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인류가 채택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체계에 대하여: 수렴과 발산을 중심으로

최정윤 / 2020-05-29 / 조회: 3,438

역사적으로 인류의 활동은 대게 두 분류될 수 있는데, 하나는 수렴의 영역, 다른 하나는 발산의 영역이다. 수렴의 영역은 이미 현존하거나 널리 알려진(a priori) 활동이 반복적 성격을 띄며 재현되는 활동으로, 말하자면 대부분 인간의 활동이 이 영역에 속한다. 발산의 영역은 각 경제주체가 자유의지에 입각하여, 수렴하지 않는, 다시 말해 현존하는 모든 활동과는 형이상학적으로 다른 활동으로, 오직 극소수 천재의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필자의 이런 분류가 철학적으로 엄밀하지는 못함에 독자 여러분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 수렴과 발산의 상대적 논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대체로 우리 주변의 경제를 비롯한 사회현상이 수렴과 발산의 두 부류 중 하나에 속하게 됨을, 그리고 분류된 현상간의 성격이 현저한 심리적, 행동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수렴성은 대개 인간의 무의식적, 심리적, 원초적 활동 혹은 사회적, 이성적 활동과 관련되어 있어, 기본적 의식주와 관련된 활동, 인간의 생리적 욕구와 깊은 관련이 있는 활동, 수학과 물리학적 논증에 기반한 경제적 활동과 행동경제학적 심리적 착오에서 비롯된 경제적 활동, 사회적 지위 혹은 위선과 관련된 경제적 활동 등이 수렴의 범주에 속한다. 구체적으로, 공장의 과학적 관리 기법, 금융공학의 블랙-숄즈(Black-Scholes) 공식, 글로벌 기업의 관료적 경영, 변호사와 의사에 대한 직업적 선호, 주거지로서의 반포의 인기, 명품 패션 브랜드의 속물적 가치 등은 수렴성의 징후를 나타낸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이러한 수렴적인 활동은 많은 경우 결핍에서, 즉 원초적 욕구의 결핍, 재산의 결핍, 사회적 지위의 결핍 등에서 비롯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렴성은 결핍을 단기적으로 충족하려는 형태를 띄게 된다. 


반면, 발산성은 대게 인간의 우연적, 창의적, 직관적, 추상적, 천재적 활동과 깊은 연관을 맺는데, 새로운 이론의 발표, 창업과 사업, 예술과 창조, 아름다움의 추구 등이 발산의 범주에 속한다. 이를테면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전기차 시장에 가져온 혁신, 그로부터 한세기 전 헨리 포드(Henry Ford)가 완성차 시장에 가져온 혁신,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실크 스크린 기법, 정주영의 거북선과 신격호의 롯데월드타워, 금융공학의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 기업가와 크리에이터에 대한 직업적 선호, 명품 브랜드의 예술적 가치 등은 널리 알려진 발산의 예시이다. 발산성이 완전히 결핍의 충족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역으로 결핍의 충족 만으로는 절대로 발산성이 나타날 수 없다. 오히려 발산성은 대게 잉여의 영역에서 비롯되며, 이 예술적인 잉여성이 인류의 위대한 발산을 이끌어낸다. 이를테면,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당시 뉴욕 시의 마차로 인한 교통 문제가 해소되었지만(즉, 결핍이 충족되었지만), 역으로 헨리 포드가 혁신적인 생산 라인을 발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한 위대한 사업가의 뛰어난 직관과 완성차에 대한 미학적 집착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사회는 수렴과 발산의 오묘한 조화로 이루어진다. 수렴은 사회를 유지하며, 발산은 사회를 발전시킨다. 수렴은 안정을 꾀하며, 발산은 창조와 미학을 추구한다. 예컨대, 건강한 경제 생태계에는 관료적인 다국적 기업과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동시에 필요하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 사회가 수렴적인 활동만으로 가득 찬다면 인류의 존재이유가 종족 번식 외에는 상실될 것이며, 발산적인 사건만으로 가득 찬다면 많은 수의 구성원이 낙오될 것이다. 예컨대, 두 요소는 적당한 비율로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류가 채택해온 많은 사회 체계는 수렴과 발산 중 하나의 요소에만 지나친 가중치를 부여해왔다. 서양사에서 고대 그리스는 발산에, 중세 유럽은 수렴에, 프랑스 나폴레옹 제정은 발산에, 파시즘과 사회주의는 수렴에 과도하게 치중했다. 예컨대, 발산적인 고대 그리스의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자유시민 사회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수렴적인 부분을 담당할 많은 수의 노예가 필요했으며, 수렴적인 중세 유럽의 기독교 바탕 사회는 경직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나폴레옹 제정의 프랑스 또한 발산성을 지탱하기 위해 유럽 원정을 통한 정복이 불가피했으며, 히틀러의 파시즘은 인간 존엄의 말살로, 레닌의 사회주의는 부패한 관료주의로 각각 전락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다시 말해 시장 경제를 통해 운영되는 사회는 수렴과 발산을 동시에 포착해낸다. 예컨대, 시장경제는 가격의 '평형점’(Equilibrium)을 추구해 시장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수렴을 추구하고, 한편으로 혁신적인 기술, 새로운 말과 행동에 대한 상한이 없는 보상(Reward without an upper bound)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발산 또한 추구된다. 변호사와 의사는 수렴의 극단에서 안정적인 소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반면 예술가와 기업가는 발산의 극단에서 불안정하지만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자본주의 안에서는 경직성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명 사회 이후 인류의 역사를 본다면, 우리는 적어도 수렴과 발산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보다 더 효율적이었던 시스템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장 경제는 현대의 인류가 채택할 수 있는 가장 수렴적인 동시에 발산적인 사회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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