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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인물기행] 너그러운 분노 조지 오웰

413 복거일 | 2015-06-17 | 조회수: 3,668

작가들은 거의 모두 사라진다. 생전에 큰 인기와 명성을 누렸던 작가들도 점차 덜 읽혀지고 끝내는 잊혀진다. 후세의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마련인 작가들에게 그런 사정은 무척 안타깝다. 그러나 현대처럼 작가들이 많은 세상에선 문학사의 각주에라도 이름이 오르기는 무척 어렵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드문 예외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오랫동안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어렵게 살았다. 말년에 동물 농장(Animal Farm)(1945)1984(nineteen Eighty-Four)(1949)가 나오고서, 비로소 명성을 얻고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의 명성은 사후에 오히려 커져서, 이제 그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정치 소설가로 꼽힌다.

어떤 작가들은 죽기도 전에 잊혀지고 어떤 작가들은 죽은 뒤에 오히려 인기와 명성이 높아지는 사정을 제대로 밝히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지 오웰도 그런 사정에 대해서 말한 바가 있다. “현실적으로 세익스피어나 다른 작가가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증거나 주장은 없다. 궁극적으로 살아남는 것을 빼놓고는 문학적 가치의 시험은 없는데, 그것 자체도 다수 의견의 지표일 따름이다.” 그래도 좋은 작품을 이룬 요소들을 살피는 일이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웰과의 가상 대담을 통해서 그의 작품들을 '불후의 명작들로 만든 특질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본다.

필자: 올해가 선생님의 탄생 백주년이라, 세계적으로 선생님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전기들도 여러 권 나오고. 선생님의 전기들 가운데 가장 잘 씌어졌다고 평가받은 것은 1980년에 나온 버나드 크릭의 책인데, 거기서 그는 오웰의 명성과 영향은 그의 죽음 뒤에 커졌고 줄어들 기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들이 그렇게 세월을 잘 견딘 비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웰: 운이 좋았던 셈이죠.

필자: 운에 돌리는 것이 완전한 답변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오웰: 그럴까요? 내 생각엔, 운이란 말의 뜻을 한껏 넓히면, 충분한 답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주목하고 다룬 주제들이 내가 죽은 뒤에도 줄곧 사람들의 관심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겁니다.

필자: 전체주의의 위협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오웰: 그렇습니다. 진정한 이념을 잃은 뒤에도 그 이념의 이름으로 움켜쥔 권력을 계속 지니려는 전체주의 집단들이 아직 너무 많잖아요? 대표적인 예가 중국 공산당이죠.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이미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그런데도 공산당은 권력을 독점하고 인민들을 억압하고 있죠. 그런 행태가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 있겠습니까? 중국 인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문화혁명과 같은 것들도 공산주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고, 집권세력은 공산주의의 후광에서 큰 덕을 보았죠. 지금은 그런 후광조차 없잖습니까?

필자: 잘 알겠습니다.

오웰: 걱정스러운 것은 그렇게 최소한의 명분도 지니지 못한 전체주의의 정권들이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경향입니다. 지금 전체주의 정권들은 민족주의를 정당성을 잃은 정권으로 떠받치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족주의가 어디서나 아주 강력한 힘이므로, 그런 전략이 큰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필자: 그래도 전반적으로 전체주의는 퇴조하고 개인들은 점점 자유로워지는 추세를 읽을 수 있지 않나요?

오웰: 그 얘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필자: 그러면 만일 당신이 인류의 미래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언제까지나 사람 얼굴을 짓밟는 장화를 상상하시오(If you want a picture of the future of humanity imagine a boot stamping on a human face - for ever"이라는 예측을 거두시는 것인가요?

오웰: 아직도 이 세상엔 사람 얼굴을 짓밟는 장화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이 줄어들면, 이내 전체주의 사조가 차오릅니다. 원래 내가 뜻한 것은 몇 십 년 뒤의 상황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케인스가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고 했는데, 나는 내말과 관련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틀린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wrong)"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원래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필자: 알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가들이 전체주의의 성격과 위협에 대해서 뚜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선생님들 비롯해서 아르투르케스틀러(Arhtur Koestler), 프란츠 보르케나우(Franz Borkenau),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 그리고 앙드레 말로(Andre Malreau)와 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전체주의의 실상과 위협을 사람들에게 알렸고 여러 사회들이 그 위협에 대처하는 데 큰 공험을 했습니다. '전체주의(Totalitarianism)'란 말은 원래 무솔리니가 자랑 삼아 쓴 말인데, 그 작가들이 현대의 권위주의적 정권들의 특질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 새로운 말로 다듬어 냈습니다. 제 생각엔 그 뒤로 작가들이 그렇게 깊은 성찰과 큰 영향을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오웰: 칭찬 고맙습니다. 우린 운이 좋았던 셈이죠.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막 흉측한 모습들을 드러내던 때였거든요.

필자: 역시 운으로 돌리시는군요. 선생님에게나 다른 작가들에게나 스페인 내란이 전체주의의 성격과 실상에 대해 깨닫게 된 계기였죠?

오웰: 그렇습니다. 그 비참한 전쟁은 내 삶에서 뭐랄까, 분수령이랄까, 하여튼 그런 경험이었죠. 다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필자: 바르셀로나로 가시기 전에 파리에 들르셨고 거기서 헨리 밀러(Henry Miller)를 만나셨죠?

오웰: . 그 일이 뒤에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필자: 밀러는 스페인 내전 관심이 없었죠. 그냥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선생님에게 스페인에 가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죠.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따위는 헛소리라고 말했죠. 맞습니까?

