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세상에서의 대중을 번영의 길로: <노예의 길>

태효진 / 2022-02-25 / 조회: 932

학제간연구(學際間硏究)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여러 학문을 융합하여 연구대상의 본질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필자는 약 20년전 대학 교양수업 때 들은 학제간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와 관련된 글이 있으면 종종 찾아 읽는 편이다. 노예의 길을 읽으면서 필자가 발견한 하이에크는 학제간연구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생각된다. 그는 경제학을 바탕으로 사회학, 심리학, 철학, 법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사회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필자는 하이에크의 깊은 통찰력으로 평소에 궁금하였던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현대 물리학의 이슈인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대립이 문뜩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고전역학은 물체의 속도 등과 같은 현재 상태의 정보를 통해서도 미래 상태까지 예측 가능하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일정한 방정식을 만들고 거기에 대입하여 미래 결과값을 산출한다. 세상의 모든 만물과 사회 현상이 고전역학 근간의 방정식으로 이해되어지고 기술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유토피아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상학자 로렌즈(Lorenz)는 1960년대에 기후변화관련 연구를 수행하던 중에 컴퓨터에 입력된 소숫점 이하의 데이터값의 미세한 오차로 인해서 나타나는 결과값의 오차는 데이터값 오차에 비해 엄청나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카오스이론의 시발점을 제공하였다. 카오스이론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시는 중국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으로도 미국에 토네이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어느 누구나 들어봄직한 예시이다. 즉, 이 세상이 단순한 방정식으로 미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카오스이론과 더불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양자역학은 기존의 고전역학의 지위를 무너뜨린다. 고전역학은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서 이뤄지는 운동을 설명한다. 특히, 전자의 이동이 순간이동과 유사하여 인간의 예측과 계산을 불허하여 단지 확률적으로 전자의 이동위치를 추측할 뿐이다. 학제간 관점으로 필자의 얄팍한 과학적 지식에 비춰볼 때, 사회주의는 고전역학적 사고방식이고 자유주의는 양자역학적 사고라고 본다. 중앙정부는 세상의 모든 변수를 포괄하고 예측하는 계획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회주의는 단순한 방정식 혹은 계획으로 세상을 통제하려하고 계획과 한참 벗어난 사회 부작용 현상들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임에 대해 필자는 심히 한탄하는 바이다.   


사회주의는 계획과 통제라는 어설픈 막대기로 날뛰는 송아지와 같은 수많은 사회경제적 변수를 잡으려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초보 농부의 모습을 보인다. 더군다나, 계획과 통제를 이행할 때에, 중앙정부의 권력적 탐욕이 가미되기에,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진다. 독일의 자동차 도로가 영국의 2급 도로에 비해 교통량이 적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잘못된 자원 배분의 문제를 하이에크가 언급하기도 한다. 계획자가 ‘버터’대신 ‘총’을 선호하여 내린 결정으로 만들어진 독일의 도로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물론, 계획과 통제가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이에크도 독성물질의 사용금지, 근로자시간 제한, 위생시설의 의무화 등과 같은 예시를 들며, 본질적으로 서로 대립하고 있는 ‘계획’과 ‘경쟁’도 서로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양립도 반드시 비용과 이득을 비교하여 이득을 유발하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등, 하이에크는 철저히 계획과 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반(反)경쟁체제와 경쟁체제의 조합 혹은 계획과 경쟁의 어설픈 결합마저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경쟁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데 관심을 둔다. 하이에크는 독일의 사례를 들면서 자유주의를 죽인 것은 사회주의라고 직설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사회주의에 대한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하이에크가 배짱있게 사회주의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류문명의 역사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널리 꿰뚫어보는 역사철학적 사고에 근간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가 책의 중반부에 설명하고 있는 ‘완전무결한 윤리규범’의 존재가능 여부가 그 핵심이라 판단된다. 사회주의가 공동선 및 일반적 복지 등의 애매한 표현으로 내세우는 ‘공동적 목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음을 명시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인류역사에서 윤리규범이 개인의 행동을 일정한 범위로 제약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모든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적이고 궁극적이며 포괄적인 윤리규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토피아적 세계관에 입각한 사회주의는 대중에게 그럴싸한 목적, 사실상 존재할 수 없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목적을 제시하고, 선동함으로써, 오히려 디스토피아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하이에크나 필자 모두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는 바이다. 공동적 목적이라는 개념만 아니라, 사회주의는 자유의 개념에 있어서도 액턴 경이 말한 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그 자체로 가장 높은 정치적 이상인 자유’의 본질을 왜곡하고 그들이 임의로 해석한 변질된 자유의 개념을 쉽게 남발한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유의 개념의 왜곡과 오용에 대해서는 하이에크도 지적한 바이다. 


성경구절에서 나오는 것처럼, 악은 광명의 천사로 가장할 수 있다. 하이에크는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개념 등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길 소망하고 있다. 무지한 대중은 자유, 공동적 목적, 평등, 정의, 교육, 계획, 복지, 자원배분, 빈부격차해소 등의 개념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주의는 이러한 대중의 약점을 이용하여,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여 대중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은 사회주의의 길을 걸음과 동시에 석유 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잘못된 복지 정책으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화폐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인한 화폐가치절하로 화폐는 가방을 만드는 재료감으로 쓰이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물론, 하이에크가 천명하고 있는 가격이라는 자동기록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자유주의도 약점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이다. 거품이 낀 주택시장의 가격은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안내자 역할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근본적인 문제이지, 가격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인류는 경쟁체제하의 가격이라는 훌륭한 고도화 시스템을 통해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개별 주체들의 자율경쟁을 보장하고 가격이라는 눈금이 정직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체제 정비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필자는 카오스 세상에서 모든 대중이 노예의 길이 아닌 번영의 길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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