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없던 ‘자유경제 교과서’: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

고경아 / 2021-02-05 / 조회: 1,597

이 책은 여태껏 대학 강단에 오르지 못한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경제학과로서 자본주의를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본주의를 얼마나 몰랐는가를 깨달으며 겸손하게 배움의 깊이를 키울 수 있었다.


미제스는 어설픈 중립을 표방하기보단 완전히 자본주의의 편에 서서 왜 진정한 자본주의, 불간섭주의가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불간섭주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된다.


놀라운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간섭주의(중도주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황금의 중용이 아니다.”라는 말은 특히 내 모든 사고 체계를 흔드는 것 같았다. 내가 알던 바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낳고 사회주의는 국가적 가난을 낳기 때문에 서로를 보완한 것이 ‘수정 자본주의’, 즉 이 책에서 ‘중도주의’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혼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적절히 섞었다고 주장하는 ‘간섭주의’는 사회주의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간섭주의는 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자본주의인 척하지만 결국 사회주의와 그 목적이 같다. 정부는 가격 통제, 최저임금 제한, 이자율 조정 등 하나둘씩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시장은 본래 그래야 할 모습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계획경제가 야기하는 모든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주의에 이르게 되면 경제계산이 불가능해지고 시장의 기능은 고장 나고 만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본주의에서의 기업가는 수익을 만들고 손실을 막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는 이들이다. 반면 사회주의는 그들을 앉아서 계산기만 두드리면서 열심히 물건을 만드는 공장 노동자의 생산물을 빼앗는 존재라고 본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기업가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고 사회주의는 통제하려 드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회주의의 민낯이다. 공장 노동자는 기업가의 지시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미제스는 기업가가 이윤을 위해 미래 시장을 예측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가가 수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질 좋은 상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기업가들이 다른 기업과 경쟁하고, 공장을 가동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게 대량 생산해냈기 때문이다. 간섭주의가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면 기업가는 얻은 수익을 정부에 뱉어내느라 더 많은 판매나 대량 생산에 흥미를 갖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주의는 마치 기업가와 자본가를 독재자인 것처럼 취급한다. 나 또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기업의 독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매일 투표가 이뤄진다. 어떤 기업이 소비자의 입맛에 잘 맞는가를 평가하는 이 투표에서 기업의 수익과 손실이 결정된다. 사회주의에서는 이런 투표 없이 정부의 논리에 따라 배급이 조절된다. 간섭주의에서도 판매자, 소비자의 욕구와 별개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다. 과연, 이중 어느 것이, ‘독재’인가.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려면 1인당 투자를 늘리는 것만이 방법이다. 최저임금제는 즉각적으로 눈에 나타나기에 정치인들이 대중의 환심을 사기 좋다. 그러나 시장을 조작한 결과는 실업으로 이어진다. 고용자는 노동자에게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도주의는 실업자들의 생계 급여를 요구하고 정부는 그를 메우기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을 시행해 화폐 주조세(인플레이션 조세)를 얻는다. 그 결과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실질 임금이 하락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지폐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제나 세금의 방해가 없다면 기업가는 상품 판매 수익을 온전히 공장 설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 즉 1인당 자본 투자가 늘고 생산량이 늘어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진정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는 길인 것이다. 노동자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기업가도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가의 수익을 세금으로 가로채는 것은 자본 투자 비용을 예금 통장에 가둬놓는 일이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해오는 동안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 경제를 뜨겁게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내 풀이가 정답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내가 배운 것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얻을 수 있었다. 경제학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도 참된 자본주의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1인당 자본 투자량을 늘리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인 듯하다. 경제에 답이 없다고 믿더라도 그간 중도주의에 대해서만 들어왔다면 이제는 진짜 자본주의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당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내가 먼저 이 ‘자유경제 교과서’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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