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영화관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

이나경 / 2023-05-19 / 조회: 338

어렸을 적, 나는 주말에 가족,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자주 다니곤 했다. 조조할인을 받아 6~7000원에 영화 티켓을, 5000원 하는 팝콘을 사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입장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22년 4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단계적으로 해제되며 예전처럼 영화관에 갈 생각으로 들떴었다. 하지만 ‘심심한데 영화나 볼까?’의 횟수가 줄어들어 최근 몇 년간은 영화관에 간 경험이 열 손가락 안에 충분히 꼽을 정도로 적다. 바로 2020년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영화 티켓 가격이 15,000원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영화 관람료가 부담스러워질 만큼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총수익은 ‘가격×수요량‘으로 결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겨 수요가 감소하자 영화관으로 갈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의 영화 티켓의 수요량이 감소했다. 그 결과, 기업이 벌어들이는 총수익 또한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화 티켓 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나날이 커지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내 영화관들이 티켓 가격을 올린 영향이 적지 않다. CGV를 기준으로, 2013년~2018년 사이에 2,000원 오른 것이 2020년~2022년 사이에 2,000원이 상승했다. 3년 만에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비교적 단기간의 가격 상승은 예전 8,000원을 지불하고 영화를 소비하던 기억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원에 따르면, 영화 티켓 1장 구매 시 지불할 용의가 있는 실 지불 금액은 27.4%가 ‘5,000원~8,000원 미만’, 33.5%가 ‘8,000원~10,000원 미만’, 20.2%가 ‘10,000원~12,000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현재 티켓 가격과 비교하면 4,000원~9,000원 정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점차 성장 중이던 OTT 서비스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영화관의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체재가 되었다. 영화 티켓 가격이 올랐을 때 소비자들은 영화 티켓을 포기하고 대체재를 선택하면 되기에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격이 1% 변할 때 수요가 몇 %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영화 티켓의 ‘가격탄력성’이 탄력적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가격에 대한 반응도가 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든다.


영화 티켓 가격 15,000원이면 넷플릭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OTT 서비스의 가장 높은 프리미엄 단계를 구독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 혹은 더 저렴한 가격에 한 달 동안 보고 싶은 영화, 드라마, 예능을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다. 티켓을 소비했을 때의 효용보다 OTT 서비스를 소비했을 때의 효용이 더욱 큰 것이다. 심지어 OTT 서비스는 영화관과는 달리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영화관 시장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팬데믹 상황에, 영화관보다 더 메리트 있을지도 모르는 OTT 시장이 크게 흥행하면서 영화관으로 직접 영화를 보러 가는 소비자들이 감소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은 영업적자를 극복하고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CGV는 원가에 비해 판매가가 높은 팝콘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또 e스포츠나 축구 단체 관람 이벤트, 소규모 토크쇼나 콘서트를 위한 대관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화관 3사는 관람객들에게 특전 굿즈들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20년~2021년에 비해 매출액과 관객 수를 상당히 회복할 수 있었다.

분명 영화관만의 매력도 존재한다. 크고 풍성한 화면과 음향, 영화가 시작하길 기다리며 팝콘을 먹고, 영화가 끝나고 퇴장하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경험은 곧 추억이 되고, 추억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만큼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표를 예매할 때 통신사 할인, 할인쿠폰 등을 적용할 수 없다면 영화표 예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재의 선택지가 있는 소비자는 비싸진 가격에 수요량을 줄이고, 적자를 메꾸기 위해 영화관은 티켓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다양한 추가적인 이벤트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소비자의 지불용의에 따른 가격 인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은 점차 특별한 때에만 소비하는 고급 취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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