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철없는 불평인가요?

한혜정 / 2023-05-19 / 조회: 520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대학생인 필자에게는 익숙하고도 뻔한 질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라는 말이다. 필자도 가볍게 다수에게 이 물음을 던졌던 기억이 있을 정도다. 이상형이 무엇이냐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조건을 내걸곤 한다. 필수 항목과 절대 허용이 안 되는 지점까지 구분해 자신의 이상형을 늘어놓는다. 그리고서는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는 발언으로 답변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상형이 현실이 되는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결혼'시장’이다. 내가 내걸었던 조건으로 사람을 골라내는 결혼정보회사의 도움으로 선택의 시간은 점점 더 단축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의 회원 수와 매출액이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중 한 곳인 '듀오’는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회원 수가 약 22% 증가했고, 매출액은 30%가량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젊은 층의 결혼정보회사 선호도는 괄목할 만하다.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전언에 따르면, 20대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연애도 하지 않는다는 세대가 아니었는가.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세에서 49세 미혼 남녀 이성 교제 비율은 29.4%에 그쳤다. 연애하는, 연애할 의사가 없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결혼 관련 산업은 호황을 맞이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결혼 역시 시장 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주장은 자연스럽다. 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하고만 미래를 그리고 싶은 그 욕구가 오늘날의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냈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 존재이고, 합리적 선택을 행한다. 이때 합리적 선택이란 비용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결혼을 하나의 시장으로 취급하고,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해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연애에 소요되는 금전적·시간적 비용이 쓸모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테다.


놀랍게도 이러한 시장 논리 속의 결혼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담론이다.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기로 합의한 것이 결혼이라는 주장이다. Norval D. Glenn 교수는 '상품을 거래하듯 결혼도 개인의 속성과 가치가 교환되는 시장의 속성을 가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Gary Becker 역시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의 자유무역 이론으로 결혼과 가정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결혼을 교환이론 처음 바라본 인류학자 Kingsley Davis가 존재한다.


Kingsley Davis가 주의 깊게 바라봤던 신분상승혼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그의 신분상승혼은 남성의 지위와 여성의 외모가 교환된다는 담론이다. 결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자산과 직업, 여성의 경우 외모와 나이가 대체로 최우선 고려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Gary Becker의 결혼이론에 의하면, 결혼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편익이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편익보다 클 때, 사람은 결혼을 선택한다. 여기서, 함정이 존재한다. 결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은 결혼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일까. 결혼정보회사에 찾아가 상대의 재력과 학력, 직장을 따지고, 부모의 자산까지도 살피는 행동의 이유 말이다.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는 행위는 편익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기 위한 발버둥이 아니었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결혼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최선의 선택을 이어 나가려는 이들을 싸잡아 힐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운명적 사랑만을 좇아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필자는 결혼이 '시장’이라는 어휘와 어울리지 않는 사회였으면 한다. 결혼이 '사랑’, '낭만’과 같은 단어들과 짝을 이루길 바랄 뿐이다. 결혼 적령기도 아닌, 한낱 대학생의 소망이 세상물정 모르는 투정으로 여겨져 우스워 보일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수요와 공급이니, 편익과 비용이니 이런 것들이 결혼과는 아주 먼 개념이길 염원한다. 결혼이 시장 논리에 잠식된 요즈음, 결혼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시 구절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결혼은 일생토록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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