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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혈에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김경훈 / 2021-05-24 / 조회: 1,944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은 긴급하게 수술을 하거나 사고를 당하면 수혈에 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인터넷 상에서 희귀 혈액형을 가진 누군가에게 지정헌혈을 요청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정헌혈을 받아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는 훈훈한 미담도 많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극적인 사건도 많이 일어났을 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피를 수혈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거나 치명적인 장애를 겪었을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원인만 고찰했을 때, 만약 어떤 희귀 혈액형 보유자가 수혈받지 못해 문제를 겪게 된다면 그것은 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한 원인을 고찰한다면, 애당초 현행 헌혈제도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규제를 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서 헌혈제도는 100%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적십자사에서 독점하여 관리한다. 피를 사고 파는 소위 '매혈'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사실상 어떠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순수한 선의로만 헌혈을 할 것을 정부가 강요하고 있다. 아이돌 CD, 무료 영화티켓, 초코파이 등 혈액의 값어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만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변국가들에 비교해서도 가장 심각하게 부실한 헌혈제도를 보유한 나라이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령대별 헌혈자 비율은 10대와 20대가 71%를 차지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인구 비중을 고려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다. 사실상 30대부터는 헌혈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반면에 이웃나라인 일본의 10-20대 헌혈자 비율은 21.6%로 정상적인 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만도 33%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한 번 헌혈을 하면 3~4시간 가량의 봉사활동시간을 인정받는다. 또한 군인들은 헌혈을 한다면 (훈련소의 경우) 초코파이와 몽쉘을 주고 (자대배치 이후) 근무시간을 빼주기 때문에 자주 헌혈을 한다. 즉, 상당히 가치있는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과 군인만이 헌혈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계층의 경우 헌혈을 해도 이득을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정말 정의로운 정신을 가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예 헌혈을 하지 않는다. 사실상 한국의 의료용 혈액수급은, 문자 그대로 10대 학생과 20대 군인의 피와 살을 갉아먹으며 기생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토록 착취적인 헌혈제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매년 700억 원 어치의 세금을 투입하여 의료용 혈액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착취와 세금낭비를 동시에 달성한, 가히 참혹하다고 말할 수준의 치명적 정부실패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혈액수급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가 자초한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10대와 20대의 인구비중이 계속 줄어듬에 따라 지금과 같은 착취적 헌혈제도는 지탱 자체가 불가능하고,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하여 해외에서 혈액을 수급해야 할 것이다. 희귀 혈액형 보유자 뿐만 아니라 일반 혈액형 보유자들도 의료현장에서 피를 수급받지 못해 위기에 마주하는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사고 파는 매혈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최선은 혈액시장을 완전히 자유화 그리고 민영화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단기에 어렵다면 일단은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혈액을 구매하여 의료시장에 공급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매혈제도를 도입한다면 지속적인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의 의료비부담이 엄청나게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필자는 의료업계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증자료에 근거하여 논증을 전개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반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만약 매혈제도 도입 이후 혈액가격이 급상승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도입한 매혈제도가 여전히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맞추는 것에 실패했거나, 관료제 특유의 문제로 인해 시장의 탄력적인 가격조정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문제는 혈액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 적절한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수준까지 혈액시장을 자유화하고 민영화함으로써 해결해야지, 지금처럼 착취와 보조금 지급을 통해 강제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2. 근본적으로 환자들이 지불하는 혈액가격이 과도하게 낮은 것이 아닌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가 의료시장을 반쯤 사회주의화한 결과, 다른 의료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정당한 혈액가격을 지불할 경우 심각한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정당한 혈액가격의 지불이 아니라 정부간섭으로 인해 상승한 다른 의료비용이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시장에 대한 정부간섭을 폐지해야 한다.


3. 정부간섭과 중앙은행이 발생시킨 경기변동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하여 의료비 부담이 소득 대비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매혈제도 도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혈액가격 상승보다, 혈액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한 실질소득이 더 문제이기에 정부간섭과 중앙은행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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