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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물론 지배구조이죠. 삼성의 성공은 과감하고 현명한 의사결정 덕이 컸습니다. 소니, 히타치, 도시바 같은 일본 전자기업들은 이것 저것 재면서 머뭇거리다가 삼성전자에게 시장을 대부분 내주고 말았습니다. 삼성은 그들을 넘어 세계 초일류의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 격동의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삼성은 과연 현명하고 과감한 결정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삼성 지배구조 이야기입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세 가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는 상속세, 둘째는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셋째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입니다.
먼저 삼성그룹의 현재 지배구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삼성그룹의 여러 계열사 중 중심은 단연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사람이 삼성그룹의 주인이 됩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의 2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많아 복잡하니까 가급적 소수점 이하는 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4%, 부인인 홍나희 여사 등이 2%, 삼성물산 5%, 이를 합치면 11%입니다. 나머지 10%는 보험사입니다. 삼성생명이 8.5%, 삼성화재 1.5%, 합쳐서 10%입니다. 그 21% 중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15%입니다. 공정거래법 제11조가 보험회사 같은 금융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최대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그 15% 의결권을 가지고 삼성그룹의 주인으로서 결정권을 행사해왔습니다.
참고로 2대주주는 11%를 보유한 국민연금, 3대주주는 5%를 보유한 미국의 사모펀드 BlackRock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지분은 0.7%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 5%를 보유한 삼성물산에 대해서 17%를 가졌기 때문에 그 5%를 자신의 뜻에 따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속세가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볼까요. 이건희 회장이 상속하는 재산은 삼성전자의 4%, 삼성생명 20% 등 주로 주식인데요. 10월 말 현재 기준으로 18조 원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요. 최대주주의 주식이 상속될 때는 과세표준을 할증합니다. 지금까지는 30%를 할증했는데 내년부터는 상속세법 개정으로 20%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20%가 적용된다고 보면 이건희 일가에 적용될 상속세율은 60% 입니다.
18조원어치의 주식이 누구에게 얼마나 상속되었는지는 유언장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복지재단 기증이나 삼성물산에 증여 등이 되었다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인과 후손들에게 상속되었다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가 가든 총액으로 60%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18조 원의 60%는 10조 8천억 원입니다.
엄청난 액수인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것만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 즉 상속 주식을 팔아서 세금을 내는 경우를 가정해 봐도 그렇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4%인데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94조원이니까 3%를 팔면 11.8조 원입니다. 10.8조 원의 상속세 금액과 거의 비슷합니다. 394조 원은 11월 1일 현재의 가치입니다.
3%를 판다고 해보죠. 그러면 이건희 일가가 움직일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21%에서 18%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어차피 공정거래법 11조에 의해서 이들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15%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지분이 21%에서 18%로 줄어든다고 해도 행사가능한 지분은 15%로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상속세 자체만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복병이 있습니다. 삼성생명법이라고도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박용진 의원 등이 제출한 법인데요. 보험업법에는 보험회사가 자산을 구성함에 있어 하나의 계열사에 투자한 금액이 전체 자산의 3%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요. 현재 투자액의 평가를 투자 당시의 금액, 즉 원가 방식으로 해왔습니다. 개정안은 그것을 시가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11월 1일 현재 시가로는 33.5조 원입니다. 자산의 3%는 9.8조 원이어서 24조 원어치는 매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8.5%에서 2.5%로 줄어들게 됩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5%에서 0.7%로 줄어듭니다. 현재 이 두 보험사의 삼성전자 지분은 10%인데 3.2%로 줄어들게 되지요.
이제 상속세도 내고 보험업법 개정안도 관철될 경우의 상황을 합쳐 보죠. 상속세 납부 후 이재용 일가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1%에서 8%로 줄어들고 생명 및 화재의 지분은 3.2%가 되니까 합치면 11.2%가 됩니다. 15% 미만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11조가 적용되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면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는 숫자입니다. 2대주주 국민연금이 11%이고 BlackRock이 5%이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7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 아니라 무슨 주식이든 얼마든 사들일 수 있는 상태이죠. 보험업법 개정과 11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흔들 수 있습니다.
