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 년 역사의 명동 S호텔, COVID-19가 아닌 내부의 위기로 사라지나

박용진 / 2021-12-21 / 조회: 332

가을 단풍으로 물든 이맘때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다. 그래서 얼마 필자는 기억에 남을 있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 고민하던 차에,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 근무하신 서울 명동의 S호텔을 예약하려 했다. 특히 부모님께서는 같은 호텔에서 일하시다 가까워져 결혼까지 하신 거라 분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실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과 함께, 서둘러 예약을 위해 호텔 웹사이트를 접속했다. 그런데 사이트 창에식음료 업장 영업종료 안내라는 예상치 못한 공지가 있었다. 이에 본인은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본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별등급을 부여받은 호텔의 필수요소인 조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놀랍지 않을 없었다.


그렇다면, S호텔은 관광호텔로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갑작스럽게 중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의문에 곧바로 인터넷에 S호텔을 검색하니, 뉴스란에서식음료 업장 영업종료 사유가 될만한 실마리를 쉬이 찾을 있었다. 그것은 호텔의 노사 간에 촉발된 갈등이었다.


S호텔의 노사갈등 원인은 COVID-19 인한 구조조정과 기업 측에서 직원들에게 요구한영어테스트였다. 지상파 라디오에도 출연한 당사의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반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2001년에 입사할 당시에는 외국어시험에 관한 내용은 없었는데, 지금 와서 회사가 외국인과의 대면이 거의 없는 부서의 직원들까지영어테스트 요구하는 것은 정리해고를 위한 명분일 거라는 주장을 했다. 이어서코로나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한 영업적자를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동안 법인이 호텔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3000 정도 되는 자산을 매각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외에도 수차례 감행된 감원으로 2 250명이었던 직원들이 현재는 50명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언론 보도를 보면, 이미 차례의 구조조정으로 지친 근로자들에게 회사의 이번 방침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외치는 주장은 이성이 아닌, 변화를 원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된 주장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먼저, 노조 측에서 부당한 처사라 하는영어테스트부터가 오히려 갈등을 일으킬만한 원인이 수가 없다. 더군다나 호텔리어라 하면 해외에서 방문하는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직업인데 외국어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의 기본에 반하는 것이며, 결론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의 다각적 활용이라는 원가절감을 통한 이윤추구와 함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도 손해다. 실제로 명동역 출구 앞에 자리한 S호텔 주변에는 최근 사이 같은 등급의 호텔이 많이 생겼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이라 할지라도 객실의 공급이 늘어난 만큼 업체들의 총성없는 전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 속에서 S호텔 측에서는영어테스트 통해서라도 여러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할 있는 인재들이 필요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원가를 낮추고 고객에게 양질의 상품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현재의 위기를 직원만이 아니라 회사도 부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노조위원장이 말한호텔 측이 가지고 있는 3,000 정도의 자산을 활용한 자금의 유동성 확보라는 주장은 자산이라는 개념의 무지에서 발상이며,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난 월권행위이다. 이유는 자산이 현금은 아니며, 아무리 축적한 현금성 자산이 많더라도 그것이 우화 속의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노조위원장의 발언대로 자산을 활용하여 운영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한계가 있으며, 지금과 같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 이것이 현실과 미래를 담보할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물론 기업과 근로자는 생사를 함께하는 공동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노조처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상대와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밖으로 뛰쳐나와 언론이나 정치라는 외부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면, 노사갈등은 언젠가 타오를 있는 불씨로 남을 것이다. 일례로 지금까지 정부기관의 중재로 합의했던 국내의 자동차 회사 사례들을 보더라도 노사 간의 평화는 오래가질 못했으며, 결국 계속된 내홍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했다.


그래도 현재와 같은 시국에서 고용 안정을 원하는 노조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이 호텔리어라면 당연한 능력인영어테스트 요구한 것이, 정리해고를 위한 명분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억측으로 농성을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제라도 노조에서는 그릇된 추측을 멈추고 입장을 선회하여 외국어시험을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반면 회사 측에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감행한다면, 추후 영업 위기에서 벗어났을 퇴사자들에게 돌아올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서로가 받아들일 것은 수용하면서 처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관광호텔이 식음료 업장을 종료하여 고객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없는 상황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S호텔은 필자의 어머니가 청춘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지만, 1966년에 개관한 호텔로서 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그런데 호텔은 이번 COVID-19 영향보다도 현재 내부의 억측으로 빚어진 분열로 정상적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군다나 주변에는 비슷한 규모의 호텔들이 이전보다 많이 생긴 엄중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럴수록 내부의 갈등은 악재일 수밖에 없으며, 외부세력의 개입이 가능한 상황은 좋지 않은 결말을 초래할 뿐이다. 이로써 노조는영어테스트 정리해고의 명분일 거라는 터무니없는 억측을 그만함으로써 회사에 협력하고, 회사는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가는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약간의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하여, 본인은 지금까지 수십 년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S호텔이 현재의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앞으로 100년을 넘어서도 명동의 터줏대감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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