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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 대선 이야기입니다. 11월 3일이 미국 대선이니까 이제 2주 남았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세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앞으로 남은 미국 대선 절차가 무엇인지, 선거 결과를 미국 언론은 어떻게 예측하는지 알아보고, 만약 바이든이 된다면 미국 정부의 정책은 지금과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미국 대선 절차
대선 투표일은 11월 첫째주 화요일인데요. 올해는 그날이 11월 3일입니다. 이날 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1/3을 동시에 선출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출 방법은 우리와 무척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지역과 관계없이 총득표수가 더 많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인데, 미국은 아닙니다. 미국 유권자는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선거날인 11월 3일에 미국 유권자들도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 투표하기는 합니다만 그 날 선출되는 것은 선거인단입니다. 그 선거인단이 나중에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헌법 규정에 따라 배정된 선거인단 수가 55명입니다. 미국 전체의 선거인단 규모는 538명입니다. 투표 결과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유효투표수의 48% 그리고 52%를 각각 얻었다고 해보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선거인단도 트럼프와 바이든에게 48 대 52로 배정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는 55명 전원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한 선거인단으로 결정됩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승자독식의 구조입니다.
선거인단 수는 주마다 다릅니다. 예컨대 텍사스는 38명, 뉴욕과 플로리다는 각각 29명, 하와이 4명, 알래스카 3명 등입니다. 50개주를 다 합치면 538명입니다. 따라서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11월 3일에 선출된 선거인단이 12월 14일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형식적으로 보면 대통령 최종선출일은 12월 14일인 것이죠. 하지만 11월 3일에 결정되는 선거인단은 지지 후보가 정해진 상태에서 뽑혔으니 12월 14일에도 그대로 투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11월 3일에 당선자가 결정됩니다. 물론 12월 14일 최종 투표에서 변심을 하는 선거인단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 때문에 승패가 바뀐 적은 없었답니다.
그런데 올해는 우편투표를 한 사람들이 많아서 과연 11월 3일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가들도 많습니다. 선거 결과가 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와 당선 가능성
이제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언론사들의 여론 조사 결과로는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트럼프보다 일관되게 높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10월 16일 CNN이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평균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53, 트럼프 42 입니다.1 바이든이 11포인트 앞서 있습니다. CNN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서 조사 결과도 이 영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화당 지지 성향인 폭스뉴스의 조사 결과는 어떤지 찾아보았습니다. 이 표가 10월 3일부터 5일 사이에 조사해서 6일에 발표한 결과인데요. 바이든 53, 트럼프가 43으로 바이든이 10포인트 앞서 있습니다. CNN, 폭스뉴스 모두 바이든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것만 보면 2020년 1월 20일부터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들을 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2016년에도 여론 조사 결과로는 트럼프의 패배, 클린턴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2016년 선거일은 11월 8일이었는데요, 선거일 닷새전인 11월 3일 CNN은 5개의 여론 조사 결과를 종합해서 46 대 42로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2 폭스뉴스도 선거 하루 전날인 11월 7일 클린턴 48, 트럼프 44로 클린턴이 우세하다고 보도했습니다.3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트럼프가 선거인단 중 304표를 얻어 227표를 확보한 클린턴에 압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론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이번에도 CNN부터 폭스뉴스까지 트럼프의 낙선, 바이든의 당선을 시사하는 여론 조사 결과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대로 될지 아니면 2016년처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지 두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경제정책
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현재의 정책들이 지속될 것이고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달라질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이든이 될 경우 어떻게 달라질지, 우리와 관련성이 큰 문제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경제 문제입니다. 우리와 매우 밀접히 관련된 것은 미국 달러 가치 및 미국 주식 시장의 미래, 우리의 수출입에 대한 영향일 겁니다.
바이든이 되면 달러의 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돈이 많이 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풀어 경기 살리는 것이 미국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미국 국내의 인프라와 환경 시설 투자 등에 많은 돈을 풀어낼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달러 인덱스가 떨어지는 현상은 바이든의 높은 당선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진단하는 분석가들이 많습니다. 트럼프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풀어내리라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한국 원화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환율이 떨어진다는 말이죠. 사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데에는 그런 예상이 미리 반영된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풀려나는 달러는 미국 국채 수익률에도 영향을 줍니다. 돈이 풀리는 만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로 인해 만기가 긴 국채의 수익률도 높아집니다. 최근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오르고 있는데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4
하지만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겠죠. 미국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겠죠. 미국 장기 채권 수익률도 떨어질 겁니다.
미국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많이 풀린 돈은 주가를 높이게 되죠. 하지만 바이든 정부 하에서는 주가 하락 압력도 강력하게 작용할 겁니다. 트럼프는 세금을 낮추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많이 없앴습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그와 반대로 반기업적 정책들을 쏟아내게 될 것입니다. 세금을 올리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들을 늘릴 겁니다. 그로 인해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으리라고 봅니다. 두 효과를 합치면 어떻게 될까요? 점치기 쉽지 않습니다.
