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에 승부를 걸어야 할 이유: <자유주의>

신재범 / 2022-02-25 / 조회: 1,102

미제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가진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이 고조된 영향이 크다. 미제스는 국가 통화 체계를 비판하며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화폐의 교환가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정부 개입에 반대하며 개인의 절대적인 경제적 자유를 장려하는 비트코인은, 오스트리아 학파가 신봉하는 사상과 놀랍도록 유사한 점이 많다. 1973년에 죽은 미제스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인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의 대표적 저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를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자유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기 쉽고도 정확하게 설명한다. “자유주의는 전적으로 인간행위에 관한 주의주장이다.…자유주의는 인류의 외부적이며 물질적인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인간의 내면적이고 정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욕구들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 요컨대 자유주의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사상이라는 의미다. 곧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평화, 경쟁과 같은 본질을 중시하고 이에서 벗어난 것들을 배격한다. 자연히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주의와 제3의 길인 개입주의에 대해서는 극도로 비판적 스탠스를 취한다. 이는 미제스의 자유주의가 언필칭 인권과 평등을 외치는 지식인들에 의해 종종 배격당하는 이유가 된다.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면 그 비판이 얼마나 허술하고 허황한 것인지를 분명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주의는 비인간적이지 않다. ‘위선’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을 뿐이다. 미제스는 말한다.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고 헐벗은 자들을 입히며 집이 없는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제도를 더욱 더 발전시켜 나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행복이나 안분자족은 의식주의 풍요함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각자가 내면적으로 소중히 가꾸어 나아가고 있는 것들에서 나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포퓰리즘적 정책들의 허상을 짚어낸 것 같았다. 자유주의를 인간사회의 현실적 관계에 대한 철학으로 제시하며, 일찍이 이 철학을 사람들의 행위에 투사해 낸 미제스의 혜안에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자유주의는 지나치게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인간사의 불합리성을 열거하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반드시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이란 본래 비인격적 시스템이고, 자유주의는 인간의 본성적 탐욕을 인정하는 철학 체계다. 바로 그 탐욕이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임을 간파한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반자본주의적 정책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게 하거나,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노력을 방해한다. 반자유주의의 가장 큰 맹점은 그것이 사회적 약속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쟁과 그 결과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진다는 엄연한 계약을 배반한 데 대한 인과응보는 혼란과 비효율이라는 냉혹한 현실이다. 일례로 실업자를 위한 사회적 부조나 보조의 형태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국가 정책이 더 심한 빈곤과 실업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겠다. 기실 먼 곳이 아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해 말엽 정부는 내년 3조3000억원을 투입해 106만개의 ‘직접 일자리’를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직접 일자리’는 중앙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집행으로 진행되는 공공근로를 일컫는다. 이 제도가 가져오는 유익함도 물론 있겠으나, 그 폐해가 훨씬 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놀랍게도 미제스의 <자유주의>에는  이와 관련된 논박이 선명하게 나와 있다. “다른 경우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공공사업을 일으켜 실업을 해소하려는 노력 역시 헛된 것이다. 그런 사업에 필요한 자원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데 쓰였을 자원을 조세나 대부에 의하여 조달함으로써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산업에서의 실업의 감소는 여타산업에서의 실업이 증가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게 된다.” 이 정도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고, <자유주의>에는 최저임금제, 노사관계, 국가 간 분쟁,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에 대한 통찰도 주어져 있다. <자유주의>가 혼돈에 빠진 위기의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자유주의>를 끝맺으면서, 필자는 자유주의가 목표하는 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그것은 이념이며 사회구성원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가르침이며, 또한 동시에 실제 사회에 있어서의 인간협동에 대한 이와 같은 가르침의 응용이다.…모든 이에게 물질적 복지의 평화롭고 교란되지 않는 발전을 보장해줌으로써 그것이 사회적 기관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는 한도 내에서 인류를 외부적인 고통과 박해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시킨다. 이것이 자유주의의 목표이다.” 


코로나19 이후 엄정한 시험대에 서게 된 위정자들이 국가 운영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특히나 퍼주기 경쟁만 하다가 선거 끝나면 나라가 빚더미에 앉게 될까 봐 불안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자유주의는 국가 지속을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할 지혜다. 당장 배를 갈라 금을 꺼낼 것인가. 황금알을 계속 낳도록 살려두고 보살피고 독려할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자유주의는 대체 불가의 선택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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