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과 한반도의 2차 분단

권오중 / 2018-11-22 / 조회: 7,067

한반도의 1차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대립구도에 의해 등장했던 포츠담 체제의 동아시아적 결과였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포츠담 체제는 6.25 전쟁으로 인하여 종식되었다.


6.25 전쟁은 포츠담 체제로 시작된 냉전의 정점이었던 사건이었다. 북한정권은 이 전쟁을 민족 통일전쟁 혹은 민족 해방전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각에서 이 전쟁은 “시험전쟁” 혹은 “대리전쟁”으로 인식되고 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 된 이후, 미국과 자유진영은 공산주의 진영이 의도하는 팽창의 최대치를 확인하고 싶었고, 공산진영도 역시 자신들의 도발에 대한 자유진영의 대응수위를 확인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결국 6.25 전쟁은 제한된 범위에서 제한된 시간에 치러진 양 진영 간의 세계대전이었다. 전쟁의 당사자들은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으로의 확전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상대진영의 의지를 확인한 이후 바로 휴전협상을 시작했었다. 전쟁의 시작도 마무리도 남-북한의 의지만으로 이뤄졌던 것이 아니었다.


6.25 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13가지의 의미있는 결과를 초래했다: 1) 대한민국이 강력한 반공국가로 변모 2)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 3) 남북 분단의 고착화 4) UN에서 미국의 참전 정당성과 위상 강화 5) 공산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자유진영의 결속력 강화 6)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통해 일본이 자유진영으로 합류 7) Korea-Boom을 통해 서방국가들의 경기 활성화 8) 공산주의 팽창에 대항하는 다자간 안보동맹체제 결성의 명분 구축 9) 서독이 재무장과 NATO 가입을 통해 자유진영으로 합류 10)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공산주의의 선전 선동 가속화 11) 소련과 중국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 12) 냉전구조가 고착되고 막대한 군비경쟁 시작 13) 동아시아가 포츠담체제에서 휴전체제로 전환


결국 미국은 6.25 전쟁을 통해서 자유진영에서 헤게모니를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그 당시까지 형식적으로 중립국이었던 일본과 서독이 자연스럽게 서방진영으로 편입되었다. 반면에 소련은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 졌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인 기득권을 중국에게 넘겨주게 됨으로써 공산주의 진영의 맹주로서 위상이 흔들렸다.


6.25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구도를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로 전환시켰던 사건으로서, 이로 인하여 등장한 휴전체제는 당시 동아시아만의 예외적 국제질서였다. 따라서 1990년 소련과 소련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독일이 통일되면서 포츠담 체제가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체제와 북한정권은 붕괴되지 않았던 이유는 북한정권의 맹주인 중국이 건재하고, 휴전체제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츠담 조약에서 합의했던 “하나의 중앙행정기구(통일정부) 구성”이 1990년에 실현되면서 독일의 통일이 실현되었다. 당시 독일의 통일조약은 이른바 “4+2 조약”이라고 지칭되었다. 여기서 4개국은 포츠담 조약 서명국(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으로서 포츠담체제를 만든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에 의해서만 포츠담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2개국은 포츠담 조약에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통일의 당사국들이었던 서독과 동독이었다. 그냥 6개국 조약이라고 하지 않고, “4+2 조약”이라고 구분한 것은 조약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국제법적 권리의 차이 때문이다.


한반도의 휴전체제(2차 분단)은 현재도 지속 중이다. 한반도의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통일)할 수 있는 방법은 독일통일의 사례에서처럼 휴전제제를 만든 당사국들의 합의에 의해서 가능하다. 즉, 휴전조약 제4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평화회담”을 통해서 하나의 통일정부가 성립될 수 있다. 여기에는 유엔 참전국 모두와 대한민국 그리고 북한과 중국이 함께 합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제법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한 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조약이나 통일조약을 맺게 된다면 휴전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국제법적인 권리가 있기 때문에, 유엔 참전국의 의견을 수렴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제법을 무시한 모든 통일 논의는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민족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소모적인 남북 대화만으로 성취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서독의 초대수상인 K. 아데나워는 1949년, 서독의 연방의회에서 “통일은 단기적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Wiedervereinigung ist nicht Nahziel, sondern Fernziel)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이른바 “자석이론”을 통해 동독과의 공존이 아니라, 동독을 대상으로 하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우선 서독의 국력이 동독을 압도해야 하며, 그리고 동-서독의 분단을 구속하는 국제법적인 구조를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동-서독의 분단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분단 역시 분단 당사국들 간의 분단이 아니다. 바로 이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즉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소위 “우리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오중 /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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