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

이석주 / 2021-02-04 / 조회: 2,114

간혹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요즘에는 흔히 오지라퍼라고 하는데, 그 오지라퍼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로 여기저기 끼어들어 훈수를 둔다. 둘째, 본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후관계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그 오지랖이 일이나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오지라퍼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한국의 경제법체계이다. 현재의 경제관련 법체계와 그에 따른 정책들은 원유(原乳)가격이 결정되는 시스템부터 재해가 일어난 기업을 처벌하는 것까지 참견을 안 하는 곳이 없다. 법과 정책의 영향을 받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정치인과 관료들은 각 업계의 정확한 사정은 모른 채 선한 의도만 가지고 행동한다. 결국 참견의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가격과 높은 생활물가 등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헌법에 새겨져있는 오지랖 기제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2항에 따라 국가는 경제력 남용 방지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도한 부를 축적하지 못하게 하고 모두가 비교적 평등하게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간섭할 수 있다. 오지랖 기제를 천명해놓은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헌법 제119조 1항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를 존중한다는 정반대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1항과 2항을 통합하면, 자유시장경제를 본 체제로 끌고 가면서도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폐해들을 국가가 개입해 수정함으로써 균형을 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제스는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에서 그러한 경제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자유경제와 국가의 오지랖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물건이 자유롭게 거래되며 가격이 형성되는 가운데, 어떤 물품이 비싸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다고 판단한 국가가 그 물품의 시장가격보다 낮게 상한가격을 규정한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의 상한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생산하던 공급자들은 그 시장을 떠나게 되고, 결국 공급이 적어진 해당 물품의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의도와는 반대로 비싸졌기 때문에 다시 그 물품의 생산요소 가격을 통제해 만회하려 한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규제는 계속해서 증가한다.


미제스는 경제가 운영되는 메커니즘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소비·공급이든가 국가의 계획에 의해 결정되든가 둘 중 하나라고 역설한다. 중도주의 혹은 간섭주의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경제시스템은 미끄러운 비탈길을 타고 필연적으로 사회주의나 통제경제로 이행한다는 것이 미제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국가의 간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오지랖 기제를 헌법에 심어둔 것인가. 미제스는 그 이유를 사람들의 경제와 자본주의 그리고 기업가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대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정태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서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항상 일정한 환경에서 일들이 일어난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경제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다. 정태적 환경 속에서 어떤 자원이나 대상들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었다고 생각한다. 기업가들은 재빠르게 그런 한정된 것들을 점령하고 생산비용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하고, 자본주의는 그것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법과 제도를 통해 경제력의 남용을 막고 국가가 개입해 돈을 찍어내고 공공지출을 늘리면 기업가가 아닌 대중들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미제스는 말한다. 삶의 조건과 환경은 변화한다. 가령 곧 고갈될 것이라고 40년 전부터 이야기된 석유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부존량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가들은 그런 미래의 불확실성을 파악하여 사업을 함으로써 미래와 현재의 격차를 줄인다. 그 대가로 이윤을 얻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가들은 이윤을 다시 저축하고 투자하여 자본재를 추가한다. 이로 인해 1인당 자본량이 증가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임금이 상승하고 생활수준이 나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태적이고 또한 발전하는 경제가 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경제발전의 과정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그 과정에 국가의 오지랖은 끼어들 틈이 없다. 만약 강제로 개입하게 되면 선순환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한 국가의 계획적 행동이 나쁜 결과를 발생시킨다. 그런 점에서 헌법 119조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미제스가 『자유를 위한 계획이란 없다』에서 던진 메시지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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