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예산은 3배 늘었는데 교육여건 개선 시설비는 반토막"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고 교육의 하향평준화가 가속화하는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인해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용화여고의 김소미 교사(교육학 박사)는 16일 오후 자유경제원이 주최하는 '교육포퓰리즘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발표할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을 담은 발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교육학 박사인 김 교사는 미리 배포한 '복지·인권·혁신으로 포장된 포퓰리즘, 학교 교육이 멍든다'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의 독립성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과거 세 차례 치른 지방선거에서 직선 교육감들이 탄생한 이후 좌파와 우파라는 선거 이념으로 교육 정책이 갈려 학교의 혼란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정치로부터 독립됐던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런 '혼란'의 와중에 교육의 하향평준화도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개개인의 학력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이 이뤄졌고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 놓고 가르치다 보니 상위권도 불만, 하위권도 불만인 이른바 '콩가루 교실'이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교사는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 등으로 보내지만, 획일적 대학입시 규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특목고 출신의 학생들만이 명문대 법대·의대 등에 진학하는 부작용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교육 자치의 실현을 목표로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라고 김 교사는 주장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이 당파적 이해나 행정적인 편의 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부여하고 지역 실정과 주민 요구에 맞는 교육정책을 시·도 단위로 실시한다는 목적이었지만 목표 달성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의 이념을 제압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 운동이 횡행하기도 했다"며 "사실상의 정치운동이 교육 자치 위에 군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인한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자료를 인용, 서울교육청의 교육복지 지원예산이 직선제 도입 전인 2008년의 2천88억원에 비해 2015년 6천575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교육여건 개선 시설비는 반토막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정된 예산에서 혁신학교 지원비 등 교육감의 정책공약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재정난에 허덕이는 학교가 적지 않게 됐다"며 "혈세가 교육감들의 이념적 입맛과 치적 쌓기용으로 쓰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교사는 "교육감들이 자신의 정치이념에 맞는 정책을 강요하며 정작 학교에는 자율권과 책임과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직선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선거가 반복될 때마다 학생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실험용 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가 내놓는 공약들도 포퓰리즘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특히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이 재원에 대한 고려 없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수만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아연실색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중앙대 이성호 교수도 "진보진영이 보수와의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포퓰리즘에 기초한 정책을 남발한다면 국가와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고 공격했다.
이 교수는 "포퓰리즘은 '돈 안 쓰고 노력 안 해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허구적 발상을 기초로 한다"며 "이런 포퓰리즘이 대중에게 확산되면 대중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며 "진보진영 논리의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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