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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추리소설’의 진상: ‘환경 호르몬’의 광기

조영일 | 2006-10-31 | 경희대 대학원보 제147호 | 조회수 : 6,939
'자극한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호르몬(hormone)은 신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내분비 물질이다. 이러한 호르몬의 정상적 기능을 교란하는 외래물질을 속칭 '환경 호르몬’이라 한다. 호르몬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해 언어 체계를 교란한 용어인 것이다. 내분비 교란 외래물질(environmental endocrine disrupter)을 요상한 속어(俗語)로 둔갑시킨 곳은 1997년 5월 일본의 TV 방송 NHK였다. '사이언스 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요코하마 대학 교수(井口泰泉)와 담당 디렉터(村松秀)가 합작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내분비 교란 외래물질 소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1996년 3월 출간된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Theo Colborn, Dianne Dumanoski, John Peter Meyers 저)였다. 부제가 '과학 추리소설’인 이 책은 동물의 기형에서 발암, 불임, 정신착란에 이르기까지, 또한 야생동물의 폭증에서 멸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태적 및 사회적 악영향이 미량 화학물질에 기인한다는 추리를 전개했다. 하지만 추리소설답지 않게, 추리 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적, 실험적 자료의 증거가 너무 빈약하다. 하지만 콜번(Colborn)은 강변했다. “증거는 중요하지 않다. 증거가 없다고 해서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 호르몬’은 인류를 멸망으로 유도하는 광기의 악마라 했다.(화학물질에도 정기(正氣)나 광기(狂氣)가 있던가?) 당시 일본 당국은 연구반을 가동하고, SPEED'98이라는 전략 계획을 세워, 내분비 교란작용이 의심되는 67종을 검토했다. 그러나 분명한 인과 관계의 입증이 어렵게 되자, 2005년에는 내분비 교란물질을 특별 취급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시들해져버린 '환경 호르몬’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면서 사람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내분비 교란 외래물질에 무슨 습격의 의지가 있을 리 없겠지만, '환경 호르몬의 습격’으로 인해 여성의 자궁내막증과 생리통을 유발하고 남성을 여성화한다는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그러자 시민들은 무슨 계시에 홀리기라도 한 듯, 아끼던 플라스틱 제품들을 서슴지 않고 내다버린다.

플라스틱 생활용기 업체들은 '환경 호르몬’의 용출 여부를 놓고 서로 비방하다 못해 소송까지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유리제품이나 도자기제품 업체들은 환경 이슈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한다. 하지만 크리스털 유리의 납 성분이나 도자기의 금속 유약은 괜찮은가? 아무튼 우리 환경부는 계면 활성제 등의 원료인 노닐페놀의 제조와 사용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노닐페놀은 하수의 활성슬러지법 처리만으로도 90% 이상 제거된다.)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페미니즘

역사적으로 내분비 교란 외래물질의 원조는 합성 여성 호르몬 제제인 DES(diethyl stilbestrol)라 하겠다. 유산 방지, 사후 피임 등의 약효가 탁월하다면서 1940년경부터 사용됐지만, 오히려 유산을 촉진할 뿐 아니라, 임신 중에 과량 복용한 산모가 출산한 여아 중에는 성인이 되어 희귀성 종양이 발생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1971년 금지약품이 됐다.

합성화학물질 공포의 씨앗을 뿌린 것은 세계적으로 공해가 심했던 1962년 발간된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다. DDT를 비롯한 '죽음의 묘약(elixer of death)’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새들이 사라진다고 했다. 베스트셀러를 거쳐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이 지상에 침묵의 봄이 도래한 적이 있었던가? 1996년의 『도둑맞은 미래』에 이어 1998년에는 데보라 캐드버리(Deborah Cadbury)의 『자연의 여성화(The Feminization of Nature; 번역판 제목은 '환경호르몬’)』가 간행됐다.

공교롭다고나 할까, 레이첼 카슨, 테오 콜번, 다이앤 두마노스키, 데보라 캐드버리가 모두 여성이고, 환경 운동과 관련을 맺었다.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외래물질에 의해 야생생물에서 일어나는 비정상 현상은 인간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면서, 남성의 정자 감소와 여성화를 집중 거론한 것은 일종의 에콜로지컬 페미니즘(ecological feminism)이 아니겠는가.

개체의 위험(발암성)에서 차세대에의 위험(최기형성)으로, 다시 종의 위험(생식 이상)을 거쳐 인류의 멸종을 추론하며 겁을 주지만, 이들의 주장에서 분명한 과학적 증거나 인과 관계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분명한 것은, 환경 이슈를 베스트셀러 저술의 기회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둑맞은 미래』의 국내 번역판은 최근 16판을 간행했다.)

해저드와 리스크

해저드(hazard)가 있으면 리스크(risk)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둘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를테면 다이옥신의 독성이 아주 강력하더라도, 그 리스크는 섭취량과 개인차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에서 다이옥신으로 인해 병이 나거나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지금 건강을 위해 종합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그 성분표를 한번 유심히 들여다 보라. 알루미늄, 구리, 니켈, 아연, 티탄, 몰리브덴, 망간 등은 물론 새삼스럽게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크롬까지 들어있지 않은가? 플라스틱 용기처럼 당장 내다 버리지 않고 계속 복용할 것인가?

최근 폴리카포네이트제 용기에서 용출된다는 BPA(비스페놀 A)가 대표적 내분비 교란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연 얼마나 섭취하게 되나? 무엇보다도 BPA는 활성이 아주 미미하다. 식물성 여성호르몬 제니스테인(genistein)의 15분의 1, 천연 여성 호르몬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의 4000분의 1, DES의 2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BPA는 대사속도가 아주 빨라서 체내 반감기가 6시간 정도로 짧다. 이런 BPA와 요도하열증 아이의 출산의 인과 관계를 정량화할 수 있나?

일본의 경우, 요도하열증 환자는 서양의 1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립선암은 10분의 1, 유방암은 4분의 1, 정소암은 5분의 1 정도라 한다. 그 원인으로는 서양에 비해 두부를 비롯한 여성 호르몬 작용이 강한 식물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의 다량 섭취 효과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어떤가? 예외적인 특이 사례를 일반적 경향인 것처럼 확대 과장해 호들갑을 떨고 있지는 않은가?

실험동물에 대한 리스크를 사람에게 외삽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물은 식물 에스트로겐을 다량 섭취하면 임신이 어려워지는 클로버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임신 40일경부터 혈액 중 여성 호르몬이 급증한다. 왜 그럴까? 뇌의 성장에 필요하기 때문인가?

돌아온 사카린과 DDT

우리 사회에서는 '환경 호르몬’ 공포나 올리브의 벤조피렌 소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지만, 설치류에서 방광암을 일으킨다고 해서 금기시하던 인공 감미료 사카린은 조용히 돌아왔다. FDA(미식품의약국)가 지난 2000년 사카린을 공식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한 것이다.

최근에는 '죽음의 묘약’이라던 DDT도 30여년 만에 되돌아왔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지난 9월 말라리아 퇴치용으로 DDT의 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내친 김에 골치 아픈 머릿니 구제용으로도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환경 호르몬’이 습격하고 환경오염이 극심해지고 있다지만, 지난 30년 동안에도 우리의 평균 수명은 15년 이상이나 증가했다. 이 엄연한 개선의 증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리의 미래를 정말 도둑질하는 것은 밝은 미래를 부정하고 우리 정신을 교란하는 종말증후군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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