한편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산유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셰일 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습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셰일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질 것이고 셰일 석유의 생산은 줄어들 겁니다. 셰일 석유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 되었는데 그 지위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세계유가가 상승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석유 생산이 줄어드는 대신 이란 석유 생산이 늘어나니까 최종적으로는 두 효과가 섞여서 나타나겠네요.
통상정책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외교통상 정책도 많이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인 데다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1대1 협상을 우선해 왔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우방들에게까지 관세를 높이고 막대한 미군주둔비용을 요구한 것은 그 같은 원칙이 반영된 것입니다. 바이든은 미국의 외교를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트럼프 이전 상태로 돌려놓을 겁니다. 동맹을 중시하고 WTO, WHO 등 국제기구와 TPCPP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중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주둔비용 분담에 대한 요구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부를 정도로 교역상대국들에 대한 관세를 높여 왔습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바이든은 관세로 동맹국을 괴롭히고 협박하면 안된다며 트럼프를 비난했습니다. 바이든이 된다면 관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질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습니다. 무역장벽을 낮춰 미국으로의 수입이 증가할수록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질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 같은 경우는 바이든이 된다고 해도 통상정책의 외형은 달라지겠지만 실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5 어쩌면 관세를 낮추는 대신 탄소부과금 같은 것을 신설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해도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중국 외교
가장 큰 관심이 가는 것은 미국의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정책인데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공산당에 대하여 거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중국 공산당 옥죄기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죠. 바이든도 중국 압박 정책은 비슷할 것으로 예측들을 하고 있습니다.6 반중 노선은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대부분 미국인이 공유하는 정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퓨리서치가 2020년 6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미국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73%에 달했습니다.7 긍정적 답변은 22%에 불과합니다. 민주당원들도 반중적 여론이 다수이기 때문에 바이든 역시 그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많은 미국인들이 그랬듯이 바이든도 상당한 친중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대선전에 뛰어 들면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으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중국을 권위주의적 독재체제라고 비판합니다. 트럼프가 중국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한다고 다그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신장 위구르 및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 같은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더 강경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바이든이 정말 중국과의 정면 대결까지 벌릴 배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8 아무래도 바이든은 노쇠한 데다가 약체이니까요.
대중 정책의 기조는 비슷하다 해도 구체적 방법은 트럼프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독자적 행동을 선호했습니다. 관세 인상과 화웨이, 틱톡 등에 대한 제재가 대표적이죠. 최근 들어 일본, 호주, 인도 등 소위 쿼드를 통한 대중 압박, 경제번영네트워크를 통한 반중 서플라이체인 구축 구상 등 동맹국과의 협조를 요청하는 쪽으로 약간 방향을 수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이고 1대1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협조를 통한 연합전선을 강조합니다. 1990년대 이전에 경험했던 냉전 구도의 모양새가 부활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독재국가 진영의 대결이 되겠죠.
이렇게 될 경우 미국, 중국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나라들로서는 입장이 상당히 난감해질 겁니다.9 문재인 정권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최고의 난감함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의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게 반중 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현재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대답 안하고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바이든의 대중 압박 전략 하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쪽을 택해도 고통스러울 겁니다. 미국 편에 선다면 중국의 제재를 각오해야 하겠죠. 중국의 지지가 없다면 정권을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중국 편에서 선다면 미국을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경제 제재를 각오해야 할 수도 있겠죠. 지금 터키가 당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어떤 고통을 줄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쩌면 문재인 정권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쉬운 상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과 처지가 비슷해 보입니다.
대북 외교
대북정책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종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김정은을 만나서 담판을 짓는 방식이었는데 일관성이 없는 데다가 결과도 현재까지는 실패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성과도 없이 김정은을 cozying up만 해줬다고 비판했습니다. cozying up이란 환심을 사려하는 것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호주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분석에10 따르면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시대로 회귀할 것이라 합니다. 즉, 대북 경제제재를 계속하면서 실무자 및 동맹국, 즉 한국을 통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구체적 비핵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미북정상회담 및 남북정상회담은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눈속임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문재인과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살펴봤습니다.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수준인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죠.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바이든의 발언과 기존의 분석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뜻밖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질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바이든 시대에도 극단적 사건이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민주당 급진사회주의자들이 권력을 탈취한 후 바이든을 조종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11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바이든의 유약함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디서나 위험의 진원지이군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3 https://www.foxnews.com/politics/fox-news-poll-clinton-moves-to-4-point-edge-over-trump
4 https://www.ft.com/content/d467fa5a-9dc2-4c84-ba8f-cf73062023ca
6 https://www.wsj.com/articles/whats-bidens-china-policy-it-looks-a-lot-like-trumps-11599759286
8 https://foreignpolicy.com/2020/09/03/biden-is-now-a-china-hawk-with-limits/
9 https://asia.nikkei.com/Spotlight/Comment/US-allies-must-brace-for-tougher-China-stance-from-Biden
10 https://www.lowyinstitute.org/the-interpreter/biden-presidency-and-us-south-korea-alliance
11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20/10/03/joe-biden-would-not-remake-americas-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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