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경험한 `북한의 장마당세대`

남치호 / 2023-05-19 / 조회: 659

혹시 북한의 '장마당세대’라고 들어보았는가. 아니면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도 자본주의와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을 시작으로 1991년 소련 붕괴로 인해 북한에는 경제난이 찾아왔다. 1990년대 경제난, 식량난이 심화되어 북한의 배급제가 무너지면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기로 들어서면서 배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고,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자력갱생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은 생존하기 위해 식량, 생필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장마당에 의존하여 해결해 나갔다. 많은 이웃들이 굶주림을 이겨내지 못해 아사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스스로 장마당을 '생계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배급사회에서 경제주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곳에서 시장이 경제를 좌우하는 기이한 현상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마당은 결국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굶어죽지 않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어버린 것이다.


장마당에서 상품을 사고팔며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서 장마당을 완전한 시장경제 형태로 볼 수는 없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얻은 수익을 사유재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마당에서의 거래가 암묵적으로 활성화 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배급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니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점점 의식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심마저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북한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가 바로 '장마당세대’이다. 우리 MZ세대와 비슷한 시기에 성장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장마당세대는 '조선로동당’보다 더 믿음이 가는 곳이 '장마당’이라고 대답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당에서 직업을 배정해주는 북한이지만, 일반 주민들의 의존도는 정작 다른 곳에서 새로 피었다. 정해진 일과 장마당 장사를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당에 직업을 등록해놓고 장마당에서 하루를 쏟아 붓는 주민들도 존재한다. 그만큼 북한에서 주민들의 장마당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국에 정착한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장마당세대가 기성세대와 정말 다르다고 말한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배급 시스템을 경험한 기억이 없을 뿐더러, 당연하게 장마당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한류 문화가 장마당에 유입되고 주민들의 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장마당세대는 한류 문화에도 친숙해져 갔다.


이들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돌려보고, 우리 문화를 따라가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장마당세대에게 가까운 대한민국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외부 문화는 '장마당세대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자유’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탈북민들은 그러한 장마당세대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북한 정권의 감시, 통제, 개입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장마당세대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과거와 다르게 많이 변화되었으며, '자유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며 북한 주민들도 우리가 가진 자유를 같은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가 있다. 본인들의 삶을 본인들이 선택하고 개척하여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자유를 가지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먹고 싶은 것을, 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새기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는 먹을 것이 있어도 다이어트를 핑계로 먹지 않지만, 북한에서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찾고자 매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는 어떻게 주어졌는지, 자유는 어떻게 지켜졌는지, 자유는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말이다. 우리는 '가진 것’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된다.


배고픔으로부터 분투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삶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먼저 경험하고, 자유의 가치를 먼저 알게 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장마당세대에게 기대를 걸며,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같은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배고픔을 해결하고 가난을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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