오월: 맞습니다. 파리에 딱 하루를 머물렀는데, 시간을 내서 헨리를 만났죠.

필자: 생각이 그렇게 달랐는데도, 두 분은 이내 친구 사이가 되었죠. 밀러는 선생님에게 코르덴 재킷을 주었구요. 방탄은 안 되지만 방한은 된다고 보장한다면서요. 그는 뒤에도 선생님께 비슷한 충고를 했죠?

오웰: 그랬나요?

필자: . 1948년의 편지에서 누구도 자기 몫밖에 할 수 없소 당신은 온 세계를 책임질 수 없소.(그것은 무솔리니 같은 작자들의 일이오. 그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 잘 살잖소.) 아무것도 하지 마시오. 당신은 처음엔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울 거요. 그러나 그것은 멋지게 되고 당신은 자신에 대해서 정말로 무엇을 알게 될 것이오 그리고 당신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알게 될 것이오.”라고 썼거든요.

오웰: . 그 편지. 헨리다운 얘기였죠. 실은 그게 바로 헨리가 그의 소설들에서 한 얘기 아닙니까?

필자: . 저도 크릭의 전기에서 그 편지를 읽고서, 북회귀선(Tropic of Cander)의 마지막 장을 떠올렸습니다.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 같은 '길 잃은 세대작가들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간 1930년대의 파리에 뒤늦게 찾아와서 태연히 무위도식한 그의 성품이 그 편지에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오웰: 그래요. 어쨌든 난 헨리의 충고를 따를 수 없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헨리처럼 살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누군가는 히틀러와 스탈린에 맞서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나치도 공산주의 정권도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만일 내가 그 충고를 따를 수 있었다면 건강을 덜 해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 참으로 아쉽습니다. 좋은 작품들을 더 쓰실 수 있었을 텐데. 저로선 '선생님께서 독립한 식민지들의 얘기를 쓰셨으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합니다. 버마에서의 나날(Burmese Days)의 속편이랄까요?

오웰: 글쎄요. 독립한 식민지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인데..

필자: 식민지들이 독립 한 뒤에도 식민 통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에 대해서 아직 명쾌한 설명을 내놓은 문학 작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선생님의 작품들은 세월을 잘 견뎌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비정치적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밀러도 세월을 잘 견뎌냈다는 점입니다. 북회귀선(Tropic of Cander)은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그는 이미 생전에 현자로 불렸고.

오웰: 헨리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정직한 작품을 썼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세월의 거친 손길을 잘 견뎌냈다고 봅니다. 정직은 좋은 작품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죠.

필자: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므로, 세상을 옳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은 점점 많아지고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일찍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채 갖추진 못한 채 글을 쓰게 되고, 그런 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립니다. 제대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작가들이 민중주의 시각을 전파해서 사회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오웰: 그런 위험도 있죠. 그리고 작가가 나중에 자기 견해를 공개적으로 바꾸는 것은 괴로운 일이죠.

필자: 작가가 그런 위험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무 살이 채 안되어서, 직업적으로 글을 쓰기로 결심한 젊은이들도 많은데요.

오웰: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세상을 살피려는 노력입니다. 정직하게 살피면 전체주의나 다른 해로운 이념에 붙잡힐 위험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 세운 체제들을 정직하게 살핀 사람들은 그 사회들의 실상에 대해 말해주는 증거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증거들을 굳이 외면하지 않는다면, 작가들이 사회에 해로운 얘기들을 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편이니까 잘못하더라도 감추고 감싼다는 생각을 버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필자: 문학의 예방(The Prevention of Literature)에서 쉽고 힘찬 말로 글을 쓰려면,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하고, 두려움 없이 생각하려면 정치적 정통에 속할 수 없다.”라고 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정직도 중요하지만 용기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오웰: 물론이죠. 실제로 그 둘이 아주 별개의 덕목들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용기 지닐 수 있고, 용기 없는 사람이 과연 사물을 정직하게 살필 수 있을까요?

필자: 이렇게 대담을 허락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첫 부인 아일린 여사께선 선생님을 깊이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아주셨습니다. 부인께선 남동생을 무척 아끼셨는데, 그가 던커크 철수작전에서 전사하자, 큰 심적 타격을 받으셨고, 그것이 일찍 돌아가신 원인이 되었죠. 그때 부인께선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만일 우리가 세상의 맞은편들에 있고 내가(동생에게) '즉시 와라하고 전문을 보냈다면, 그는 올 터이지만, 조지는 그렇지 않을거야. (조지에겐) 누구보다 자신의 작업이 먼저야.” 부인의 평가가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웰: 아일린은 내게....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어도, 그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아일린의 얘기는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모든 작가들이 지닌 태도가 아닐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 노릇이 워낙 힘들고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은 워낙 중요하니까. 다른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려나게 되죠.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려면, 그의 마음에 무자비한 면이 있어야합니다. 무자비함이 없으면 위대한 정치가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조지 오웰은 본명이 에리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고 1950년 런던에서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한 찰스 디킨스의 이상적 모습을 너그럽게 분노하는 사람의 얼굴(The Face of a man who is generously angry)"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모습은 흔히 그의 자화상으로 여겨진다. 그는 기억할 만한 말들을 많이 남겼고 그것들은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아래에 소개된 것들은 특히 자주 인용되는 것들이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동물농장)

대형이 당신을 보고 있다.” (1984)

증오 주간” (1984)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재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1984)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내는 길은 그것에서 지는 것이다” (제임스 버넘에 관한 두 번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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