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 자연스러움과 당연함

김기영 / 2021-12-21 / 조회: 371

사회 경제적인 맥락에서 자유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자신과 타인이 그리고 사회가 누려야 하고 보장되어야 당연한 권리로서 인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올바른 생각이다. 그런데 당연한 기본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대다수가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마도 이는 사람들이 어리석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이번 칼럼 응모를 계기로 동안 종종 궁금한 적이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던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대답 하나는 바로 개인의 의지와 취향, 그리고 능력대로 공정하게 선택을 있는 권리가 자유라는 것이었다. 단순명료한 대답이다. 하지만 말의 행간에 함의되어 있는 의미들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우선 선택이라는 자유로운 행위는 선택지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또한 선택지는 매우 다양해야만 한다. 만약 선택지가이것 아니면 저것식으로 한정되어 있다면 이는 결코 선택이라고 말할 없을 것이다. “선택(選擇)” 이라는 한자 자체에서 있듯이, 행위 여러 가지 것들 일부를 자유롭게 골라 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혹여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거나, 여러 가지 외부적 제약으로 인해 선택하는 자의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제한된다면, 선택이라는 행위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매우 흥미로운 대형마트가 하나 있다. 마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매우 넓은 매장에 비해 물건의 수와 종류가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제품은 종류 정도의 브랜드 밖에 없고, 두부는 종류의 브랜드인데 어디서도 적이 없는 낯선 것이다. 반면이 흔히뻥튀기라고 하는 쌀과자 제품은 놀라울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고 양도 엄청나게 많다. 개인적으로 마트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단지로 이사를 , 가까운 곳에 있어 가보았던 방문 이후로는 발길을 끊었다. 이유는 당연하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마트를 갔을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혹감과 약간의 불쾌감이었다. 매대에 진열된 지나치게 한정된 제품들은 소비자로서 나의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주는 것이 아닌 판매자의 취향과 심지어 어떤 신념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소소한 경험은 이외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명목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자주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이 이루어지는 명분은 같다. 사회 정의 또는 구체적으로는 편중된 부의 재분배를 위한다는 것이다. 결과, (특히 요즘) 개인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행하기 위해서는 선택지 이외에도 고려해야 것이 너무도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가격이다. 왜냐하면 가격에는 선택지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것을 구매하기로 선택한 것에 대한 대가로서 부가되는 온갖 세금들이 상당한 정도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기회비용, 할인율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아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격은 분명 비합리적이고 나아가 공정하지 못하게 책정된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세금들은 자신이 사고자 하는 대상에 부과되었기보다는 자신의 구매 행위 자체에 부과된 것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사려는 행동에 사고자 하는 대상의 실질 가격에 상당하는 만큼의 돈을 내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1500원짜리 커피 잔을 사먹는 단지 커피를 구매한다는 이유로 700원을 내야하고, 결국 가격으로 잔을 마셔야 한다면 과연 누가 납득을 있겠는가. 이는 사실 엄청난 자유의 침해이다. 선택을 하는 행위 자체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행정적 판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옳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사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문제의 균형을 찾는 자체가 진정한 정의라고 말할 있을 정도로 이는 윤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생각만큼 쉽게 좁혀지지 않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러한 제한이 합목적성을 잃고 명분 없는간섭 그것의 의도와는 정확히 정반대의 효과를 낳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현상화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한국에서 가장 화두,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이제는 자신의 구매 행위 자체에도 돈을 내야 하는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여길 있을 만큼 부담이 없는 사람들만이 자유롭게 자신이 사고자 하는 것을 선택해서 있고, 시중의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오직 그들에게만 편중된다. 그리고 결과,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불공정하리만큼 적은 선택지 내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어쩔 없이 해야 하는 경우에 봉착하고 있다. 이는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의 편중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회적 통합을 심각할 정도로 저해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딜레마에 봉착할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자연스러운 합리성이다. 영어에서 ‘natural’ 의미는자연스러운이라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당연한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과거로부터 많은 윤리학자들은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대다수는 근거를 인간의 본성에서 찾고자 했으며, 그것이 가장 옳은 방식이라고 믿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인지상정이라는 역시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있어 자주 호소하게 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두고 자연스럽다고 말할 있을까. 여기에인지상정이라는 말을 대입하여 문장을 만들어보았을 , 이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보면, 아테네인들이 다음과 같이 하는 말이 나온다. 속에 담긴 자연스러움과 당연함은 분명 매우 설득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제국(아테네 제국)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도,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다.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기, , 명예, 공포, 이기심에 정복되었기 때문이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은 이기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정한 윤리 그리고 올바르고, 효과적이며, 항구적인 사회 정의는 이러한 인간 본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것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균형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것 자체를 개조하려고 하는 수정주의적이고 공학적인 시도로는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나아가 사회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퇴보만 야기시킬 뿐이다. 이러한 시도야말로 인간의 이기심과 두려움을 더욱 가중시켜 우리를 분노로 가득 무력(無力)자로 만든다. 선택의 자유는 물론 무거운 것이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선택할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동시에 선택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사회적 의무로서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자연스러움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 잊지 말아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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