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울타리는 선한 이웃을 만든다

최승노 / 2018-07-04 / 조회: 677       브릿지칼럼

미국의 전원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1914년에 쓴 ‘담장을 고치며’라는 시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이 기르는 가축이 담장을 넘어가 이웃 농장을 망치지 않도록 울타리를 수선하는 배려는 이웃과의 화목을 부른다. ‘좋은 이웃’이란 서로의 재산을 존중하는 사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경계를 잘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족과 친구, 회사,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지혜다. 


누구나 자신의 신체와 재산이 침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계를 긋고 울타리를 세운다. 울타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것이 울타리의 긍정적인 면이다.


 

그렇다면 울타리는 견고할수록 좋은 것일까? 물론 아니다. 울타리가 자신 또는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활동을 막고 통제하며 사람들을 가두려는 울타리는 분명 부정적인 경우다. 그런 울타리는 쉽게 허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벽’을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쓴다. 벽이라는 단어는 “벽에 막혔다”거나 “벽보고 말하는 줄 알았다”처럼, 꽉 막혀있고 답답하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서로 벽을 허물고 함께 나누고 같이 살자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벽의 이런 긍정적 면을 생각하지 않고 허물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는 화목해지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을 공동체로 묶는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면서 그 외연을 확대한다는 뜻이다. 무조건 나누고 무조건 공유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가족끼리도 벽을 통해 각자의 방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평화를 얻는다. 개인은 벽이 제공해 주는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자유함을 누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것을 보호할 수 있다. 상대방의 공간에 들어갈 때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은 후 들어간다. 이는 가족 구성원에서도 적용되는 기본적인 예의다. 


칼릴 지브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적당한 거리두기’를 잘 표현했다. 사람들은 소통해야 하는 순간에는 만날 장소가 필요하다. 가족은 거실에 모여서 대화하고, 이웃 간에는 서로의 집을 방문할 수 있다. 물론 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까다로운 절차와 동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실을 손님과 공유하기도 하지만, 손님과의 대화를 위한 거실을 따로 두기도 한다.


조직이나 국가도 서로 경계를 만들고 거리를 두면서 상호 존중하고 평화를 유지한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저술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두 집 사이에 있는 산울타리를 낮추지는 말라”고 말한다. 건강한 경계를 유지해야 균형 잡힌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과 같은 적대 국가와는 휴전선을 통해 거리를 두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울타리란 누군가를 가두고 억압하는 울타리가 아니다. 사람들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좋은 울타리라고 할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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