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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명백하다

308 이준구 | 2016-12-28 | 조회수: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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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CB에 이어서 일본중앙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음수(마이너스 금리)로 하향조정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이른바 New Normal의 귀결이 바로 이 마이너스 금리인 것이다. 제로금리의 덫에 빠져있던 세계경제는 이제 마이너스 금리의 덫에 빠지려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과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이어 유럽연합까지 대세에 합류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세계적인 저성장, 저금리의 뉴노멀 시대에 에너지 시장에서는 셰일혁명이 일어나면서 미국과 OPEC 간의 유가전쟁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록하며 '자본주의의 구세주'라 칭송받던 중국마저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세계 어디에서나 실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케인즈가 지적했던 유동성 함정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케인즈의 처방인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틈타서 금융부문과 자산시장은 다시 서서히 거품을 키워내고 있는 중이다. 침체된 실물경기와는 대비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증시다. 우리는 현재 금리를 낮추니까 자산거품이 생겨나고 금리를 높이자니 더 심각한 침체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혁신을 넘어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서 국면이 전환되기 전까지는 세계경제의 전망이 매우 안 좋다. 이것은 단순한 글로벌 침체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총체적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극복하면 된다. 오히려 이런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서 체질개선을 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전화위복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2008년 이후 여태까지의 전 세계적인 제로금리, 양적완화, 환율전쟁의 양상으로는 진정한 경제회복이 요원하다고 본다. 그저 환자가 목숨만 유지할 수 있도록 호흡기를 갖다 대고 진통제만 주사하고 있는 꼴이다.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려면 큰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썩은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한다. 


이제 고금리 정책(금리 정상화)를 통한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을 거쳐야 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부채와 신용거품(투기)에 의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은 파산해야 하며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부채를 줄여야 자산거품과 금융위기의 재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한차례 구조조정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세계경제는 지금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을지언정 체질개선은 확실히 됐을 것이다. 


기업과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고 가계와 정부의 부채가 줄어들고 적극적인 민영화 정책과 재정지출 삭감(공공부문 다운사이즈)로 만성 재적적자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전망은 다시 밝아질 것이다. 바닥을 찍으면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 경기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환골탈태하고 금새 회복되었던 한국경제를 생각해보라. 디레버리징과 구조조정 이후에 감세를 하고 금리를 낮추면 비로소 투자증대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뉴노멀 시대는 정부가 수혈을 계속해도 환자가 좀처럼 제 발로 일어서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시대다. 현 상태가 지속될 때 예상되는 결말로 두 가지가 있다. 실물경기는 침체한 가운데 자산시장에만 거품이 늘어나서 부동산과 금융부문이 이끄는 성장세를 따라가다가 다시 거품붕괴에 의한 위기를 맞든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꾸준히 저성장을 거듭하면서 제로금리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든지. 대부분의 국가는 둘 중에 하나를 겪게 될 것이다. 정부의 수혈은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당시 일본경제의 상황(GDP대비 정부부채율이 매우 높고 장기 디플레이션이 심각함)에서 불가피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정부에서 매우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쳤음에도 상황이 반전되지를 않으니 이제라도 저금리 정책을 버리고 경기회복을 정부가 아닌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주의자들은 단기적인 회복을 중시하나 꾸준한 경기회복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니 기왕 침체를 계속 겪을 바에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대공황, 일본의 버블붕괴, IMF 외환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경제위기는 모두 금융완화, 자산거품 형성, 부채증가(과잉투자, 재무불건전성)의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골디락스 경제라 불렸던 2000년대 초 미국경제의 호황기 때 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자산거품과 가계부채를 양산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사례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는 디플레이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높임으로써 디레버리징과 구조조정을 우선시한 것이 위기의 조기극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제로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한 지금 이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영영 뉴노멀의 악몽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명백해 보인다.


이준구│토론토대 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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