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로그] 남해 버블, 그 돈은 다 어디로??

자유기업원 / 2020-06-03 / 조회: 14,119

[경제로그] 31. 남해 버블, 그 돈은 다 어디로??


1720년, 영국 남해회사의 주가는 100 → 1,000파운드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00파운드로 급락했습니다.

이 남해버블은 광적인 투기 심리, 시장의 실패, 경제 파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시장은 왜 혼란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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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년 영국의 재무 장관이 된 로버트 할리는 정부의 재무 대조표를 보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재정은 5,000파운드였는데, 빚이 900만 파운드나 되었기 때문이죠. 영국 정부는 오랫동안 전쟁을 하느라 빚더미에 앉아 있었어요. 그는 고심 끝에 복권 판매로 비상한 상술을 보여준 존 블런트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남해 회사’입니다. 남해 회사는 900만 파운드의 국채를 연 6%로 인수하는 대신 남해 무역 독점권을 얻고 정부는 공공부채를 줄이는 윈윈 전략이었어요.


그런데 남해, 즉 남미의 바다는 스페인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벌였지만 1713년 평화조약을 맺으면서 1년에 겨우 배 1척 입항을 얻어냈으니 무역 독점권이 소용없게 되었어요. 그러자 남해 회사는 1717년 국채 3,100만 파운드를 더 인수하면서 동일한 금액의 액면가 주식 발행을 원했습니다. 무역은 안 하고 3,100만 파운드어치 주식을 발행해서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벌겠다는 속셈이었어요. 남해 주식을 뇌물로 받은 의원들은 적극 찬성했고, 상납금 750만 파운드를 받기로 한 정부는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이에 반대하던 로버트 월풀은 런던 탑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1720년 1월, 고위 관리들이 주식을 구매하고 조지 1세가 감독관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해회사의 주가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동인도 회사로 큰 수익을 올렸던 영국인들에게 해외무역은 매력적인 투자처였죠. 블런트는 주가를 높이려고 남미의 금광 소문을 부풀리고 주식을 할부로 팔다가 심지어 무이자 대출까지 해주었습니다. 주식을 할부로 사서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수익이 생기니 사람들은 대출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남해 회사를 감시했어야 하는 정부와 의회는 오히려 남해 회사에 자본을 몰아주려고 무허가 주식회사의 주식 발행을 규제하는 법안까지 만들었습니다. 조지 1세는 블런트에게 남작 작위를 수여했어요. 마침내 9월, 주가는 1,050파운드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의 매도 소식이 들리고 호재가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면서 주가는 순식간에 100파운드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전 재산을 날리거나 빚더미에 앉은 서민들은 격분하여 국정조사를 요구했어요. 정부는 청렴한 이미지의 월풀을 내세웠지만, 사실 월풀은 석방된 후에 남해 회사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 사건을 정치적 기회로 여겼죠. 월풀은 압수수색을 미루면서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어요. 그 틈에 비밀장부와 경리 직원을 해외로 빼돌리고 친구를 외교관으로 임명해 보호했습니다. 관련자들 대부분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심지어 블런트는 뇌물을 준 의원들을 협박해 돈까지 벌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정적들만 본보기로 제거한 월풀에게 정의 실현이라며 환호했습니다.


1720년 남해 버블이 종결된 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진실을 은폐한 월풀은 원만히 해결한 공으로 총리가 되었고, 일부는 큰돈을 벌었으며, 정부는 국채를 해결하여 재정 파탄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서민들은 소중한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았으며 중산층 경제는 무너졌어요.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원인은 사라지고, 시장의 실패라는 오해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블런트 가문은 지금까지도 남작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 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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