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배터리 산업, 괜찮을까?

김정호 / 2021-06-08 / 조회: 464


김정호_2021-19.pdf


“삼성·현대차·SK·LG, 생큐, 생큐, 생큐” 바이든 대통령은 세 번씩이나 우리나라의 재벌기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정작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은 한번도 고맙다는 소리를 해 본적이 없는데…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입니다.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석유를 넘어서는 전략물자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배터리 이야기입니다.


배터리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현관문의 디지털 키에 넣는 배터리는 알라카린 배터리, 자동차 후드에 들어 있는 배터리는 납 배터리입니다. 요즈음 가장 뜨고 있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충전 가능하다고 해서 2차 전지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는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27.5%를 차지합니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을 위한 에너지 저장용으로 5.3%가 사용됩니다. 이 둘을 합치면 1/3입니다. 나머지 2/3, 즉 67%는 전기차용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 전용 전기차의 대수는 2020년 685만 대인데요. 2030년이 되면 8천만 대로 12배로 증가하는 것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거의 같은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들은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게 될 것이고, 배터리의 수요도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의 예상에 따르면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수요를 합친 규모는 2020년 526GwH에서 2030년 9,300GwH가 됩니다. 10년 동안 무려 18배의 증가입니다. 그야말로 수요 폭발입니다.


이렇게 수요가 폭발할 수 있는 이유는 생산 측면에서 원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수요가 있더라도 값이 비싸면 누구도 사지 않겠죠. 배터리의 가격은 놀랍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MIT의 지글러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1 1991년 소니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업용으로 도입했을 때의 가격은 kWh당 9,000달러 이상이었는데 30년이 지난 현재 10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97%가 떨어진 겁니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10년 동안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2010년 kWh 당 1,200달러이던 가격이 2020년에는 140달러가 되었습니다. 10년 사이에 88%가 떨어졌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126달러에 도달했습니다.2



2020년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정도입니다. 다음 그림은 제조 원가 14,000유로, 한화로 1,900만 원 정도 되는 내연기관차와 거의 같은 성능의 전기차의 원가 구조를 비교한 것입니다. 전기차 원가는 2만 유로, 2,700만 원 정도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 배터리 비용은 8천 유로, 한화로 1,000만 원 정도입니다. 비율로는 전체 원가의 40%에 달합니다. 배터리 가격이 더욱 떨어져 4천 달러 정도가 되면 전기차의 제조 원가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집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3 1kWh당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내려 가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추측들을 합니다만, 그런 상태까지 갈지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어쨌든 배터리 가격이 놀랍도록 낮아져 왔습니다. 생산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우리나라의 LG화학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도 가세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가격 파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원천 기술은 미국과 일본이 최고이지만 생산 기술의 최고봉은 한국입니다. 물론 중국이 거의 따라왔고 추월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배터리는 리튬과 흑연, 코발트 같은 희토류 금속을 가공, 조립해서 만듭니다. 배터리 제조를 둘러 싼 서플라이 체인은 크게 6단계로 구성됩니다. 1단계는 희토류 금속의 채굴, 2단계는 화학 처리를 통한 정련, 3단계는 리튬과 흑연, 코발트 등으로 만들어진 양극재, 음극재를 만드는 단계, 4단계는 배터리 모양 셀로 조립하는 단계, 5단계는 전기차 등에 장착, 마지막 6단계는 재활용 또는 재사용 단계입니다. 한국이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3단계, 즉 배터리 셀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리튬 같은 원자재 그리고 가공된 양극재, 음극재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배터리를 셀과 팩을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먹구름이 몰려 들고 있습니다. 배터리 서플라이 체인이 미-중 갈등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은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빨간 색이 중국을 나타내는데요.4 원자재 중 천연 흑연은 중국이 71%나 차지합니다. 중국의 지위가 더욱 압도적인 부문은 원광석을 화학 처리해서 희토류 금속을 분리해내는 과정 즉 제련, 그리고 그것을 중간재로 가공하는 부문입니다. 리튬 제련은 전세계의 57%, 흑연은 100%, 양극재는 86%, 음극재는 70%를 생산합니다. 배터리 셀 생산도 75%나 차지합니다. 물론 중국이 생산하는 셀에는 LG 중국 공장의 생산량도 포함됩니다.



