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최승훈 / 2021-12-20 / 조회: 1,738

한국은 현재 중학교 졸업까지 의무교육이며 2021년도부터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요컨대, 공적자금 및 보조금이 거의 모든 교육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교육 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야 하는 경제학적 근거가 무엇인가?


후생경제학 제1 정리, 일반균형의 자원 배분은 다른 사람들의 피해가 없이는 그 누구도 추가로 이득을 볼 수 없는 파레토 효율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이 정리가 성립하려면 전제조건인 외부성과 공공재가 없어야 한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술집 인쌩맥주에서 시간제 근무자로 일하는 동안 있었던 일이다. 나는 본사에서 정식교육을 받은 매니저의 테이블 정리 요령을 보며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되었고 덕분에 내 기술도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또한, 테이블을 정리하다 보면 손님이 두고 간 분실물들을 보게 되는데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계산대에 있는 분실물들은 쌓여만 갔다. 그 이유는 먼저 발견했던 다른 손님이 먼저 계산대에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 시장에서 재화인 교육은 양의 외부성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개입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첫 번째, 교육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각 학교, 학생 그리고 지역마다 발생하는 외부성의 크기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외부성의 크기를 측정하는 데에는 큰 한계가 있다. 두 번째, 납세자들이 직접 수혜자도 아닌데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는 찾기 힘들다. 따라서 효율성을 달성하려면 창출된 양의 외부성만큼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현 정부가 발표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의 교육 양을 무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정책은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너무 과도한 지원이 아닐 수 없다.


한 번 교실 공간, 교사의 시간과 관심, 수업 접근 그리고 학교 등록에 관해 경합성과 배제성을 생각해 보아라. 과연 교육을 순수 공공재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교육은 사유재 또는 기껏해야 비순수 공공재의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개입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만일, 교육이 공공재라 하더라도 공공재의 효율성 조건은 무임승차자 문제로 달성이 힘들다. 요컨대, 다른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 공공재가 제공되면 자신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혜택을 누리고자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에 관해 모든 사람의 한계 편익 곡선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리하면, 교육의 외부경제 창출 여부 그리고 공공재라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증명되었더라도 정부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개입하는 데에는 경제학적 근거 이외에 다른 것이 있는가?


현재,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라는 재화 평등주의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등주의 사고가 시장경제에 정부의 개입을 부추겨 오히려 비효율적인 시장을 초래한다. 즉, 평등주의 사고는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권리를 스스로가 소탕하게 한다.


학창 시절,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놀이기구를 타러 간 적이 있다. 나름 먼 거리를 놀러 갔던 국외여행이라 더 비싼 값을 지급하고 대기시간이 짧은 급행 이용권을 3개 정도 구매했다. 덕분에 기본 이용권이었다면 3개밖에 타지 못했을 놀이기구를 5개 정도 탈 수 있었다. 내 가족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수입이 증가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놀이기구의 줄을 기다렸던 이용자들은 더 싼 값에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교육 시장에서도 급행 이용권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면, 모든 학생, 교사 그리고 학교 등은 이득을 보며 사회 전체의 효율성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놀이기구 이용권을 정부가 세금을 걷어 더욱 싼 값으로 통제한다면, 이 전부터 기본 이용권을 구매하고자 했던 소비자들 이외에 모두가 손해를 보며 효율성이 감소할 것이다. 이처럼 무상교육은 각 개인이 급행 이용권을 선택할 권리를 없애 버린다.


그 당시 느낀 일본의 급행 이용권에 관한 현지인들의 인식은 당연시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 롯데월드의 매직 패스 이용권을 생각해 보아라. 이 이용권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개인의 능력 혹은 평가하는 가치에 따라 더 비싼 값을 주고 대기 없이 놀이기구를 타는 것에 관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혹은 만일, 이것이 불공정하다면 이것을 못 하게 막는 것이 개인에게 이득이 되는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개인이라면 불공정하다는 생각과 이를 반대하는 것은 본인에게 손실을 안겨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평등주의 사고가 불러온 교육 시장의 정부개입은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을 안겨준다.


정부가 교육 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은 교육이 외부성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옳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와 지원 정책은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과도한 수준이며 사회적으로 손실을 안겨준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 후생을 위해 더는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관한 자유를 보장하는 정책과 교육으로 발생한 양의 외부성 크기를 연구하여 능력이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의 계층상승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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