 2월 3일 암시장에서는 1000 Bs를 넘었다. 달러 대비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17년만에 250분의 1로 떨어졌다.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를 겪게 된 것은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이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고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언론 매체는 전하고 있다. 유가(OPEC 바스켓 가격)는 1배럴당 2012년에 109.45달러를 찍고 하락하여 2016년 25-28달러 선에서 변동하고 있다. 1998년에 유가는 1배럴당 12.28달러였다. 1998년과 비교하여 2012년에 유가는 약 9배 상승했고 2016년에는 2012년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가가 폭락하자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정부 재정도 크게 악화되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집권하자마자 석유산업을 국유화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그랑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극빈층에게는 무상으로, 서민층에게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이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석유를 팔아서 마련한 돈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각종 연금제도에도 퍼부었다. 현재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적자재정을 자국 화폐를 발행하여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그랑미션 정책, 즉 복지정책은 차베스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2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1998년 49%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2012년에 최저치인 25%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5년 빈곤율은 73%로 급상승했다. 빈곤율은 단 3년만에 거의 3배로 치솟았다. '볼리바르 혁명’이라고 칭송받았던 차베스의 복지정책은 하루 아침에 베네수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 높은 유가에 기댈 수 없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복지정책을 폐지하기 보다는 자국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 재정적자를 메우는 방법을 취하면서 경제는 위기 상황으로 빠졌다./사진=베네수엘라 국기


차베스의 복지국가는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하더라도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지 않았다면 차베스는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복지정책을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그렇게 대대적인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높은 유가 때문이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여기까지의 분석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경제현상의 인과관계를 끝까지 밀고 가지 않은 것으로 불완전한 것이다. 유가가 1998년에 비하여 2012년에 약 9배 상승하고 2016년에 2012년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세일오일의 생산과 수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증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카의 보급 확대와 세계경제 불황으로 인한 원유 수요의 감소 등은 원유 가격의 하락을 촉진하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지난 20 여 년 동안 원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에는 달러의 과다한 공급 증가와 감소도 한 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달러 공급 변동이 원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원유의 수급적 측면이 원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보다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의 거품이 터지면서 무상복지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제 자국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 적자재정을 메우고 있다. 최근의 살인적인 물가상승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차베스의 그랑미션 정책은 원유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지만 원유 가격의 상승은 달러의 과다한 공급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유가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위기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높은 유가에 기댈 수 없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제 복지정책을 폐지하기 보다는 자국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 재정적자를 메우는 방법을 취하면서 경제는 위기 상황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9년 집권하자마자 석유산업을 국유화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그랑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극빈층에게는 무상으로, 서민층에게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이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사진=도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표지. 도서출판 '시대의창'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할 점은 통화 공급의 증가(감소)는 물가상승(하락)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상승을 통해 비산유국의 석유제품 소비자들로부터 소득을 이전해 와서 '잔치’를 벌였다. 잔치에는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도 초대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이제 유가의 하락을 통해 비산유국의 석유제품 소비자들로 소득을 이전해주지 않을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미래 자원을 미리 앞당겨서 잘 먹었기 때문에 지금부터 혁대를 꽉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하겠다. 


요컨대,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대한 언론 매체의 분석은 '표피적인’-또는 보이는 것만의-인과관계만을 다루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심층적이고도 제도적인 원인은 지폐제도 때문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지폐와 같은 '건전하지 못한’ 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국가 뿐 아니라 인류의 문명도 멸망할 것이라고 오래 전에 예언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제스의 예언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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