시중에는 삼성생명 보유의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물산 보유의 삼성바이오 주식을 서로 교환해서 삼성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돌아다닙니다. 글쎄요. 보험업법 개정안을 관철시키려는 이유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편법으로 지배권 유지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까요? 다른 명분을 세워서라도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봅니다.
상속세, 보험업법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위협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재판 결과입니다. 지난 9월 1일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이 부정거래, 시세조정, 배임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입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관련 협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회계 원리나 법리, 그리고 경제원리 상 불법행위일 수 없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저도 몇 개의 영상을 통해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관심 있으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하에서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정권과 관련된 재판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 재판이 된 느낌이 강합니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이 재판도 기존의 회계 원리, 법리와 무관하게 이재용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삼성에게는 정말 핵폭탄급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봅니다.
당장 구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이재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금액이 엄청날 것이고 이재용 개인의 재산으로 배상을 해야 할 테니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겠죠. 더욱 큰 충격은 이재용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7%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제일모직 주식 2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삼성물산의 합병 결과 제일모직 25%가 삼성물산 주식 17%로 바뀌었습니다. 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5%를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불법이라고 판결된다면 이재용의 지분 17%도 불법행위 결과물이 되는 것입니다. 불법행위로 취득한 재산이 온전할 리가 없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올지 확실히 내다볼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상속세와 보험업법 개정, 그리고 합병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겹친다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삼성그룹이 그룹으로서 존재할 동력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죠. 물론 상속세는 5년 분납이 가능하고 재판도 최종심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테니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충분한 시나리오입니다.
삼성 경영진으로서는 한국에서 비즈니스 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삼성본사의 해외 이전 같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이 정부가 삼성을 압박하는 구실은 대부분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비리입니다. 비자금이나 합병에서의 불법 행위 혐의 같은 것들이 다 그런 거죠. 기업에서 오너를 떼어내는 방향입니다. 그런 것들은 삼성이 본사를 옮긴다고 해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거기서 벗어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등의 국적을 취득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정말 문제가 커질 겁니다. 일단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그 때는 법 같은 것도 필요 없을 거예요. 인민재판이 벌어지겠죠. 지금 가수 유승준에 대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해온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이 괘씸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어긴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괘씸하다는 이유로 입국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법보다 정서가 앞서는 나라인 겁니다. 그러니 이재용 일가가 한국 국적을 버린다고 하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보복이 따를 것이 분명합니다.
본사를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해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일은 당연히 주주총회를 거치게 되어 있는데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할 리 없습니다. 표가 모자란다면 아마도 주식을 더 사모아서라도 저지에 나설 겁니다. 삼성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는 있겠지만 본사 이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스웨덴의 이케아가 상속세 때문에 한 때 본사를 외국으로 옮긴 적이 있습니다. 스웨덴은 온전한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국민 정서를 이유로 합법적인 권리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가 잘못되면 기업들은 떠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온전한 법치국가가 아닙니다. 헌법이 부여한 권리도 정권이 원한다면 또 대중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무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상속세 11조 원이 엄청난 액수이지만 그것만으로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이 줄어든다면 오너의 지배권이 도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욱 큰 충격의 가능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불법을 했다는 내용의 재판에 있습니다. 만약 유죄로 결론이 난다면 삼성의 지배권은 통째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삼성 본사의 해외 이전은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오늘은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 전망해 보았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11.4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이재용은 삼성을 지킬 수 있을까. 진짜 위험은 상속세가 아니다.>의 텍스트입니다.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관련 참고 영상들*
이재용, 분식회계 혐의, 그리고 한국 기업의 미래.
삼바 회계처리와 삼성물산 합병, 이재용이 타임머신 탔다고?
#삼성물산 합병 압수수색. 합병비율 시점. #이재용 타임머신?
[삼성바이오 01] 콜옵션이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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