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복지·인권·혁신 포퓰리즘…학교 교육 멍든다

자유경제원 / 2016-03-16 / 조회: 6,180       미디어펜

복지-인권-혁신으로 포장된 포퓰리즘,

학교 교육이 멍든다


포퓰리즘은 정치·경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어 온 사회 현상이다. 특히 정치 분야의 포퓰리즘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왜곡된 한 형태로서 나타나는데 한국에서는 반민주적인 폭민정치의 양상을 보인다. 일찍이 플라톤은 폭민정치를 ‘다수의 난폭한 폭민들이 이끄는 중우정치의 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모든 정치 체제 중에서 가장 나쁘고 위험한 것이며 전제정치(專制政治)나 참주(僭主)1) 정치가 출현하게 되는 전 단계 또는 과도기에 잠깐 존재했다가 멸망하게 될 정치체제로 보았다.2) 


포퓰리즘은 ‘인민주의’나 ‘대중주의’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벗어나 허울 좋은 선동적 구호를 통해 다른 집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중에 직접 호소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인기영합적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입헌민주주의나 자유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체제적 형태로서 말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의 포퓰리즘은 민중민주주의적 색채가 진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포퓰리즘이 나쁜 이유가 재원 부족의 문제를 낳아 국가 경제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포퓰리즘은 국가 경제뿐만이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반을 망치고 있다. 본 발표문에서는 포퓰리즘이 교육 전체에 미쳐온 영향과 더불어 학교와 교실 그리고 학생에 끼친 폐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74년 평준화 정책이 첫 교육 포퓰리즘


20여 년 전 한국 사회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라는 비유와 함께 시작됐다. ‘신발은 있지만 맞는 발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된’ 현상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3) ‘인민에 대한 호소’와 ‘선동적 정치인들의 감성 자극’에 환호하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뿐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렇게 은연중에 인식되어오다 2010년 야권연대에 들어서 실제 정치적 도구로써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평준화 정책은 과열 입시 문제 해결, 사교육비 절감, 평등한 교육 여건 조성을 목표로 1974년부터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학군 중심의 추첨 배정, 학생 숫자에 따른 예산 배정, 학생 수준이나 특성(적성)을 무시하는 정책이 대표적이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42년 동안 이어져 온 평준화의 큰 흐름은 교육활동 차원에서 다양화, 특성화된 활동을 권장하고 보상을 주기보다는 교육 당국의 규제와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르게 하였다. 결국, 학교 교육이 사회적 요구와 수요자들의 기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4) 경직성과 수동성은 교육 발전의 정체와 황폐화를 낳았다. 이 틈을 타 교육 현장에 자리 잡은 것이 포퓰리즘이다.


   
▲ 교육을 개혁하지 않으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교육으로부터 정치를 걷어내는 일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폐단을 멈춰야 한다. 교육은 지배의 대상이 아닌 자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정치적 속박에 갇힌 교육


현실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의 불안 심리와 정당 정치의 무책임한 퇴보 속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의 등장과 함께 더욱 만개한다. 일찍이 교육은 정치로부터는 독립된 영역이었다. 그러나 10년 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이것이 무너졌다. 지금까지 두 차례 치른 지방선거에서 직선교육감들이 탄생했고 좌파와 우파라는 선거 이념으로 교육 정책이 갈려져, 학교의 혼란은 날로 심해져 왔다. 정치로부터 독립이었던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5)


우파에서 좌파로, 또는 좌파에서 우파로 매번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학교 현장은 그들의 이념적 기호에 발맞추기 바빠지고 학부모나 학생 모두에게 불만을 안겨주었다. 


이 가운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하향평준화에 따른 학업에 대한 불만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개개인의 학력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이 이루어졌다. 서로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 놓고 가르치다 보니 상위권도 불만, 하위권도 불만인 ‘콩가루 교실’이 되었다. 자구책으로 학부모들은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 등으로 보내지만, 획일적 대학입시 규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목고 출신의 학생들만이 명문대의 법과, 의과, 상과에 진학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편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건 ‘교육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교육이 당파적 이해나 행정적인 편의 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또 지역 실정에 적합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시·도 단위로 실시하도록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거꾸로 되고 말았다. 


