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았다

이상진 / 2016-11-10 / 조회: 3,332

흔히 ‘소비자의 눈은 정확하고 그 판단은 언제나 궁극적으로 옳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 의견에 동감한다. 2016년 3/4분기 기준,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5%을 바탕으로 매년 증가하는 3만 여의 점포 수와 매출액을 자랑하는 업종이 있다. 국내외 경제변수로 살얼음을 걷고 있는 요즘,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업종, 우리에게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으로 더 잘 알려진 바로 편의점이다.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대한민국 제 1호 편의점’으로 입점한 이래 최근 상품과 서비스, 인프라 3박자를 갖춘 세븐일레븐 KT강남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편의점의 끊임없는 혁신’으로 도전과 진화를 거듭하는 편의점업계. 한때는 서민들의 가벼워진 지갑 탓에 시장수요 감소가 예측되면서 어쩌면 편의점업계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매출의 정체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그 예측은 그저 기우였음을 각종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7년여 간의 편의점 역사가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그 핵심에는 ‘소비자’가 있었고, 그런 소비자의 필요(NEEDS)를 뛰어 넘어 바람(WANTS)까지 꿰뚫어 보았던 업계의 시장경제에 대한 ‘적응과 적용’이 아니었을까.

80년대 후반, 편의점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 잡았던 것은 바로 ‘24시간 운영’이라는 시간으로부터의 틀에서 자유로워진 ‘파격’에 있다. 당시 대형할인마트에서부터 동네 수퍼마켓까지 존재했지만 밤 10시를 넘어서면 폐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던 것,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정을 넘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도 얼마든지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들을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지 않다는 탓에 언젠가는 대형할인마트와의 경쟁우위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일부 상품들은 여전히 타 경쟁업체의 품목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싼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업계의 속을 들여다 보면 그 판단이 그릇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동선을 반영한 디스플레이’ 그리고 ‘자체 브랜드(PB)'라고 생각한다. 예전만 해도 그저 비슷한 상품군들을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이 전부였던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이 시도한 것은 바로 방문고객들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었다. 편의점이 입점한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한 수요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바탕으로 그 동선에 따라 상이하지만 고객의 눈을 따라 가며 높은 구매의향을 보이는 상품들을 진열함으로써 매출액을 늘리고, 나아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증대로 이왕이면 대형할인마트까지 직접 운전을 해서 가기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먹고, 입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손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격경쟁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본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많은만큼 다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고, 때로는 다양한 할인혜택과 프로모션을 통해 그 반응 결과를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업계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트렌드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편의점의 매력일 것이다.

가계경제의 악화로 직장인이나 학생 그리고 주부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반영한 ‘PB제품’들의 개발과 제휴도 소비자의 눈과 발을 잡는 촉매제가 될 수 있었다. 3천원만 있으면 든든하게 밥 한끼를 해결할 수 있고, 가격대별로 내 입맛에 맞는 도시락에서부터 이른바 맛집에서 파는 떡볶이, 순대, 설렁탕, 육개장 등등 무궁무진한 맛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포인트를 적립하고 제휴 카드사를 통해 할인도 받고 이벤트까지 응모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파는 이’에서 ‘사는 이’로 시각이 옮겨가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이다.

어떤 이는 PB제품이란게 가격경쟁에서는 우위를 점할지 몰라도 품질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다. 예를 들어 콜럼비아나 브라질 커피농장을 직접 방문해서 계약한 최고급 원두로 카페테리아 형식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전문 베이커리나 개인 빵집과의 협약으로 매일 아침 따뜻한 빵과 쿠키를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개인이 운영하는 맛집이나 식품제조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언제 어디서나 맛 좋은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세업자들에게는 새로운 판로 개척에 활용되기도 한다. 

한때 이른바 ‘골목상권 논쟁’으로 영세상인들의 주머니를 낚아챈다는 주범으로 내몰렸던 편의점과 대형할인마트. 하지만 결과가 보여주듯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여전히 경영악화로 궁핍해졌고, 그 수익은 외국계 대형마트 및 홈쇼핑업계에게 돌아간 가운데, 국내 편의점업계는 불황 속 고군분투로 진화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이 아닌 편의점을 선택한 이유,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따져봐야 할 부분인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대기업 계열사인 편의점이야말로 거대 공룡이 아니냐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업주들 대부분이 불안한 노후걱정이나 직장생활의 벼랑 끝 미래에 부딪혀 고심 끝에 남은 자산이나 대출을 통해 계약을 맺은 개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 건물 너머 있는 타 편의점과의 경쟁, 대형마트와 동네 수퍼마켓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 남고자 남모를 고민과 시련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본사와 업주와의 끊임없는 아이디어 소통 및 CRM 구축을 공유하면서 이뤄낸 결과가 오늘날의 편의점이 아닐까 한다. 한 사람의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고, 잠재적 고객을 방문케 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을 그들의 혁신이야말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었고, 또한 골목상권이 본받아야 할 경험일 것이다.

이제는 택배 접수 및 발송에서부터 ATM과 캐쉬백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진보하는 편의점업계를 바라 보면서 누구보다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고 정확히 꿰뚫어 봄으로써 소비자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하고,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 24시간 운영이라는 ‘시간적 혁신’과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작지만 강한 ‘공간적 혁신’이야말로 27여 년이란 세월이 만들어 낸 편의점 진화의 황금열쇠가 아닐까 한다. 

누구나 시장경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을 맛볼 수는 없다. 그 ‘아무나’가 될 수 없기에 편의점업계는 쉼 없이 도전과 변화라는 혁신을 택했고, 그렇기에 그 성공 방정식과 함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편의점의 진화가 의미있는 것이다. 

편의점, 1989년 그 때도 옳았고. 2016년 지금도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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