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 8세기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수많은 전쟁과 위기를 극복하며 북쪽으로는 영국, 서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북부, 동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지역까지 제국을 건설하였죠. 그 바탕에는 검소한 시민들과 강력한 규율로 만들어진 군대의 '금욕과 절제’ 정신이 있었고, 모든 전쟁에서 앞장섰던 정치 엘리트들과 귀족자제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더 이상 필요 없는 막강한 군대는 수많은 실업자가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수많은 속주들에서 들어오는 물자들이 로마에 넘쳐났죠. 그러자 로마시민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모든 생산적인 일들은 노예와 외국인들에게 맡기는 특혜를 누리면서 '미식과 오락’을 탐닉했어요. 먹은 음식을 토하고 또 다른 음식을 맛보고, 잔혹한 검투사 경기와 사치스러운 전차 경기를 즐겼으며, 극단적인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성적 타락이 만연했습니다.
선거로 선출되었던 정치 엘리트, 집정관, 재무관, 감찰관 등은 대로마 제국을 가능케 했던 '금욕과 절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완전히 망각하고 로마 시민들의 표를 얻을 궁리만 했어요. 그 결과 그들은 로마 시민들에게 한 달치 빵과 검투사 경기 입장권을 제공하는 무상 복지를 실시했죠. 일단 한 번 무상 복지의 맛을 본 시민들은 더 많은 음식과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경기를 원했기 때문에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악화된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로마는 속주에 더 무거운 세금을 물렸고, 속주들의 불만은 커져 갔습니다. 무거운 세금과 무상복지로 늘어난 통화 때문에 물가가 급격하게 올랐어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경제 쇄신을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이미 화폐의 가치와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격통제 칙령까지 내리게 되었죠. 하지만 가격통제도 전혀 먹히지 않았어요. 암시장이 생겨나고 경제는 마비되었으며 로마의 멸망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금욕과 절제’로 일군 로마의 번영과 평화는 로마시민들이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오락과 미식’을 즐기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에 정치가들의 선심성 무상복지는 시민들의 경제 감각을 마비시켰을 뿐만 아니라 타락시켰죠. 물가상승, 가격 통제, 시장 파괴의 악순환으로 경제가 마비될 때까지 시민들은 그저 더 많은 빵과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경기만을 요구했으니까요. 공짜 빵 한 덩어리와 공짜 오락거리가 모든 길이 통한다는 대로마 제국의 주춧돌을 망가뜨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