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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자유 빼앗는 새벽 배송 제한

글쓴이
최승노 2025-11-12 , 브릿지경제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 붙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이유로 새벽 0시부터 5시까지 이뤄지는 '초심야 배송’의 제한을 제안하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기업 현장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논의의 본질은 단순한 근로시간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자율성과 시장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노동자의 건강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명분이 일할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야간 노동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도 엄연히 자신의 노동시간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일괄적인 '시간대 봉쇄’로 귀결된다면, 이는 '보호’가 아니라 '간섭’이다. 노동의 자유를 빼앗는 사회는 결국 일자리와 기회를 함께 줄이는 사회가 된다.

새벽 배송은 이제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다. 영유아 가정과 자영업자,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활의 기반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생존선’이기도 하다.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중단될 경우에 국내 소상공인 매출이 약 18조 3000억 원 줄어들고, 전체 경제 손실은 5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연구결과도 있다.

규제의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그 결과가 국민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면 그것은 옳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10년 넘게 이어졌던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도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없이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침체만 가져 왔다. 새벽 배송 제한 논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나 집단이 '공익’을 이유로 시장에 개입할 때, 실제로는 소비자의 선택과 기업의 자율을 동시에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

시장경제의 기본은 '자율’이다. 소비자와 기업 간의 거래는 자발적인 선택 위에서 이루어질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최근의 규제 흐름은 이러한 자유를 점점 잠식하고 있다. 새벽 배송을 제한하면 물류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생활비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언제나 시장의 주체인 소비자인 시민들의 몫이다.

정책의 핵심은 '정확한 표적’, 그리고 '비례성’에 있다. 위험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전면 제한’이 아니라, 근무 강도의 분산과 교대제 강화, 휴식시간 보장, 건강검진 확대 같은 실질적인 조치여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금지’가 아니라 '효율과 경쟁을 통한 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규제’가 아니라 '환경 조성’이다. 쿠팡 등 플랫폼 기업과 택배 배송기사 간 자유로운 계약을 보장하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 정부의 역할이다. 새벽 배송 금지와 플랫폼 통제는 쿠팡 노조 등 정작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과도한 개입이자 통제일 뿐이다.

노동은 자유 위에서 비로소 가치가 있다. 건강권 보호와 일할 자유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양립가능한 가치다. 정부는 특정 집단의 주장에 끌려가기 보다는, 플랫폼 시장의 자율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역할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