재원 마련을 둘러싼 지역사회 분열과 정책의 대립은 가속화되었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초·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교사, 교육 관료를 제외하고는 누가 교육감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지조차 모르는 상황도 연출이 되었다. 상대의 이념을 제압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 운동이 횡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포퓰리즘을 “기성 질서 안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정치지도자가 인민의 주권회복과 이를 위한 체제개혁을 약속하며 감성적인 선동 전술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정치운동”6)이라고 규정하기도 하는데, 사실상의 정치운동이 교육 자치 위에 군림하게 된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예산 낭비 문제 또한 심각하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 지난 해 조사한 서울시교육청 예산 편성 현황에 따르면, 직선제 도입 이전인 2008년 교육복지 지원 예산은 2088억 원이었으며 도입 후 2015년에는 6575억 원으로 집계돼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급식비도 567억 원에서 3141억 원으로 약 4.5배나 늘었다. 반면 교육 여건 개선 시설비는 6166억 원에서 3544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한정된 교육 예산에서 혁신학교 지원비 등 교육감의 정책 공약과 관련된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재정난으로 허덕이는 학교가 적지 않게 되었다. 시민의 혈세가 각 시·도 교육감들의 이념적 입맛과 치적 쌓기 용으로 사용됐다. ‘재원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이런 말도 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정책은 재원이 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모두가 정부 재정을 매개로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다. '인기영합'의 가면 뒤에는 재정 파탄이 있다./사진=연합뉴스


복지, 인권, 혁신 포퓰리즘의 실체  


2014년 6.4 지방 선거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임기가 시작되자 ‘시·도교육감협의회’라는 단체를 구성했다. 교육정책을 협의하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평준화와 무상시리즈, 학생인권조례, 친환경무상급식, 자사고 축소•폐지, 대안 역사교과서 발행과 같은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면, 누리과정 등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보였다. 교육을 정치적 투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었다. 이들 교육감들이 제일 먼저 내세우는 것이 ‘복지’, ‘인권’, ‘혁신’인데 문제는 이 세 가지를 바탕에 둔 정책 대부분이 포퓰리즘적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1) 혁신 포퓰리즘…현금살포 


2011년부터 시행된 혁신학교의 경우 2014년 말 기준 585개 학교가 지정 운영되어 오고 있으며 투입된 예산은 1200억 원에 이른다.7) 특히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매년 학교당 1억~1억5000만원씩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고 있어 형평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출 관리도 허술해 예산의 4분의 1을 학생 간식비에 쓴 곳도 있었고, 교사 동아리 활동이나 교사들 편의 시설에 지출한 학교도 발견됐다.8) 


현금살포성 복지의 대표적 폐해는 예산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학교에서는 ‘묻지마 예산’이 집행되는 한편, 전기료 아끼느라 '찜통 교실'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구조가 바로 현금살포성 복지의 폐해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교사 인건비 집행에 경직성을 보태 명퇴교사 예산은 줄어들고 신규교사가 발령을 받지 못해 백수로 있는 예비교사가 한해 평균 무려 4천여 명에 육박한다.9) 안전상 당장 수리가 필요한 학교 교실 및 시설조차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몇 달간 방치되기 일쑤다. 


(2) 인권 포퓰리즘…학생 선동


다음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정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다. 이 조례 제정 운동은 마치 모든 교사들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교사와 학생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학생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자신들이 선생님들에 의해서 인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당당히 대들 수 있다는 오해를 심어주었다. 지난 해 말 제자로부터 빗자루 폭행을 당하는 30대 남성교사에 대한 뉴스 보도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10)  


2014년 문용린 교육감 재임 시절 서울시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권리 충돌을 조장하는 조례를 수정하기 위한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에 막혀 좌초됐다. 수정·보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교육의 정치화가 아니면 무엇일까? 학생들을 선동해서 정권을 잡고자 하는 좌파 시민단체들의 정치전술 결과로 학생인권조례라는 좋은 이름과는 달리 학교 붕괴, 교실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 


인권 포퓰리즘의 폐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능적인 왕따와 폭력, 그런 고통에 시달려 자살하는 등 학생들의 일탈 행위는 이제는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학생 지도가 힘들다며 학교를 떠나는 조기 퇴직을 희망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일부 학생들이 교원평가에 반영하겠다며 교사를 협박하기도 한다. 일부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조금이라도 손해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이 되면 학교로 찾아와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개정이 분명히 필요한 이유다. 


가장 좋은 방향은 지금부터라도 각 학교에서 학교장을 중심으로 자치규약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학교 질서와 규칙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현장과 괴리가 있는 조례는 교육을 정치의 장으로 만들고, 허울 좋은 선동적 구호 속에 학교와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장이나 학부모가 아닌 교사와 학생들에 의해 운영하는 학교를 만들자는 이분법적 인식이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어 교육부와 번번이 교육 정책을 놓고 갈등이 생긴다. 전교조를 주축으로 한 선생님들이 학교 평가를 집단 거부한 것이 대표적 사건이다.11)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은 당연히 평가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반대 투쟁을 벌인 것이다.


