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급등, 공급 물량 확대와 조세 개혁으로 해결해야

박진우 / 2020-07-29 / 조회: 13,620

[팩트&파일] 집값_박진우.pdf




정부의 문제 인식 상황


□ 현 정부는 조정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을 투기 수요 확대의 결과로 인식


-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조정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하게 하면 투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 또한 자신의 집은 전세로 살면서, 다른 주택을 구매하는 것도 투기 행위로 간주하고, 전세 자금 대출을 회수.


□ 현 정부는 아파트 공급이 적다는 일각의 문제 인식에 동의하지 않음.


-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현재 103%. 모든 가구가 모두 1채의 주택만 소유하면, 무주택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분석. 즉,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


-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1가구 1주택이라는 정책목표에 가까워질 정도로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판단.


- 또한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경우, 다주택자의 투기 이익 급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 우려.



정부 인식의 오류와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문제점


□ 투기 수요는 실수요와 불가분의 관계


- 투기로 가격을 상승시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오류. 그렇다면 이미 가격이 오른 서울 강남에 투기하기보다, 강원도 화천에 투기하여 가격을 올렸을 때 훨씬 큰 이익이 존재할 것.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


- 투기는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상의 결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상의 이유는 실수요가 탄탄하기 때문. 즉,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지만, 주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기에 투기가 발생하는 것.


□ 주택 보급률의 허상


- 주택 보급률은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든, 종로 창신동의 반지하방이든 주소 등록이 되어 있다면, 같은 1채로 취급. 질적 차이를 반영하지 않음.


-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빠르게 성장하여, 선진국 수준인 3만 달러를 넘어선 상황. 주택의 양적 공급을 뒷받침 해온 다세대 주택(빌라)이 열등재가 되고 있는 상황. 실수요자들은 잘 정돈된 대단지, 좋은 학군, 편리한 교통, 신축 등의 요건을 갖춘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


- 빌라의 가격은 아파트 가격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지만, 수요자들이 사려하지 않음. 결국 '수요하는 주택’이 모자란 게 근본 원인. 


□ 서울의 아파트 공급 상황은 특히 심각


- 아파트 가격 상승의 문제가 심각한 서울의 경우 절대적인 보급률마저 96%로 100%에 미달하는 상황. 해마다 서울의 전체 주택 중 4만 가구가, 아파트는 1만 가구가 노후 등의 이유로 멸실되는 상황.


- 전체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은 40%에 불과하며, 다세대 주택(빌라)이 58%를 차지하고 있음. 수요되는 주택과 공급되는 주택의 괴리가 큼.


- 게다가 전체 서울 아파트의 42%가 준공 20년이 넘었으며,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전체 서울 아파트의 18%에 달함. 


□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현금 자산가들과 외국인에게만 유리


- 대출 규제가 심화되면서 상환 능력이 있지만 자산이 없는 청년층의 주택 구입 경로가 막힘. LTV를 기준으로 간단히 계산했을 때, 서울에서 9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는 대기업 직장인은 5억 4천만 원의 현금이 있어야 함.


- 결국 중산층 이상의 청년층이 쫓겨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현금 자산가들이 승자가 됨.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주택을 쓸어 담고 있으며, 그 자녀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 


-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인을 필두로 외국인 자금이 서울 아파트 시장에 유입되고 있음. 외국인이 고국에 여러 채의 집이 있더라도 국내에 1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국내 다주택자 규제를 적용 받지 않음. 외국인은 해외자산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아 다주택자라고 해도 사실상 이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


- 외국인은 자국 또는 글로벌 은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LTV·DTI 등의 규제를 적용 받지 않음. 대출 규제로 한국인 매수자의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비교적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상황.


-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환 능력이 있는 계층에 대해 정부가 대출을 막는 것은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높음. 민간 상업은행의 대출 영업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역시 기업 경영의 자유에 대한 침해.


□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 LTV 규제


<그림 1> LTV 비율 국제 비교 (단위: %)


해결책


□ 서울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 정책이 필수


- 시민들의 수요에 맞는 도심지의 대단지 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함. 가용 토지가 제한적인 만큼, 기존의 노후 주택에 대한 재개발/재건축을 대거 승인하고 용적률을 크게 높이는 것은 필수적임.


-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들이 재개발/재건축 이익을 얻는 것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 됨. 이익이 큰 곳일수록 공급 유인이 확대되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 다주택자의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수요가 많은 지역이므로 우선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함.


- 매년 도심지에 일정한 수준으로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를 민간에 형성하는 게 핵심. 언제든지 아파트 값이 뛰면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는 시그널을 주택 시장에 줘야함.


- 글로벌 주요 도시의 2018년 대비 2019년 집값 상승률은, 밴쿠버 -12%, 홍콩 -9%, 맨하탄 -4.3%, 시드니 -16%였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집값이 크게 뛰자, 주요 지역의 용적률을 대거 높이고 주택 공급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 


- 한편 도심지 수요를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과 도심지 사이의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함. 지하철 외에도, 도로교통 신호망과 버스의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버스의 표정속도를 높이는 S-BRT 도입도 고려해볼 가치가 있음.


□ 부동산 양도소득세율과 취득세율 인하 필요


- 매도 물량을 늘리고 거래를 통한 시장의 가치 탐색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도세와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합리적. 한국은 보유세율이 낮으나, 거래세(취득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이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음. 전체 세수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은 세계 2위.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62%로, 프랑스(42%), 미국(37%), 영국(28%)에 비해 높음. 이는 차익실현매물을 감소시켜 시장 기능을 제한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38 노동조합과 회계투명성
유효진 / 2023-08-23
유효진 2023-08-23
37 한국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이너 지텔만 / 2023-06-23
라이너 지텔만 2023-06-23
36 과도한 법인세율,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김주상 / 2022-12-08
김주상 2022-12-08
35 최저임금위원회, 대대적 개혁 필요
안준현 / 2022-07-26
안준현 2022-07-26
34 1990년대생을 위해 연금 개혁은 필수
노현지 / 2022-07-12
노현지 2022-07-12
33 은행권 가계 대출 규제, 위기에 몰린 개인
김보미 / 2022-06-30
김보미 2022-06-30
32 나라빚 1,000조 시대 성큼, 증가 속도 세계 최고 수준
이홍주 / 2021-06-17
이홍주 2021-06-17
31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 숨겨진 위기
임준혁 / 2021-06-09
임준혁 2021-06-09
30 일자리가 줄고 있다
송세인 / 2021-04-16
송세인 2021-04-16
29 전월세 전환율 조정의 문제점과 과제
이명재 / 2020-09-02
이명재 2020-09-02
28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100년 기업 안 나온다
안여태산 / 2020-08-27
안여태산 2020-08-27
27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양도소득세 부담, 이런 나라 없다
김동우 / 2020-08-24
김동우 2020-08-24
26 떠오르는 금투자, 금ETF
조은지 / 2020-08-20
조은지 2020-08-20
서울 집값 급등, 공급 물량 확대와 조세 개혁으로 해결해야
박진우 / 2020-07-29
박진우 2020-07-29
24 고용보험 확대, 노동개혁과 병행 추진해야
박진우 / 2020-05-07
박진우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