한국이 우위를 가지는 것은 셀 제조 부문입니다. 이미 가공된 양극재와 음극재를 정교하게 조립하는 단계이죠. 부가가치가 높아서 좋긴 하지만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중국에 목을 잡힌 형국이 되었습니다. 만약 중국 당국이 원재료인 양극재, 음극재 또 리튬, 흑연 같은 원자재의 수출을 끊어 버린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블룸버그가 평가한 한국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눈길을 끕니다.  2020년 우리 대한민국은 중국에 이어 2위입니다. 일본과 동률입니다. 여러 분야 중에서 한국이 강점을 지는 부문은 셀 제조로서 2위이죠. 반면 원재료, 환경규제 등의 경쟁력 순위는 낮습니다. 그런데 2025년이 되면 종합순위가 8위로 떨어집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원자재와 시장 규모입니다. 희토류 광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전기차 생산 판매 규모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미리 내다보기 어렵습니다만, 기분 좋은 예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에의 높은 의존도가 당황스럽긴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IEA 추계에 의하면 2020년 114만 대인 전기차를 2030년 958만 대로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입니다. 배터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미국산 배터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20년의 경우 세계 생산 캐파의 9%에 불과합니다. 미국으로서는 자기 나라에 배터리 생산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LG와 SK가 고마울 수밖에 없죠.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나 중간소재의 수출을 금지한다면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이라도 곤경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미국도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토류 금속을 생산하던 나라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광산이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희토류 생산에 뛰어 들자 미국은 서서히 생산을 포기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 완전히 생산이 소멸합니다. 그 대신 필요한 희토류 금속을 모두 중국에서 들여다 쓰게 된 겁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희토류 채굴 및 정련은 환경오염이 심합니다. 미국의 높은 환경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중국은 환경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훨씬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중국 것을 사다 쓰게 되었는데 그것이 미국의 아킬레스 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F-35 전투기의 생산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다시 희토류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희토류 생산이 비교적 많은 호주를 밀어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배터리의 재활용을 늘리는 정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셀의 생산은 한국 기업 유치로 해결하고 원자재의 생산은 자체 채굴 재개, 호주 등의 생산 확장 장려 등으로 조달하고자 하는 겁니다.


미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은 어쩌죠? 생산 기술이 최고인 것은 사실이지만 새 공장들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LG엔솔은 한국에는 공장을 한군데만 두고 미국, 폴란드,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헝가리에 공장이 있습니다. 시장에 가깝게 가려는 목적, 중국의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지만 한국의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데에도 원인이 있을 겁니다.


한국은 대기업이 돈을 벌면 범죄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대기업 공장이 들어온다면 동네 주민들이 일단 꼬투리 집으며 떼를 쓰고 나서죠. 중소기업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될 문제들이 재벌기업이면 문제가 됩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7년째 전기를 끌어오지 못한 것은 아주 단적인 사례입니다. 주민의 막무가내식 반발을 해결해야 할 정부는 먼산 바라보듯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기업으로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땡큐를 외쳐주는 나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죠.


안타까운 것은 남아 있는 우리의 상황입니다. 기업의 투자가 외국으로 나갈수록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가겠죠. 배터리, 반도체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산업입니다만, 국내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Micah S. Ziegler and Jessika E. Trancik, Re-examining rates of lithium-ion battery technology improvement and cost decline: Energy Environ. Sci., 2021, 14, 1635. https://pubs.rsc.org/en/content/articlelanding/2021/ee/d0ee02681f#!divAbstract

2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12-17/this-is-the-dawning-of-the-age-of-the-battery?sref=9fHdl3GV

3 An Overview of Parameter and Cost for Battery Electric Vehicles, World Electric Vehicle Journal, 2021.

4 https://www.wsj.com/articles/u-s-mounts-a-charge-to-take-on-china-the-king-of-electric-vehicle-batteries-11611658235

5 https://about.bnef.com/blog/china-dominates-the-lithium-ion-battery-supply-chain-but-europe-is-on-the-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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