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사람들이 행복했다는 신화에 대해

Murray N. Rothbard / 2019-12-10 / 조회: 10,085


cfe_해외칼럼_19-243.pdf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Murray N. Rothbard,

The Alleged Joys of the Pre-Capitalist Economy

7 August, 2019


장인(craftsmen)계급도 소작농(peasants)계급도 명백히 아닐 지식인들이 자유 시장과 자유 사회를 비판할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중세의 행복했던 장인들과 소작농들과는 대조적으로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노동과 그들의 동료를 "소외(alienated)"시키고 소위 "소속감"이라는 것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안정된 계급적 지위 속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했고, 장인들은 신발 생산의 일부에만 기여하기보다는 신발 한 켤레는 온전히 제작했으며, 또 "모든" 노동자들이 사회 전반에 대한 소속감에 얽매여 있었던 시기라고 당시를 치켜세우면서 이 지식인들은 중세 계급 사회를 황금기처럼 미화시키고 있다.


애초에 중세 계급사회에서의 계급적 위계질서는 절대로 안정되고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었다. 진보는 물론 아니었지만 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겪었다. 지역적 자급자족의 체계 속에서 낮은 생활 수준을 누렸던 당시의 사람들은 항상 기근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다. 무역이 상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한 지역의 기근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식량을 사옴으로써 해결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근이 종식된 것은 절대로 천우신조나 우연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서, 생활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인구의 극히 일부만이 "행복스러운 장인계급"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물론 왕이나 귀족을 위해 일하는 장인일 때만 "행복"스러웠고 그 지위가 보장되었다. 그리고 그 왕이나 귀족의 높은 지위는,—분명 행복과는 거리가 먼—영구적인 폭력으로 일반 대중을 착취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농노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가난과 노예적 처지를 떠올리며 과연 스스로가 소위 "안정된 지위"나 "소속감"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로움이나 있었는지를 되돌아볼 것이다. 만약 농노가 영주나 노예주의 소유이기를 거부한다면 그 "소속(belonging)"은 폭력으로써 강제될 것이다.


이들을 차치하더라도 계급 사회에서는 극복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는 전()자본주의 시기의 봉건적·중상주의적 질서가 붕괴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문제이다. 바로 인구 증가다. 만약 모두가 어떠한 종신 직책을 배정받고 또 세습받는다면, 그러한 제도는 증가한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어떠한 직무를 부여해야 하고, 또 부여하는 작업은 누가 할 것인가? 그들이 어떠한 직무를 부여받든 관계없이, 어떻게 그들이 신분 배정이라는 관습적 체계에 순응하고 기존 질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담보할 수 있겠는가? 간단히 말하면 이 같은 고정된 전자본주의적 계급 사회에서는 맬서스의 함정(Malthusian Trap)이 가장 추한 형태로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 맬서스의 인구 '억제책(checks)'이 작동해야 한다. 그 억제책이라는 것은 기근이나 전염병과 같이 자연적인 형태를 띨 수도 있고 조직적인 영아 살해와 같은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만약 미래에 계급 사회로의 현대적 회귀가 일어난다면 강압적 산아 제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전자본주의 유럽에서 인구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일거리도 갈 곳도 없어 걸인이나 노상강도로 전락한 사람들이 증가했다.


소위 현대 소외론을 지지하는 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논리도 내놓지 못한다. 따라서 그 주장은 그저 미신적인 도그마에 불과하다. 장인, 혹은 자신이 소비하는 모든 것을 만들었던 원시적 인간이 어떤 뜻으로든 '좀 더 행복했다'거나 '좀 더 완전했다'는 주장은 당연히 자명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이 심리학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는 이사벨 패터슨(Isabel Paterson)이 "생산의 회로(circuit of production)"라고 부르는 것에 참여함으로써도 자신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물론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는 원시적인 계급 사회가 제공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고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회로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계급사회는 노동자 개개인의 잠재적인 재능을 참담하리만큼 낭비시킨다. 목수의 아들이 목수 일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계급 사회에서 그는 그의 욕구와는 관계없이 따분한 목수 일을 하며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반면 자유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의 기회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거의 무한히 증대한다. 노동 분업이 고도화될수록 그가 참여할 수 있는 전문 직종이 더욱 다양해지고, 더 이상 원시적인 기술에만 안주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자유 사회에서 그는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수 있고, 원한다면 가장 선호하는 분야로 옮겨갈 수 있다. 일부 지식인들이 황금기처럼 묘사하는 계급사회에서 그에게는 자유도 기회도 없다. 자유로운 자본주의는 인류에게 더 많고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줌과 동시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과 계발할 수 있는 적성도 상당히 다양화시켰다.


"소외"를 운운하는 것은 기실 중세 시대 장인을 미화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노동 분업이라는 관념 자체에 대한 공격이요, 원시적인 자급자족 체계에 대한 숭배다. 그러한 사회로 회귀하게 되면 오늘날 인구의 대부분은 절멸되어야 하고, 나머지 인구는 완전한 궁핍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행복"이 커질 이유에 대해서는 계급 신화작가들에게 물어봐라.


또 한가지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원시적인 환경이나 노예적 소속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유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구태여 외부와 단절된 공동체에서 원시적으로, 또 '소속감 속에서(belongingly)' 살겠다는 사람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특화된 분업 체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지 못한다. 그 "행복하고 더불어 살아갔던" 경직되고 가난한 사회로 회귀하기 위해 현대 사회를 버린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19세기에 이런 저런 방식으로 공동체적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했던 소수의 지식인들 조차도 그 계획을 곧장 폐기했다. 가장 명백히 현대 사회에서 철수하지 않을 사람들은 현대의 "소외된" 매스컴을 통해 현대 사회를 고발하고 있는 일부 지식인들일지 모른다. 자유사회에서는 구태여 자신을 타인에 예속하려는 사람을 막지 못한다. 노예적인 소속감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심리적 욕구는 존중할 수 있지만, 왜 그러한 욕구가 있지도 않은 개개인에게까지 노예화를 강요해야 하는가?


번역: 조범수

출처: https://mises.org/wire/alleged-joys-pre-capitalist-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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