(3) 복지 포퓰리즘…자원 배분 왜곡


포퓰리즘 정책에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심각한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과 무책임하게 재정을 확대해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엉뚱한 곳에 재정이 ‘묻지마 식’으로 투입되는 동안 인건비 부족으로 실업과 재취업을 전전하는 비정규직 교사도 생겨나고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무상복지의 복수가 결국 학생들을 향하고 교육의 질은 한없이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교육감들은 일반고의 재정적 위기 극복을 위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궤변일 뿐이다. 일반고가 위기에 처한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지, 자사고 때문이 아니다. 굳이 폐지를 논하겠다면 자사고가 아니라 일반학교의 몫까지도 가져가는 혁신학교가 대상일 것이다.12) 


   
▲ 20대 총선이 가까워지자 정당과 후보자들이 내놓는 교육 관련 공약도 어김없이 포퓰리즘 일색이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수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아연실색할만한 수준이다. 소득 연계로 대학 등록금을 책정하겠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사진=연합뉴스


치적 쌓기용 정책 ‘범람’


지난해에는 9시 등교, 9월 신학기제, 시간선택교사제, 방학분산제, 자유학기제 등 이른바 ‘시간정책’들이 일괄적으로 쏟아지기도 하였다. 대부분이 검증 없이 조령모개식, 탁상공론식으로 나온 정책들로서, 그 흔한 관련자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만들어진 것들이다.


교육에는 일관성과 연속성도 중요하다. 변화만이 교육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착각을 버려야 함에도 교육감들은 검증되지 않는 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 낸다. 이런 행위는 재선을 위한 치적 쌓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지는 것은 학교 현장이고 피해는 학생들이 본다. 


자신의 정치 이념에 맞는 정책을 강요하며 정작 학교에는 자율권과 책임과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비민주를 넘어 참주(僭主)적 모습이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선거가 반복될 때마다 학생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실험용 쥐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감 권력의 막강함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감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자신이 소속한 시ㆍ도의 자치단체장은 물론 교육부의 직접적인 지휘나 통제도 받지 않는다. 물론 교육위원이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문열 작가는 포퓰리즘을 “대중을 매수하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것, 그리고 함께할 수 없는 원칙이나 주의가 뒤섞이거나 결코 손잡을 수 없는 세력들이 서로 야합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평준화와 획일화로 대표되는 교육의 경직성과 수동성 위에 올라탄 포퓰리즘이 만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폭민성이 교육 포퓰리즘의 정체 


우리나라 교육에서 나타나는 교육의 병리적인 현상은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쟁적 형태의 교육의 정치화, 공교육제도의 일탈, 학교 교육의 정체성 상실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평등만능주의로부터 비롯된 평준화, 획일화 정책은 이처럼 교육의 정치화와 포퓰리즘을 발생시켰다. 


평준화와 함께 시작한 평등만능주의의 흐름은 제7차 교육과정에까지 이어졌다. ‘능력의 차이’나 '다름'을 허용하지 않는 마르크스적 관점의 소외론이 교과서에 담겼다. 학생들의 사고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집단으로부터 조금만 잘나도 못나도 왕따나 학교 폭력이 벌어진다. 일등도 불행하고 꼴등도 불행한 교실이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모두가 정부 재정을 매개로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다. ‘인기영합’의 가면 뒤에는 재정 파탄, 교실 붕괴라는 폭민성의 얼굴을 한 것이 ‘표(票)퓰리즘’이라고 이름 지워진 한국의 포퓰리즘이다. 


정치 독립이 유일한 해법…교육은 개인 미래지계(未來之計)


20대 총선이 가까워지자 정당과 후보자들이 내놓는 교육 관련 공약도 어김없이 포퓰리즘 일색이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거부한 더민주당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수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아연실색할만한 수준이다. 소득 연계로 대학 등록금을 책정하겠다는 주장13)도 마찬가지다. 가격 차별이 존재하려면 서비스도 차별되어야 한다. 교육 서비스의 질이 높다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납부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임에도 이에 역행해 소득에 연계한 등록금 정책을 일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마저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할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국가나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 교육은 국가도 정치도 교육 환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자유화, 개방화, 세계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교육정책만은 1960~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이 미래를 지향하기 보다는 변화를 기피하고 평균을 지향하고 있다.    


1970년대 시행된 평준화의 목표가 교육기회의 평등과 대규모 인재양성이었다면 그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목표는 선진국 진입이다. 기업들은 창의적 제품을 내놔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글로벌 시대다. 따라서 교육을 개혁하지 않으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 교육으로부터 정치를 걷어내는 일이다. 교육이 지배의 대상이 아닌 자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학교가 학생을 그리고 학생이 학교와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를 위한 백년지계(百年之計)로 봐 왔던 교육에 대한 관점을 이제는 개인을 위한 미래지계(未來之計)로서 바라보아야 할 때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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